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지난시간에 이어 김씨 일가의 통치자금을 관리해오고 있는 노동당 서기국 산하 39호실에 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김일성은 수상님이라고 통했습니다. 당시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데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는 내각 수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1967년에 국내 독립운동가 계열이었던 갑산파가 숙청되면서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가 급속하게 활력을 띠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1974년 노동당 선전선동부를 장악한 김정일에 의해 북한판 파시즘인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이 모든 주민들에게 강요되면서 김일성에 대한 우상숭배와 일당독재, 봉건적인 세습권력의 기반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지게 되었습니다. 권력 세습에 혈안이 된 김정일은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확립한다는 구실로 정적숙청에 물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를 경험한 북한 주민이라면 당시 이웃에 살던 사람들이 가족들과 통째로 어디론가 끌려가는 모습을 자주 보았을 것입니다.
한편으로 김정일은 여러 가지 대회들을 요란하게 조직하면서 '선물정치' 놀음으로 불안에 싸인 간부들과 주민들의 마음을 달랬습니다. 1974년에는 노동당 재정경리부에 소속되어있던 39호실을 노동당 서기국, 즉 김일성 서기실로 옮겼습니다. 만수무강연구소가 김일성 일가의 건강장수를 위한 전문연구와 먹을거리들을 생산하고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었다면 아미산 총국은 김정일의 선물정치를 위해 중앙과 지방의 특산물들을 상납 받고 관리 감독을 하는 특수 기관이었습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에게 39호실이 필요했던 원인은 북한에서 자체로 생산할 수 없는 선물들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노동당 간부들과 핵심계층들을 위한 '명함시계'나 텔레비죤과 같은 선물들은 외화를 들여 다른 나라들에서 사들여야 했습니다. 이러한 외화 자금은 국내 외화벌이 기관들과 무역기관들을 통해 마련됐는데 노동당 39호실은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를 전문 관리하는 기관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개인금고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노동당 39호실이었습니다.
39호실은 국내에서 외화원천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에서 생산된 금, 은, 아연 등 지하자원을 모조리 끌어 들였습니다. 또 39호실은 '5호 관리소'라는 외화벌이 기관들을 각 지방마다 내오고 해마다 주민들에게 외화벌이 과제를 할당해 주었습니다. 송이버섯과 고사리, 서해 새끼 장어를 비롯한 자연산 외화벌이 원천들을 주민들로부터 징수했고 인민학교(소학교) 어린이들로부터 고등중학교 학생들에겐 해마다 토끼가죽 2장, 성인들은 말린 줄당콩과 개가죽 1장씩을 의무적으로 받아 냈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는 미국의 달러와 일본의 엔화, 영국 파운드와 옛 소련의 루불 등으로 다양했습니다. 39호실은 이런 외화를 해외에 몰래 감추어 두고 김일성과 김정일이 자신들을 위한 사치생활과 '선물정치'에 이용해 온 비밀금고였습니다. 김정일은 자신의 비밀금고 역할을 해 온 39호실 관계자들을 '충성의 외화벌이 전사'라고 불렀습니다. 2010년 3월 14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스위스와 유럽의 은행들에 감추어진 김정일의 비밀자금 40억 달러에 대해 낱낱이 공개했습니다.
텔레그래프는 "김정일이 핵과 미사일 기술거래, 마약밀매, 보험사기, 수용소의 강제노동, 외국 화폐위조 등을 통해 이 돈을 마련했고 유럽 은행들의 여러 비밀계좌들에 숨겨놓았다"며 이 돈은 "대부분 스위스 은행에 있었다"고 상세히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텔레그래프는 자금 세탁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제가 심해지자 노동당 39호실이 자금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스위스 은행에 숨겨둔 돈을 전부 현금으로 인출해 룩셈부르크 또는 세금을 물지 않는 다른 국가로 옮겼다고 전했습니다.
뿔럭불가담(비정부기구)운동의 '휴먼 라이츠 인 아시아'의 켄 카토 사무국장은 "김정일의 비밀계좌를 동결할 경우 역사가 바뀌게 될 것"이라면서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고 국제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그 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의 비밀 계좌는 역사상 가장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범죄를 통해 조성된 것"이라고 비난하며 일부 은행가들이 북한 독재자의 비밀비자금을 숨겨주는 대가로 큰돈을 벌 때 "북한의 인민들은 굶주리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일성, 김정일이 39호실을 통해 해외에 외화를 감춰두는 이유에 대해 동유럽사회주의나 중동에서처럼 체제가 무너지고 정권교체가 일어날 경우 해외로 도주하기 위한 자금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39호실을 통해 해외에 감춰두었던 자금이 고갈되고 있음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2014년에 대한민국의 서울에 있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송봉선 겸임교수는 '김정은의 비자금이 고갈되고 있다'는 책자를 집필하였습니다.
78페이지로 된 책에서 그는 김일성, 김정일이 가지고 있던 통치자금은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에게 집중됐다며 노동당 39호실은 해마다 2~3억 달러를 벌어 해외에 숨겨두고 있는 김정은의 비밀계좌들에 이 자금을 분산은닉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북제재가 심해지고 있고 핵, 미사일 개발과 전시성 공사들로 하여 외화가 고갈되고 있다며 김정은 역시 김정일처럼 간부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 '선물정치'를 위한 사치품 수입에 지나치게 골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통계자료들을 분석한 책자에서 저자는 김정일의 연간 외화지출이 3억 달러정도였으나 김정은은 매해 6억 달러가 넘는 외화를 탕진한다며 김정일 생존 당시 46억 달러정도였던 비밀자금이 현재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추정했습니다. 북한의 전국에 설치된 영생탑은 3,200여 개이며 김일성, 김정일 모자이크 벽화가 400여 개, 평양 만수대 언덕과 전국에 세워진 김일성·김정일의 대형 동상과 우상화 선전물 관리에 드는 비용만 해마다 2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노동당 재정경리부에 소속되어 있던 외화벌이 기관들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거치며 모두 39호실로 이양됐습니다. 현재 39호실 산하에는 대성총국과 금강지도국, 대흥지도국, 경흥지도국, 락원지도국과 같은 외화벌이 기관들이 있습니다. 39호실에는 이 같은 외화벌이 전담 기관들 말고도 벌어들인 외화를 관리하는 대성은행, 금성은행이 소속되어 있고 원평 대흥수산사업소, 문천금강제련소, 대성타이어공장 등 100여 곳의 외화벌이 기관들도 소속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북한의 모든 외화자금은 반드시 노동당 39호실을 거쳐 김정은의 주머니로 흘러든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사치생활과 핵, 미사일 개발로 해외에 감춰둔 비밀자금이 줄어들고 있지만 대신 외화벌이를 위한 사업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외화원천을 짜낼 방법이 없었던 김정은 정권은 북한의 근로자들을 해외에 파견해 노예노동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은 벌어들인 돈의 1/10 밖에 받지 못하고 나머지는 모두 김정은의 주머니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최근 노동당 39호실 간부들이 연이어 한국으로 망명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외화 주머니를 채워주지 못하면 언제 목이 날아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의 개인 금고지기 역할을 하던 39호실 간부들의 잇단 망명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김정은 체제의 몰락의 징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노동당 39호실 간부들까지 줄을 이어 망명하는 상태이면 김정은의 해외 비밀자금도 무사치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길은 노동당 39호실과 함께 파멸할 김정은 정권의 미래입니다. 지금까지 출연에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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