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김주원입니다. 지난 시간들을 통해 저는 김일성 일가의 건강장수를 위해 설립된 만수무강연구소의 내부 연구원들, 룡성 특수식료 공장과 운곡 목장의 실체를 폭로했습니다.
오늘은 북한 고위특권층들의 충성경쟁을 유도하고 인민들을 기만하기 위해 김일성 일가가 벌려놓고 있는 선물놀이와 금수산 의사당경리부 선물 과에 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북한이 세상에서 가장 못 살고 헐벗은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큰소리를 치던 김정일도 생전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엔과 다른 나라들에 구걸의 손을 내밀기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세계 경제학자들은 북한 경제의 몰락이 김일성으로부터 시작돼 김정은으로 이어지고 있는 선물 정치 때문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습니다. 텔레비젼(TV)을 통해서도 많이 보셨겠지만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전람관'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북한은 '국제친선전람관'의 전시품들이 모두 김일성, 김정일을 흠모한 외국의 정상들과 유명한 정치인들이 보낸 선물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전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실소를 금치 못할 것입니다.
김일성 일가가 세상 물정을 모르게 우리 인민들의 눈과 귀를 다 막아놓고 얼마나 거짓을 늘여 놓고 있는지는 '국제친선전람관'에 있는 그 무슨 선물이라는 것을 놓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가 정상들과 정치인들 간의 선물은 상호 교환방식입니다. 내 손에서 그만한 값어치 있는 것이 나가야 그만한 값어치의 소위 '선물'이 들어 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된 선물들이 결코 공짜가 아니며 김일성, 김정일을 흠모해 보내준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된 값나가는 소위 '선물'들은 우리 인민들의 뼈를 깎는 고통의 대가이고 피눈물이며 무참히 빼앗긴 우리 인민들의 노동력에 대한 결과입니다.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은 사회주의 진영에서 패권을 다투던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다리기를 하며 권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 기회주의적 온상은 동유럽과 다른 사회주의 나라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사회주의 세계에서도 철저히 버림을 받았던 김일성과 김정일은 돈과 선물로 다른 나라의 환심을 사려했습니다. 나라의 외화를 마구 탕진해 외국정상들과 이름난 정치인들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그 대가가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된 선물들입니다.
외국을 상대로 한 선물정치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김일성과 김정일은 자신들에게 더 충실히 복종하도록 국내 간부들을 상대로도 선물정치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체제유지를 위해 선물정치의 폭과 규모를 크게 늘렸습니다.
선물은 김일성, 김정일이 대상과 규모를 지정해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금수산 의사당 경리부에는 '선물과'가 따로 있는데 이곳 간부들은 김일성, 김정일의 선물 지시가 내릴 때마다 물자수집에 곧바로 나서곤 했습니다.
해마다 북한의 간부들 2만여 명에게는 김일성과 김정일 명의로 된 선물이 전달됐습니다. 지금은 권력을 이어받은 김정은의 명의로 선물이 공급되고 있는데 오히려 김일성, 김정일 시대보다 더 통이 커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선물 대상과 규모를 정하면 중앙당 5과와 6과, 11과에서 구체적인 명단을 작성했습니다. 이 명단은 금수산 의사당경리부 '선물과'에 전달되고 '선물과'에서 명단에 따라 물자를 준비했습니다.
중앙당 비서들과 정치국 위원들을 비롯한 고위 측근 6000여명은 매년 설날과 김정일 생일(2월 16일), 김일성 생일(4월 15일)에 빠짐없이 선물을 받습니다. 그 외 1만4천여 명은 각종 행사 때나 특별히 지정된 날 비정기적으로 선물을 받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중앙당 5과에서 추천하는 선물대상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현직과 전직 중앙당비서들, 각 군단 정치위원, 김정일의 대학동창생, 사법기관과 지역 당, 행정 간부 등 체제유지를 위한 측근 하수인들이 속했습니다.
중앙당 11과의 선물 대상은 통전부 산하 연락소들에서 남한과 해외에 간첩으로 파견되었다가 죽은 사람들의 가족들이며 중앙당 6과 대상은 항일투사 유가족들과 6.25전쟁 영웅가족, 일본 조총련 결성에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가족입니다.
선물도 부류가 있는데 1호대상, 2호대상, 11호대상, 33호대상 등으로 나뉩니다. 고정적인 선물대상자 외에도 100돌 생일상, 환갑상 등 주민을 기만하고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선물공급도 드물게 이루어졌습니다.
선물은 3개 혹은 5개의 선물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큰 지함(박스)에 넣어 전달되는데 선물에 들어가는 내용은 대상자의 급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노동당 비서들과 내각 부총리 급 인사들은 최고 수준의 선물을 받습니다.
그 속엔 고급양복지 2벌, 한 병의 가격이 100달러를 넘는 프랑스의 꼬냑 헤네시 술과 30달러정도의 엑스오우(XO)술, 북한산 고급술 5병, 북한 대성담배공장에서 생산한 '영광'이나 '낙원' 같은 고급담배, 각종 음료와 통조림 등 수십 가지에 달했습니다.
선물 대상자들을 위해 북한의 전 지역에 분포된 농 축산기지들과 수산사업소, 과수농장에 조직된 '9호 작업반'에서 특별히 생산된 물자들이 9호화물이라는 이름으로 특수열차에 실려 평양으로 운송되었습니다.
사과나 배도 9호 제품으로 재배한 것이고 바나나와 멜론과 같은 남방과일들도 들어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조총련이나 남한의 시민단체들을 통하여 들여온 제주도에서 생산한 제주감귤은 한지함(한 박스)씩 선물로 공급했습니다.
선물지함에는 김정일의 '선물'이라는 문자가 금박으로 찍힌 증서도 들어있습니다. 선물 대상자들은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를 향해 경례를 한 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높은 정치적 신임과 배려에 충성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외칩니다.
북한에서 고위간부들에게 주는 선물의 비용은 해마다 조금씩 차이 나지만 평균 2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한 명에게 한번에 300달러에서 400달러에 해당하는 선물을 주는 것인데 4백 달러면 국제시장에서 강냉이 1톤을 살 수 있는 자금입니다.
이런 선물 외에 벤츠, 폭스바겐, 볼보와 같은 고급 외제차와 시계, 전자제품, 양주를 수입하여 당과 군의 주요간부들 급수에 따라 선물로 전달했습니다.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권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선물정치는 더욱 요란해지고 있습니다.
'국제친선전람관'에 쌓아 놓은 억만 금의 선물들, 하수인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선심성 선물들, 그 선물들을 마련하는데 얼마나 많은 자금이 탕진됐고, 그로 하여 얼마나 많은 북한의 인민들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당해야 하겠습니까?
북한 지도층이 선물정치 대신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돈과 정성을 쏟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리면서 지금까지 탈북자 김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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