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청산연구원 응용학연구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안남도 운곡지구 종합목장을 현지지도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안남도 운곡지구 종합목장을 현지지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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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김주원입니다. 제가 예전에 이야기를 드린바 있지만 만수무강연구소는 김씨 일가의 먹을거리를 전문으로 생산하기 위한 여러 연구원들과 함께 산하에 많은 목장과 식료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던 만청산연구원에만 해도 금수산의사당 경리부가 관리하는 운곡목장과 룡성특수식료공장이 있었습니다. 운곡목장과 룡성특수식료공장은 만청산연구원 응용과학연구실에서 특제품생산과 가축사육 연구에 이용했습니다.

만청산연구원 응용과학연구실은 흔히 응용실이라고 했지만 연구원당위원회에서는 보안을 위해 '5실'이라고 부르도록 강요했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근무할 당시 응용과학연구실 실장은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 교수출신인 리경배 박사였습니다.

응용과학연구실에는 같은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인 신태섭 연구사를 비롯해 5명의 인원이 근무하였습니다. 응용과학연구실은 다른 연구실보다 인원이 적었는데 그 원인은 현장기술자들과의 공동연구가 기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응용과학연구실은 만청산연구원 청사에 2개의 연구실 겸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지만 운곡목장이나 평양중이목장, 아미산농장, 8호농장, 사슴목장, 노루목장 등 전국각지에 있는 특수목장 현지에 연구실들을 따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응용실의 기본임무는 북한이나 다른 나라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인공사육 하여 김씨 일가의 식탁에 정상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동물들은 있는 그대로 사육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장수 성분이 충분히 포함된 사료들을 먹여 키웠습니다.

이런 사료를 먹여 키운 동물들은 김일성, 김정일의 체질을 개선하고 건강에 유익한 영양분이 다른 가축들에 비해 특별히 높아야 했습니다. 또한 음식재료로 사용할 때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소화흡수가 잘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응용과학연구실에서는 인간의 건강에 좋다는 세계 여러나라 동물들의 인공사육과 필요한 사료연구가 많이 진행됐습니다.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된 현장은 평안남도 개천군과 안주시의 경계에 있는 운곡목장이었습니다.

응용과학연구실의 연구를 위해 투입되는 인원과 자금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먼저 만청산연구원 과학기술통보실에서 건강장수에 인기가 있는 세계 각국의 가축과 동물들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 자료를 상부에 제출했습니다.

과학기술통보실에서 제출한 자료에 근거해 중앙당 조직지도부 5과와 금수산의사당 경리부는 여러 나라들에 주재하고 있는 대사관과 외교일꾼들에게 필요한 가축과 동물들을 들여올 데 대한 지령을 비밀리에 내려 보내게 됩니다.

살아있는 동물이나 가축은 공항이나 항구를 마음대로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중앙당 외교부를 동원해 해당 나라 대통령이나 국가수반들이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동물들을 선물로 보내는 합법적인 형식을 상당히 선호했습니다.

해당 나라 대통령들이 살아 있는 동물들을 선물로 보내게 되면 세계가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것처럼 북한 인민들에게 선전을 할 수도 있어 더 없이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형식에 드는 자금이었습니다.

묘향산에 가면 '국제친선전람관'이라는 건물이 있습니다. 세계의 유명한 인물들이 김일성, 김정일을 칭송해 보내왔다는 값비싼 '선물'들을 진열해 놓은 곳입니다. 북한의 인민들은 잘 모르지만 이런 선물들이 절대로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북한의 외교일꾼들이 김일성, 김정일 명의로 해당나라에 값비싼 황금으로 만든 제품이나 대형수예작품 등을 보내고 대신 그 값으로 받아 온 '보물'들이 '국제친선전람관'에 진열돼 있는 이른바 '선물'들입니다.

