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어려 보이는 화장법, 운동, 옷 입는 법을 연구하며 심지어 성형수술까지 하기도 합니다. 나이보다 덜 들어 보인다는 것은 단순히 젊음보다도 평소에 자기 관리를 잘했고, 어쩌면 부가 주는 선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나이에 비해 더 들어 보인다는 말은 마치 흉을 보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와 정 반대입니다. 도리어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것이 사회생활에 유리해서 굳이 어려 보이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이마의 주름살은 자연이 주는 훈장이라 여기며, 나이 들어 보이는 뱃살은 부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북한에서 노안은 곧 부와 권력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김씨일가의 3대세습은 특권층의 세습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간부들은 대부분 고령층입니다. 배신이 없는 한 한번 명예직은 영원한 명예직으로 이어지는 권력승계에 의한 사회풍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니라 북한 일반에선 동안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충분하지 않은 식량과 잦은 동원 탓에 평생을 육체적으로 고단하게 살고 있어 감히 관리할 여유조차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 나니 나이가 어려보이면 마치 신분도 지위도 낮은 것 같아 북한 간부들은 일부러 옷이나 머리, 말투까지도 아주 나이 들어보이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김정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남한의 20대들과 달리 청춘의 모습을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옷 하나 입어도,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해도 전부 할아버지 김일성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 무게를 더 강조하기위해 아버지, 할아버지뻘 되는 측근 들 앞에서 담배까지 피워대기도 합니다. 어쩌면 김정은은 자기 나이를 살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김일성에 의해 완전히 고착된 수령의 품격을 모방하는 억지스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격식과 조작된 삶을 보여주듯 김정은은 오직 검정색 옷밖에 입지 못합니다. 김정은 나이의 한국 젊은이들은 색깔 있는 옷을 입는 것이 보통인데 김정은에겐 검은색이 아니면 입을 옷이 없는 것입니다. 설사 다른 색깔을 선택해도 선군정치의 체제여서 싯누런 군복색깔 뿐입니다. 혁명의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빨간색 옷을 입으면 어려 보여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습니다.
결국 김정은의 옷은 낙후한 북한체제의 그림자마냥 흑백 외에는 더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이런 구속된 삶을 살고 있는 불행한 20대 김정은이어서 전 세계인들이 살과의 전쟁 즉 날씬해 지기 위해 온 힘을 다 기우리는 이 판국에 그는 일부러 뱃살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되는 우스운 체격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뱃살은 김일성 때부터 시작되어 김정일, 김정은으로까지 이어지는 수령의 기본 품격 중 하나입니다. 전체가 굶주리는 기아의 나라여서 최고권위가 곧 뱃살이 되는 것입니다, 수령주의가 만든 북한의 또 다른 기이한 사회적 현상은 뱃살에 대한 우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처음으로 3대세습 지도자의 모습을 공개했을 때,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비호감의 1순위로 김정은이 꼽혔었습니다. 그 이유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머리도 머리지만 김일성, 김정일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그의 우람찬 뱃살 때문이었습니다.
조작된 체격과 그 부끄러움을 부끄러운 줄 모르는데 대한 혐오감이었습니다. 더구나 북한 주민들은 늘 시달리는 배고픔 때문에 깡말라 있는데 뱃살부터 보여주는 김정은의 첫 공개여서 거부반응이 더 컸던 것입니다. 이처럼 지도자부터 겉으로 드러나는 권위를 꾸미려 하니 그러지 않아도 유교사상과 특유의 사회문화가 굳어진 북한에선 굳이 어려 보이려 애쓰는 법이 없는 것입니다. 이는 곧 미래가 어두운 북한의 정치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남보다 젊어보이게 하기 위해 과소비를 하는 반면, 북한은 늙어보이게 하기 위해 온갖 인위적인 가공을 합니다. 이것만 봐도 단순히 체제의 이질감을 넘어 남북의 미래가 과연 어느 쪽이 더 밝은가 하는 증거가 되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장진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