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성특수식료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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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에 계신 동포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김주원입니다.

지난 시간들에는 김정은과 고위간부들에게 고기와 알, 우유 등 축산제품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는 운곡목장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오늘부터는 김정은과 특권층들이 먹는 술과 맥주, 당과류들을 생산하는 평양시 룡성구역 룡추동에 위치한 룡성특수식료공장에 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평양시민들에게 룡성특수식료공장으로 알려진 이 공장은 428공장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북한 주민들이 이 공장의 명칭은 잘 몰라도 룡성맥주나 딸기사탕 등 특제품을 생산하는 고위층들을 위한 특제품공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룡성특수식료공장은 평양시에서 련못동을 지나서 평성방향으로 가다보면 평양시 룡성구역 무궤도전차 종점에서 북동쪽으로 약1km 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35만 평방미터의 부지에 공장당위원회와 행정사무실건물과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50여동의 건물로 되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지상에 있는 것이 공장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할 뿐 지하에 더 중요한 생산라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룡성특수식료공장에서 이 지하생산직장들을 통틀어 종합직장이라고 부릅니다.

면적도 지상면적의 거의 2배나 되며 입구는 하나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거미줄처럼 연결통로가 나있고 각종 특수식료품을 생산하는 직장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입구에는 1층짜리 건물이 있으며 보위대의 신원확인을 거쳐 지하의 내부로 들어가게 됩니다. 지하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8호 보안국에서 발급한 출입증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이 출입증은 15일마다 기간을 연장하여야만 작업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출입증과 함께 위생통과증도 있어야 합니다. 위생통과증은 금수산의사당경리부 남산검진대에서 분기마다 진행하는 세밀한 신체검사를 거쳐서 합격되어야만 발급됩니다. 신체검사지표로는 B형 간염항원, 결핵, 아메바성 적리, 습진, 건선 등 수십 가지가 들어있으며 이 검사를 위하여 한번에 50ml의 혈액을 채혈합니다.

만약 신체검사에서 한 가지라도 비정상적인 수치가 나온 경우에 작업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한 번의 재 신체검사를 받게 됩니다. 그 기간에는 지상의 공장주변과 도로를 청소하는 일이나 물자창고에서 하역작업에 동원되어야 합니다. 재검사에서 반복되어 비정상수치가 나타나면 공장에서 해고되고 맙니다.

룡성특수식료공장의 상급기관인 금수산의사당경리부 간부들이 검열이나 지도를 목적으로 지하에 있는 종합직장에 들어가거나 특제품개발을 위한 연구를 담당한 만청산연구원 연구사들의 현장연구를 목적으로 생산현장에 들어가려고 해도 반드시 8호 보안국이 발급한 출입증과 위생통과증이 있어야 합니다.

입구에서 보위대의 신분 확인이 끝나면 우선 탈의실에서 속옷까지 모두 벗고 현장과 연결된 대형목욕탕에 들어가게 됩니다. 목욕을 하고서야 다음 칸인 자외선소독실에서 위생복 상의와 위생바지, 흰소독장갑, 마스크, 슬리퍼를 신고 현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결국 외부에서 입었던 옷은 절대로 현장에서 입을 수 없으며 항상 자외선소독을 한 옷으로 바꿔 입고 생산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금방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려고 해도 반드시 탈의실과 목욕탕, 자외선소독실을 거쳐 현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위생복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 지하의 종합직장안에서 생산되는 각가지의 다양한 제품들을 외부에 가지고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주머니가 없는 옷을 현장에서 입도록 한 것입니다.

처음 종합직장에 들어가는 경우에 지하안의 생산 현장들은 마치 지상의 대형건물처럼 규모가 엄청 큰데 놀라군 합니다. 맥주직장의 대형발효탱크들도 얼마나 큰지 지하공장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이며 건당면직장이나 당과직장의 분쇄기나 혼합기도 대형가공설비여서 그 크기에 놀랍니다.