외국의 인사들과 국가수반들이 보내 온 동물과 가축들도 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받아 온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선물'들이었습니다. '선물동물'들은 인공사육과 종자번식을 위해 반드시 쌍으로 들여와야 한다는 규칙도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던 대표적인 가축으로는 북한에서 진주닭이라고 부르는 호로새와 볏과 오골계, 황소개구리, 프랑스 사향오리, 칠면조였으며 동물들로는 타조, 왕비둘기, 말사슴, 북아메리카 검은곰, 자라와 휘귀거북 등 수십여 종에 달했습니다.

평양동물원에 가면 볼 수 있는 진주닭은 원산지가 아프리카인데 80년대 후반 북한에 들여와 인공사육으로 개체수가 늘어난 품종입니다. 운곡목장 가금전문직장인 6직장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을 위해 진주닭 수천 마리를 사육했습니다.

프랑스 사향오리는 보통 한 마리의 무게가 15kg에 달하는 아주 큰 가금류입니다. 워낙 체통이 크다보니 날지도 못하는 이 사향오리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으면서도 건강에 좋은 필수 영양물질이 많이 들어 있고 맛이 개고기와 비슷했습니다.

미국산 왕비둘기 역시 날개에 비해 머리와 몸집이 상대적으로 커서 제대로 날지 못하는 가금류입니다. 그러나 왕비둘기 알과 고기는 맛과 영양가가 높아 타산이 맞지 않게 사료가 많이 들었음에도 김정일과 그 족속들을 위해 사육됐습니다.

인공사육과 사육에 필요한 동물사료들은 모두 만청산연구원 응용학연구실에서 연구했습니다. 응용과학연구실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가축들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가금류들도 인공사육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운곡목장의 꿩사육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꿩의 인공사육은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 동물학과 교수였던 오명석 교수가 책임지고 1970년대부터 시작해 1980년대 초에 성공했습니다. 오명석 교수가 연구한 꿩은 일반 가금류와 달랐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꿩을 많이 키우지만 운곡목장의 꿩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체질에 맞는 약초들을 사료에 첨가해 고기와 알의 질이 달랐습니다. 한국이나 외국에서는 이렇게 지정된 약초를 먹여 키운 동물의 고기를 기능성 육류라고 부릅니다.

응용실 리경배 실장과 신태섭 연구사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좋아하는 '어치'를 인공사육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어치는 민간에서 산까치라고 부르나 김일성이 '깨까치'라고 부른 후부터 만청산연구원에서는 어치를 '깨까치'라고 명명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어치의 인공사육을 위해 운곡목장에 전문 작업반까지 새로 조직했으나 아직까지 인공부화를 비롯해 완전한 사육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가축류와 동물의 인공사육 연구과정에 드는 비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가금류의 종란보관방법, 수정율 개선과 가축의 인공부화, 환경적응과 생명유지를 위한 온습도 조절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질병예방과 사료의 적정 배합방법은 외국에도 없는 방법을 개척해야하는 분야였습니다.

특히 김일성과 김정일이 건강에 특화된 기능성 육류를 생산하려면 약초를 사료에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야 하는데 조금만 잘못하면 동물들이 죽거나 오히려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항성물질들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진주닭과 오골계, 꿩의 건강기능성 알을 생산하기 위해 매일 바다에 나가 수심 수백 미터 아래에서 해조류를 채취해 사료에 배합했습니다. 심혈관계 질병을 앓던 김일성과 김정일의 건강을 위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초들도 사료에 넣어야 했습니다.

응용과학연구실은 잡식성 동물의 먹이 해결을 위해 지렁이와 도롱뇽, 개구리와 미꾸라지를 사료로 키우는 작업반을 운곡목장에 따로 운영했습니다. 이들의 수고를 헤아려서인지 김씨 일가는 해당 연구사들에게 표창과 선물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응용과학연구실의 연구도 운곡목장의 기능성 육류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만수무강'을 선사하지 않았습니다. 최고지도자 한 사람을 위해 만수무강연구소라는 비효율적인 연구기관을 운영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서 북한이 유일할 것입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그런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과연 어떻게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황당할 뿐입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김주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