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간부강연 대부분 허위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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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김주원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들 중에도 특별간부강연을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특별간부강연은 직책, 전문분야, 간부 급수에 따라 내용이 다 다릅니다.

당 간부들에게만 허용된 특별강연은 사법간부들이나 행정간부들이 절대로 들을 수가 없습니다. 워낙 비밀이 많은 사회이니 간부들도 이런 방법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있습니다.

오늘 저는 북한에서 알 권리를 빼앗긴 일반주민들과 달리 특수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특별간부강연, 특히 만수무강연구소에 근무할 때 들었던 특별간부강연에 대하여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특별간부강연은 매주 진행되는 일반 간부강연과 다릅니다.

북한에서는 도급이나 시 군 급의 당과 행정의 간부들을 사무원이라고 하는데 남한에서는 공무원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공무원으로 불리는 사람들을 간부라고 말하며 주말마다 그들에게 따로 하는 강연을 간부강연회라고 합니다.

북한의 모든 간부들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간부강연회는 주로 토요일이나 혹은 수요일 오후에 진행 됐습니다. 장소도 일반인들의 접근을 피하여 도 사적 관이나 시 사적관, 도당회의실, 시, 군당 회의실 등 보안이 유지되는 곳으로 정했습니다.

간부강연은 중앙당 선전선동부에서 하달된 강연 자료를 가지고 도당이나 시당 선전선동부 간부들이 진행 하는데 이 자료는 윗면에 '간부들에게 한함'이라고 밝혀져 있고 뒷면에는 숫자로 된 기요번호가 반드시 찍혀져 있습니다.

도당이나 시•군당들에는 총무부가 따로 있으며 기요번호가 붙은 강연자료는 총무부에서 관활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회수합니다. 아마 청취자 여러분들도 알고 계시겠지만 총무부는 과장이 최고 관리자인데 주로 기요문건들을 다루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간부강연에서는 일부 중앙기관 간부들 속에 있는 불법행위가 폭로되기도 하는데 간부들의 자각성과 충성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내용이라든지 북미회담이나 남북대화에서 우세하여 승리했다는 등 자신감과 소속감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소련이나 동구라파 나라들에서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자본주의가 복귀되었던 1990년대에는 간부강연에서 해산된 공산당 간부들이 꽃제비가 되거나 처형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체제수호를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을 역설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로무니아 대통령이었던 니콜라이 차우셰스크 부부가 군중심판을 받고 처형되었을 때에도 그 내용을 일반인들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간부강연회에서만 보여주면서 군중교양과 통제강화, 간부대열의 혁명화를 촉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간부강연이 전국적인 간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이와는 별도로 특별간부강연은 간부들 중에서도 특정한 집단을 상대로 중앙당 선전선동부 간부가 직접 현지에 파견돼 진행하거나 지어 중앙당비서나 항일투사들도 강사로 출연합니다.

금수산 의사당경리부 만청산 연구원 연구사였던 저도 보통 한 달에 한번이나 두 번 정도로 진행되는 특별 간부강연에 참가했습니다. 특별간부강연은 토요일 당 생활총화가 끝난 후 의사당경리부 본부 대회의실로 이동하여 받습니다.

토요일이 아닌 다른 평일에 진행될 때도 있는데 인민문화궁전이나 425문화회관 1100석에서 진행되기도 합니다. 강연 장소 입구에는 신분증을 검열하는 성원들로부터 세밀한 조사를 받은 후 회의장에 정해진 좌석에 앉아야 했습니다.

특별간부강연을 특별강연이라고 하거나 중앙당강연이라는 말로도 이야기했는데 중앙당선전선동부 강연자들은 목소리가 우렁차기도 하지만 말재주가 뛰어나서 듣고 있으면서 내용은 물론 언어구사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생각이 납니다.