룡성가스맥주직장이나 국수제품을 생산하는 건당면직장, 전병이나 쵸코레트 등을 만드는 당과직장 등 다양한 직장들은 갱도들로 연결되어 있는데 처음 들어가는 사람들은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입구에서 보위대원들이 신분확인과 함께 안내를 해주며 갱도안의 분기점들과 매 직장출입갱도에는 보위대가 24시간 감시를 합니다. 모든 종업원들은 자기 직장 외에 다른 직장으로 갈 수 없으며 불필요하게 지하의 갱도를 거쳐 마음대로 움직이면 당장 해고를 당하게 됩니다.

같은 지하안의 종합직장들에서 직장마다 호상 유무상통이 직장장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맥주직장 종업원들이 다른 직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먹고 싶다면 직장장이 보위대에 말하여 가져다가 먹을 수 있습니다. 지하의 종합직장안에서 다른 직장에서 생산한 것들을 지하내부에서 먹는 것은 허용되나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없습니다.

8시간 교대근무제로 일하다 보니 도중에 식사시간이 있는데 공장식당은 야외에 있으므로 지하밖에 나와서 밥을 먹고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지하에 외부에서 그 어떤 음식물이나 밥이나 벤또(도시락)를 가지고 들어 갈 수가 없으며 직장인원이 집체적으로 이동하도록 강요합니다.

룡성특수식료공장 종업원들은 현장에서 잘 먹고 매달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갖가지 특제품들을 공급해 주다보니 영양상태가 대단히 좋습니다. 키도 늘씬하고 살도 피둥피둥 찐 데다가 지하에서 일하면서 햇볕을 제대로 보지 못하여 피부는 희멀건 다른 나라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그 누구나 동원되는 모내기동원이나 가을걷이동원 등의 농촌동원도 이 공장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배급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부식물과 특제품 간식거리도 정상적으로 보장받는 이 공장 노동자들은 그래도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옛날 속담에 말 타면 경마 잡고 싶다는 말이 있습니다. 배는 부르나 평양의 외화상점이나 장마당의 외국제 공업품들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이 공장 노동자들의 심리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 공장에서 생산물의 절취와 불법매매 등 다양한 범죄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람은 살아가자면 먹는 것 외에도 옷도 입고 집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더 좋은 수입산 공업품을 쓰려고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보위대와 결탁하여 절취하여 시장에서 매매하거나 룡성제품의 상표를 빼내다가 가짜제품을 제조해 팔다가 적발되는 등 범죄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지하의 종합직장에서 생산된 전병이나 딸기사탕, 코코아사탕, 룡성생과자, 크림겹과자, 살구씨향과자, 마요네즈, 건당면 등 김정은과 그의 가족, 특권고위층들에게만 공급되던 수십 여 가지의 고급당과류들은 생산되면 지하에서 야외 제품보관창고로 반출됩니다. 매일 중앙당 5과에서 김정은과 고위간부들에게 필요한 수량의 다양한 특제품들을 접수하여 집집마다 공급합니다.

평양에서 송팔사탕이라고 부르는 일반인들이 먹는 사탕은 입에 넣어도 너무 굳어서 깨물어 먹을 수도 없고 녹는 시간도 엄청 오래 걸립니다. 평양의 무궤도전차로 가장 먼 거리인 송신-팔골행을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는 시간이 30분인데 그 동안에도 다 녹지 않는 사탕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룡성특수식료공장에서 생산된 갖가지 사탕과 과자는 고급스럽고 질이 좋아 잘 알려져 있지만 평양의 일반인들은 물론 지방 사람들은 먹어보기 힘든 것들입니다.

룡성소주와 룡성맥주는 매일 김정은과 중앙당간부들에게 공급되며 과일단물(쥬스)과 룡성사이다도 간부집 아이들의 간식과 음료로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인민을 위한 나라라고 하면서 간부들끼리만 특수식료공장에서 나오는 고급당과류를 먹고 백성은 강냉이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북한사회는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의 불평등 사회입니다.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북한의 전역에 인민을 위한 룡성특수식료공장들이 세워지고 누구나 일하여 번 돈으로 먹고 싶은 고급당과류와 맥주를 마음껏 먹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