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청산연구원 과학기술통보실

사진은 '조선의 오늘'에 실린 조선건강합작회사의 직원과 제품 모습.
사진은 '조선의 오늘'에 실린 조선건강합작회사의 직원과 제품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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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시간 저는 김일성 일가의 식탁에 오르는 먹을거리를 현대의학기술과 접합해 건강장수식품으로 변화시키는 만청산연구소 자동화공학 연구실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만수무강연구소 과학기술통보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과학의 세계를 정복하는 모든 연구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만청산연구원도 김일성 일가의 건강장수를 위한 어떤 과제를 집행하기 전에 먼저 선행연구라는 걸 시작하게 됩니다.

선행연구는 과거에 진행된 비슷한 연구자료와 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성과들, 세계적인 과학기술 추세를 면밀히 분석해 연구할 가치가 있는지, 연구를 위해 얼마만큼의 자금이 필요한지를 산출해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선행연구에서 가치가 인정되고 필요한 자료와 자금이 확보되면 곧 현행연구가 진행됩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건강장수를 위한 만청산연구소의 모든 연구과제들도 과학기술통보실의 선행연구 과정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만청산연구원의 과학기술통보실은 필요한 연구를 위한 정보분석을 기본으로 하는 선행연구 전문 부서였습니다. 만청산연구원에서 과학기술통보실은 비밀보장을 위해 보통 통보실 혹은 7실이라고 불렀습니다.

김일성 사망 당시 통보실 실장은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 교수출신인 오명석 박사였습니다. 통보실은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야 하는데 그러다나니 연구사들 대부분이 외국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과학교육을 담당했던 서기관 출신들이었습니다.

중국주재 북한대사관 과학교육담당 서기관이었던 김흥표 박사는 6,25전쟁 시기에 전쟁고아로 중국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습니다. 1957년에 중국에서 돌아와 학원을 마친 뒤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 생리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중국대사관에 근무할 때 김흥표 박사는 김일성 일가의 건강장수를 위한 많은 의학자료들을 중앙당과 금수산의사당 경리부에 보고하여 충성심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사관에서 귀국한 후에는 만청산연구원 통보실로 소환됐습니다.

김흥표 박사가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북한에 들여보낸 것은 오골계와 흑미, 희귀 야채류들, 꽃버섯 등 가축들과 휘귀남새, 농작물이었습니다. 그 속에는 중국에서 연구된 건강장수 관련도서들도 수십 권이나 있었습니다.

만청산연구원 통보실에는 김흥표 박사와 같은 외교관, 유학파 출신 연구사들이 12명 정도 근무를 했습니다. 중국 상해외국어대학 유학생출신 김명식 연구사와 독일이나 소련을 비롯한 유럽의 대학을 졸업한 연구사들도 있었습니다.

구성 인원이 외교관이나 유학파 출신들이다 나니 가정환경도 요란했습니다. 김선희 연구사는 북한 경공업상이었던 김복신의 딸이었고 김정일과 가장 가까웠던 외교부장 허담의 딸도 독일유학을 마치고 이곳 과학기술통보실에 배치됐습니다.

이들은 주로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 대사관들과 재일총련에서 보내 온 건강장수 관련 외국서적들을 선택하고 번역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만큼 외국어 실력이 뛰어났는데 수집된 자료들은 필요에 따라 공개용과 비공개용으로 분류됐습니다.

영어와 로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중국어, 이태리어로 된 서적들은 연구원들을 통해 번역된 후 연구실장 협의회에서 공개용과 비공개용을 결정했습니다. 공개용은 연구원 내부 통보자료집으로 만들어져 매 부서들에 보급됐습니다.

