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김주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북한의 김일성 일가가 마시는 술을 제조하는 태평술공장에 대해 이야기 해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태평술공장에서 생산하는 뱀술이 어떤 것인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뱀술 (Snake wine, 蛇酒)은 살아있는 뱀을 통째로 술에 담가 우려내는 알코올 음료입니다. 뱀술의 역사는 기원전 2,780여 년 중국 서주 왕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의 민간요법에 뱀술은 기를 돋우고 강장효과에 좋은 약재입니다.
뱀의 의학적 효능은 고대 중국의 유명한 의학도서인 '신농본초경'이나 '본초강목' 등에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뱀은 간 기능을 높이고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해주며 나이를 먹은 사람들의 피부에 버섯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를 상징하는 마크도 마실 물이 없어 죽음에 이른 사람을 구해줬다는 전설의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일부 의학자들은 뱀을 넣어 만든 술에 빈혈과 남자들의 양기를 살리는 기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뱀술은 신장이 허하고 허리가 아픈 병인 요통에 마시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뱀을 넣어 만든 술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마시는 술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약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뱀의 종류는 약 2천7백 종이 됩니다. 북한에도 흔한 도마뱀처럼 작은 종류로부터 길이 수 미터에 달하는 왕구렁이인 아나콘다, 늘메기와 같이 독이 없는 뱀과 살모사, 코브라와 같이 조금만 물려도 목숨이 위태로운 독사 종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뱀술은 독사를 사용하는데 뱀독은 일정한 량에서 건강에 좋은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뱀독은 건선, 알레르기(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 류머티즘, 퇴행성관절염, 척추질환, 두통 등의 신경성 질환까지 작용 범위가 매우 다양합니다.
북한의 유명한 뱀술은 금수산의사당경리부 산하 태평술공장 제3직장에서 전문적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김일성 일가와 일부 고위 특권층들에게 공급되고 또 각종 국가적 행사 때에 연회장 식탁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1983년 4월 14일 프랑스 전 국회의장인 아쉴르 페레티가 파리 근교 가브리엘관에서 북한대표부가 주관한 행사에 참가했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의 사망이 북한에서 생산한 뱀술 때문이라는 설이 나돌았습니다.
이후로 김정일은 예전에 즐겨 마시던 뱀술을 멀리 하였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이렇게 해외에 있는 대사관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연회를 할 때나 국가적인 행사가 있으면 인삼주와 뱀술을 제공하는 것이 북한의 관례였습니다.
태평술공장에서는 황해도와 평안도, 자강도 등 북한의 전국 각지에서 살아 있는 뱀을 현지 출장소를 통하여 구입했습니다. 수매날짜를 공시하고 태평술공장에서 생산된 삼백술을 가지고 술 한병에 뱀 한 마리를 교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살아있는 뱀들은 윗 뚜껑을 따낸 드럼통에 넣어 태평술공장에 운송했습니다. 공장에 도착하면 뱀들을 상세히 검사하여 운반 중에 눌리어 질식하여 죽었거나 다른 뱀한테 물리어 상처가 난 개체들을 제거했습니다.
그 다음 소금과 탄산소다로 여러 번에 걸쳐 씻어 내 살아 있는 상태의 뱀들이 속이 깨끗해질 때까지 내장물을 토하게 했습니다. 깨끗이 씻어져 살아 있는 뱀들은 주정 70%인 곡주에 넣었는데 워낙 기술을 필요한 작업이어서 누구나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태평술공장 제3직장의 고급기능공 조명선이 작업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긴 구리로 된 걸개로 잡아채면 뱀들이 한 마리씩 끌려나왔습니다. 오른손으로 뱀의 목을 잡고 왼손으로 꼬리를 잡아 꼬리부터 술병에 넣고 밀봉했습니다.
살아있는 뱀이 들어간 밀봉된 술병은 태평술공장의 저장동굴에 운반돼 보관했습니다. 예전에는 독이나 항아리에 담아 땅에 파묻어 2년 이상 보관하였다가 마셨지만 태평술공장에서는 보통 5년 정도 저장하고 나서 제품으로 출하합니다.
뱀술은 꼬리부터 넣다보니 항상 머리가 병뚜껑을 향해 있습니다. 뱀을 넣을 때에는 투명했던 술이 저장과정에 점차 누런 색깔이 우러나오고 진한 맛을 냅니다. 마실 때에는 뱀을 건져 버리든지 뱀의 형체가 녹을 때까지 술병을 흔들어 마셨습니다.
마시는 량은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0미리리터에서 200미리리터 정도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독사를 넣은 이런 뱀술은 물론 구렁이를 5리터나 10리터의 대형 유리병에 넣어 만든 구렁이술도 인기 있는 뱀술이었습니다.
평양 지하철역인 승리역 앞에 있는 평양 제1백화점의 1층 상품진열대에서 커다란 유리그릇에 넣은 황구렁이술을 항상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뱀술은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돈 많은 손님들에게 판매되었습니다.
뱀술은 북한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 만드는데 중국 대련지방에서 생산한 뱀술 한 병의 가격은 약 3백위안, 달러로 치면 대략 48불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야생생물 보호와 관리에 관한 법'에 따라 뱀을 잡아 술로 만들거나 뱀술을 팔고 사는 행위, 심지어 뱀술을 사서 마셔도 모두 처벌 대상에 속합니다.
2015년 4월 남한의 충청북도 단양에서 수십 년간 불법으로 뱀술을 담가 대량 보관해 온 업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이 압수한 뱀술 200여 병 중에는 한 병의 가격이 2억 원 정도로 총 합산금액이 10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동식물자원보호법을 강하게 시행하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김일성 일가와 특권족속들, 그리고 몇 푼 안 되는 외화벌이를 위해 살아있는 뱀은 물론 개구리까지 씨가 마르도록 잡아내고 있습니다.
인민들은 입에 풀칠조차 할 수 없고 병이 나도 약 한 첩 써볼 수 없는 처지인데 이 사각 북한에 있는 김정은은 제 하수인들과 함께 뱀술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가난한 북한에서 뱀술은 인민들의 피와 같은 술입니다.
그런 술을 아무리 마시고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음식들만 골라서 먹은들 뭣하겠습니까? 붕괴된 공산주의 이념과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인해 북한을 지구상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중의 하나로 추락시킨 김씨왕조의 독재정권도 서서히 그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김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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