한번은 패배주의에 대한 강연에서 동독의 에리히 호네케르(Erich Honecker) 동독 공산당 서기장이 독일 통일 이후에 소련에 망명하였으나 소련의 몰락으로 독일로 송환되어 재판 받은 사건을 설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소련에서 추방되어 재판을 받기 위해 독일로 압송되는 상황에서 김일성이 공산주의 혁명전우인 에리히 호네케르를 북한에서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알렸고 이 사건을 특별간부강연에서 자세하게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간부들을 상대로 김일성이 혁명의리의 화신이라고 추켜세운 강연이었지만 호네케르가 권력을 잡은 후 서독으로 탈출하려던 동독인민 192명을 즉결 처형한 죄 행과 그가 김일성의 요청을 거부하고 아르헨티나로 망명한 사실은 숨겼습니다.

특별간부강연 대상자들은 어디까지나 김일성과 김정일의 신임을 받던 고위간부들이거나 특수기관 종사자들이었기에 당과 운명을 함께 해야 영생하고 충성을 어기면 온 가족이 몰살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늘 포함되었습니다.

지금도 특별강연에서 강연 자들이 하던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귓전에 쟁쟁합니다. 1992년에 있었던 긴장된 정세와 관련해 김일성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김정일이 '조선이 없는 지구는 없다'고 하였다고 대답한 사실입니다.

북한은 지금도 이 내용을 가지고 미 제국주의를 향한 '조선의 정신', '장군님의 담력'이라고 요란하게 선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말은 미국이 아닌 당시 중국이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게 되면서 중국의 변화를 우려하는 김일성에게 김정일이 한 대답이었습니다.

또 한번은 특별간부강연에서 생화학무기 개발에 대한 주제를 다룬 적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비날론을 개발한 이승기박사가 북한에서 화학무기 개발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굳이 감춰둘 필요도 없는 비밀입니다.

독가스무기나 세균무기를 포괄하는 생화학무기 개발과 관련한 강연내용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개발에서 거둔 성과를 두고 주체적인 군사노선의 승리라고 자축하며 북한이 이제는 군사강국이 됐음을 노골적으로 주장했습니다.

강대하다는 미국도 김정일 앞에서 쩔쩔매는 이유가 이런 북한이 가진 핵과 화학무기의 강력함을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정권은 총대에서 나오고 총대로 지키는 것이 철의 진리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핵실험은 강력한 인공지진파로 하여 국제적인 감시를 피할 수 없지만 세균무기나 독가스무기는 외부의 감시를 피할 수 있어 개발이 쉽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강연은 체제유지를 위해 간부들에게 공포를 주려는 목적에서 진행됐습니다.

금수산 의사당경리부 간부들과 만청산 연구원 연구사들을 위한 특별간부강연은 주로 평양시 보통강구역 신원동에 위치한 금수산 의사당경리부 대회의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의 간부들도 만수무강연구소의 연구내용을 거의 모르고 있습니다.

만수무강연구소 특별간부강연에서 자주 이야기 되는 내용은 다른 나라들도 대통령의 건강장수를 위한 연구소가 있으며 영국이나 인도, 지어 일본도 자기나라의 대통령을 오래 살게 하기 위한 만수무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는 주제였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당시 만수무강연구소에 있는 모든 연구원들도 그러한 특별간부강연의 내용이 완전한 거짓임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저도 남한에 와서 인터넷을 찾아보고서야 특별간부강연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대부분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자국 내에서도 여행증명서 없이는 어디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곳,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도 바깥 세상을 접할 수 없도록 막아놓는 나라, 인터넷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우물 안의 개구리로 주민들을 감시하는 세상이 바로 북한입니다.

물과 기름이 한데 어울릴 수 없듯이 김정은 세습독재 권력이 있는 한 북한에서 수령, 당, 대중의 '혼연일체'는 절대로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제로라(내로라하는)는 간부들도 특별간부강연이라는 거짓에 속아 사는데 일반 주민들이야 어떻겠습니까?

김정은 세습독재 권력이 있는 한 북한의 그 어떤 간부라고 해도 지상천국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일반주민은 물론 특별공급까지 받으며 배를 불리는 간부들조차도 거짓과 위선의 울타리에 갇혀 사는 나라가 바로 북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