비공개로 선정된 도서들은 김일성, 김정일에게만 따로 책자로 제작해 올렸습니다. 과학기술통보실에서 만들어진 내부용 자료집도 절대로 외부에 가지고 나갈 수 없었으며 인민대학습당이나 일반 도서관에 열람용으로 비치되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보고된 자료 중에서 일부는 김정일의 지시로 북한의 고위급 간부들에게도 전달됐습니다. 중앙당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매주 참가하는 강연회의 마감시간에 건강상식으로 전달됐고 고위급 간부들만 볼 수 있는 '참고신문'에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세계 각국에 파견된 북한대사관의 외교관들은 충성경쟁의 일환으로 김일성, 김정일의 건강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해당 나라의 서적들과 설비 카탈로그, 건강장수 관련 간행물, 국제적인 세미나자료집, 참고서적들을 모조리 구입하였습니다.

구입한 자료는 중앙당 조직지도부 5과를 거쳐 만청산연구원으로 보내졌습니다. 자료수집을 위해 통보실연구사들이 직접 다른 나라들을 다녀오거나 해외에서 진행되는 의료학술 회의에 통역원으로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과학기술통보실에서 큰 관심을 가졌던 건 세계의 유명한 장수촌들이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사르데냐(Sardegna)와 일본의 오키나와(Okinawa), 그리스 이카리아(Icaria), 그리고 불가리아의 스몰리얀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들입니다.

만청산연구원 통보실은 이런 장수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식생활 습관과 기후풍토 등 다양한 자료들을 종합하여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보고하였습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지역은 지중해에 위치한 섬인데 휴양지로 유명합니다.

사르데냐에는 아스파라거스 음식축제가 해마다 전통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사르데냐섬에서 자라는 아스파라거스는 영양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아미노산의 하나인 아스파라긴이 많이 들어 있어 정력증진에 효과적이었습니다.

이 섬은 여성에 비해 남성의 장수비율이 높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건강장수의 비결이 단순히 먹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이 결합되었다고 강조합니다. 즐거운 여가생활과 운동이 건강장수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자료실의 관심을 끈 일본의 오키나와도 세계적으로 장수자가 많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오키나와 주민들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76세이고 여자는 83세였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노인이 28명으로 기록됐습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하루 세끼 밥을 먹으며 녹두, 갓, 무, 호박 등 야채를 많이 먹는데 식생활의 80%가 식물성 재료들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아시아 열대지방에서 재배되는 생강과 맛과 향이 좋은 심황(turmeric)차를 주로 마셨습니다.

여주(Bitter gourd) 쑥, 칡, 곤약, 해초, 재스민으로도 차를 만들어 마시고 있는데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심장병이나 암, 전립선 질환이 거의 없었습니다. 음식을 적당히 먹는 소식(小食)을 장수의 비결로 여기고 있는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이들은 '하라하치부(腹八分)'라는 식생활 전통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하라하치부'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위안이 80% 정도 찼을 때 숟가락을 내려놓는다는 뜻입니다. 과학기술통보실에서는 이런 장수촌들을 연구했습니다.

자료 수집을 위해 직접 연구사들을 현지에 파견하거나 다른 나라들에서 이미 연구한 자료들을 번역하여 정리해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건강장수의 가장 좋은 비결은 환경조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내용을 보고 받은 김일성과 김정일은 경치가 좋고 공기가 맑은 양강도 삼지연군에 초대소를 지어놓고 해마다 7월과 8월이면 2달간의 휴양을 즐겼습니다. 건강기능성 식품을 먹으며 일과에 맞게 잠을 자는 것도 중요한 장수비결이었습니다.

김일성 일가의 건강장수를 위해 항상 수천 명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분주히 움직여야 했습니다. 이 세상의 좋은 음식은 콩으로부터 당나귀 고기, 상어지느러미 요리에 이르기까지 김일성과 김정일은 그 어느 것이나 배를 두드리며 먹었습니다.

인민들은 굶어죽던 말던 과학기술통보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탕진해가며 조사하고 연구한 자료와 음식으로도 김일성, 김정일의 건강장수에는 도움이 못됐습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김정은 역시 장수와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김주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