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김주원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만수무강연구소'뿐만 아니라 김일성 일가의 건강장수를 위한 '9호 제품' 생산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한국에 처음 정착하는 탈북자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야가 아마 먹을 거리 시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짓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동서양의 고급 남새들과 식량들을 보면서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게 우리 탈북자들입니다.
한국에서는 동서양의 희귀한 남새나 과일들을 일반 주민들도 실컷 먹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가짓수가 많고 값도 눅(싸)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이러한 먹을 거리들을 오직 김일성 일가만 즐길 수 있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남새나 과일, 독특한 맛을 가진 음식들을 북한 주민들은 구경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일부라도 맛볼 수 있게 된 것은 중국을 통한 밀수나 장사 때문이었습니다. 장마당에서 팔리는 중국산 검은 찹쌀만 해도 그렇습니다.
요즘은 북한의 장마당에서 중국산 검은 찹쌀을 많이 팔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이제야 겨우 알게 된 검은 찹쌀은 1980년대부터 '만수무강연구소'에서 김일성 일가를 위해 재배했습니다.
북한이 김일성 일가의 만수무강을 위해 검은 쌀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89년부터입니다. 한국에서는 흑미 라고도 불리는 이 쌀을 외국에서는 자색 쌀(Purple Rice) 혹은 검은 쌀(black rice, 黑米)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검은 쌀은 조금만 넣어도 밥이 새까맣게 물듭니다. 검은 쌀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밥을 했을 때 찰기가 도는 쌀을 찰흑미라고 합니다. 검은 쌀의 원산지는 타이(태국)인데 지금으로부터 1,800년 전 중국에서도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검을 쌀로 과자를 만들어 먹을 만큼 흔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흰쌀에 비해 검은 쌀은 수확량이 낮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검은 쌀은 왕이나 권력자들의 독점물로 제한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검은 쌀은 그 속에 함유된 건강기능성 성분들이 알려지면서 1970년대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남한에서는 1980년부터 검은 쌀에 대한 성분조사와 육종 및 제품개발, 재배기술이 본격적으로 연구 되었습니다.
남한에서 검은 쌀은 어느 지역이나 다 심고 있지만 주로 경상남도 진주지방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기본품종으로는 올 종인 '흑진주'와 늦 종인 '흑남벼' 두 가지가 있으며 그 외에 새로 개발된 품종들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검은 쌀에 대한 연구는 남한보다 좀 늦은 1989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검은 쌀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효과와 암, 위궤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안토시아닌이라는 수용성색소가 들어 있습니다.
안토시아닌이라는 수용색소가 쌀을 검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검은 쌀에는 안토시아닌이 검은콩의 4배 이상, 비타민 B군을 비롯하여 철(Fe), 아연(Zn), 셀레늄(Se) 등 건강에 좋은 필수미량원소는 일반 쌀의 5배 이상 이나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런 성분들로 하여 검은 쌀은 노화와 성인병을 유발하는 체내의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심근경색과 심장질병, 뇌졸중, 암 예방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게 됩니다. 만수무강연구소는 중국을 통해 검은 쌀을 처음 들여왔습니다.
1980년대 후반 중국주재 북한대사관에 파견되어 근무하던 김흥표 과학기술참사가 중국에서 재배되는 여러 가지 검은 쌀 종자와 재배방법, 건강 기능적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수집해 만수무강연구소에 보내주었습니다.
만수무강연구소는 김일성 일가의 건강을 위해 즉각 산하기관인 만청산연구원에 연구 과제를 주었습니다. 초기 만청산연구원은 검은 찹쌀과 일반 검은 쌀, 풀기가 적고 길쭉한 검은 안남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네 종류를 시험 재배했습니다.
시험 재배된 검은 쌀은 검정분석 실에 보내졌고 그곳에서 구체적인 정성정량분석이 진행되었습니다. 정성정량분석을 통하여 검은 쌀의 건강기능성 성분들을 확인한 다음 동물실험을 거쳐 인체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인체실험은 '김일성고급당학교'에 재직중인 특설 반 고위간부들에게 밥을 지어 제공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검은 쌀밥을 처음 맛보게 된 간부들은 "밥에 먹을 풀어 넣었냐?"며 우스갯소리까지 주고받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인체실험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검은 쌀밥과 관련된 일체 내용을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에 대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특설 반 고위간부들이어서 남다른 대우를 받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연구과제를 빨리 매듭짓기 위해 지어 검은 쌀을 연구하는 당사자들까지 인체실험에 동원됐습니다. 당시 동물실험을 담당했던 저도 인체실험대상으로 선정되어 매일 점심이면 억지로 검은 쌀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물론 밥맛도 좋고 건강기능성이 검증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인체실험대상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몹시 껄끄러웠습니다.
인체실험 대상들은 검을 쌀밥을 먹기 전에 페니실린 병에 꽉 찰 정도로 피를 뽑아 혈액성분을 분석했고 한달 후에 또 피를 뽑아 그 전과 비교했습니다. 그 끔찍했던 날들의 기억들이 아직도 몸서리 칠 정도로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을 거쳐 인체실험까지 종료돼 인체에 유효함이 인정된 1992년, 김일성의 생일 80돌과 김정일 생일 50돌을 맞으며 중앙당 5과의 승인을 거쳐서야 비로소 검을 쌀은 김일성 일가의 밥상에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만청산 연구 원에서 재배, 연구된 검은 쌀은 식이섬유도 풍부해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변비를 해소하고 포만감을 통한 비만방지에 효과도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김정일은 매우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검은 쌀 종자를 보내 준 중국주재 북한대사관 김흥표 과학기술참사는 김일성 일가의 만수무강 연구에 큰 공을 세웠다는 공로로 김정일의 표창과 함께 금수산의사당경리부 만청산연구원의 통보자료실 연구사로 소환됐습니다.
만청산연구원에서는 검은 쌀을 밥을 하는 용도로만이 아니라 룡성 특수 식료 공장에서 생산되는 특제품생산에도 활용했습니다. 김일성 일가와 고위특권층들에게 공급되는 흑미차와 흑미술도 검은 쌀 연구개발을 통해 생겨났습니다.
최근에야 밀수를 통해 장마당에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검은 쌀은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의 독점물이었습니다. 말로만 인민사랑을 외친 김일성, 김정일의 본심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김일성 일가는 자기들만 검은 쌀로 배를 채우며 인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거짓선전을 일삼고 있었던 것입니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독재자의 통치에서 벗어나 북한의 인민들도 하루빨리 검을 쌀을 마음껏 먹게 될 날을 그려봅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김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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