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김주원입니다. 북한에는 아직도 김일성 일가를 위한 특수기관들이 수없이 존재하고 있는데 김정은이 권력을 잡고 난 이후 무려 5개의 '1호 비행장'을 비롯해 특수기관들은 더욱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일성 일가를 위한 특수기관들 중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먹을거리와 건강 장수를 위한 특제품 생산기지들입니다. 오늘은 김일성 일가의 먹을거리 생산기지였던 학산게사니 (거위)공장에 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학산게사니 공장은 평양 시 형제산구역 학산 동에 위치해있습니다. 1980년대 말 김일성의 지시로 북한에서는 게사니 기르기 열풍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풀을 많이 먹는 게사니는 사료가 적게 들 뿐 아니라 털을 수출해 돈을 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그때를 경험한 분들이라면 게사니 고기를 맛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김일성의 지시와는 달리 게사니는 절대로 사료가 적게 드는 가금류가 아니었습니다. 키우는데 품도 많이 들어 북한의 협동농장들도 게사니 기르기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평양역에서 열차를 타고 순천방향으로 가다 보면 서평양역을 지나 서포 역, 산음 역, 간리 역을 지나게 됩니다. 그중 평양 시 형제산구역에 속하는 산음 역은 열차가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역으로 한때 많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평양 시 형제산구역에는 북한에서 한다하는 간부들조차 접근할 수 없는 비밀구역이 여러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형제산구역 산음동도 그러한 지역인데 이곳 봉수산 기슭에는 초라한 건물 몇 채만 보이는 '평양돼지공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겉보기에 초라한 '평양돼지공장'이지만 그곳은 봉수산 지하에 큰 규모의 설비들을 갖춘 미사일 생산 공장입니다. '광명성'과 '은하'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북한이 여러 차례 쏘아올린 미사일들은 모두 이곳 '평양돼지공장'에서 만든 것들이었습니다.
평양 산음동 북쪽으로는 역시 형제산구역 신미리인데 이곳엔 '애국열사릉'이 있습니다. '애국열사릉' 에서 동쪽방향으로 학산동이 시작되는데 이곳에 위치한 '학산게사니공장'은 14개의 큰 사육 동을 비롯해 부지면적만 25만㎡에 달했습니다.
북한에서 게사니 사육은 1980년대 금수산의사당 경리부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먹는 게사니 간 요리인 푸아그라가 인간의 건강장수는 물론 맛도 일품이라는 자료를 김일성에 보고한 후부터였습니다.
김일성은 금수산의사당 경리부 신상균 부장에게 게사니를 키울 데 대한 지시를 내렸고 이렇게 시작된 것이 평양시 형제산구역 학산동에 있는 '학산게사니공장'이었습니다. 당시까지 '학산게사니공장'은 소규모의 목장에 불과했습니다.
그 시절 김일성의 후계자였던 김정일은 성기능이 좋아야 오래 살 수 있다며 자연적인 약재로 정력제를 연구할 데 대해 늘 강조해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게사니 간이 정력에 좋은 식품이라는 사실을 김정일도 알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게사니 간을 얻기 위해 김정일은 금수산의사당경리실에서 시작한 게사니 목장의 규모를 확장하고 현대화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렇게 되어 '학산게사니공장'은 사육동과 알 깨우기실, 도축 실, 가공직장을 갖춘 대규모 공장으로 변모했습니다.
프랑스어로 '살찐 간' 또는 '기름진 간'을 의미하는 '푸아그라(foie gras)'는 게사니의 간을 가지고 만든 요리입니다. 전통적 조리방법으로 만들어진 '푸아그라'는 프랑스에서 진행되는 각종 연회나 행사에 빼놓을 수 없는 고급 요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사니간 요리는 철갑상어알 요리와 송로버섯 요리와 함께 프랑스의 3대 요리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게사니간 요리는 비타민 A가 많이 함유된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 식품으로 맛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100g의 게사니간에는 단백질이 약 20g, 탄수화물이 2.6g, 레티놀, 베타카로틴, 비타민A, 비타민B1, B2, B6, 비타민C, 비타민E, 아연, 인, 철, 칼륨 등이 들어 있어 기력을 돋우고 보혈작용이 뛰어나며 병약자나 노인들의 보양식으로 좋습니다.
게사니 간을 요리재료로 쓰려면 인공적인 방법으로 간을 크게 키워야 하는데 그 방법이 매우 잔인 했습니다. 우선 게사니 간은 수컷일수록 더 빨리 자랍니다. 그런 이유로 갓 까나온 게사니 새끼들은 종금용만 남기고 암컷은 모두 폐사시켜 버립니다.
간을 크게 키우기 위해 새끼 때부터 게사니 수컷은 운동할 수 없도록 좁은 철창우리에 가두고 목만 밖으로 꺼내 놓습니다. 게사니 입에 40cm 길이의 호스를 꽂고 약 100그램의 강냉이와 콩을 하루 3번씩, 한 달 동안 강제로 주입시킵니다.
게사니가 먹이를 토해내거나 도리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 뒤를 집게로 고정시키고 물대신 우유를 먹입니다. 운동을 할 수 없는 작은 철창에 갇혀서 사료를 과잉 섭취한 게사니의 간은 정상적인 크기보다 약 5~10배로 커집니다.
제가 근무할 당시 만청산연구원 자동화공학 연구실에는 '학산게사니공장' 알깨우기실의 공정자동화를 완성해 부화율을 70%까지 개선하였습니다. 그러한 공로로 자동화공학 연구실은 김정일의 감사문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자동화공학 연구실 배명성 실장이 책임지고 로춘수 연구사가 담당한 공정자동화를 위해 수백만 달러가 탕진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사다 쓰면 될 텐데 괜히 외화만 탕진한다는 주변 연구사들의 비난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다 키운 게사니의 간은 크기에 따라 1급부터 3급까지 나누는데 1급은 김일성, 김정일에게 공급되는 것으로 무게가 600그램 이상이어야 했습니다. 2급이나 3급제품은 600그램 이하로 중앙당과 금수산의사당경리부의 책임간부들에게 제공됐습니다.
노동당 중앙위와 금수산의사당경리부는 각각 운영하는 공급소가 있는데 여기서는 일주일마다 과일과 육류, 수산물, 지어 남새까지 공급합니다. 게사니 간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밖에 공급을 못했는데 그 요리 맛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민대학습당 5층에 있는 비공개 열람실에는 일반 사람들이 볼 수 없는 한국의 기술서적들과 외국 요리도서들이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만청산연구원은 김일성 일가의 건강장수를 연구하는 특수기관으로 매달 비공개도서 열람증이 발급됐습니다.
이 요리책들에는 철갑상어의 알로 만든 캐비어 요리법과 상어지느러미로 만든 샥스핀, 그리고 게사니 간으로 만든 푸아그라요리법 등 유명한 서양요리법들이 나와 있습니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내는 푸아그라는 요리 방법이 다양했습니다.
요리책에 게사니의 간으로 만든 푸아그라는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지역에서 생산한 포도주인 소테른(Sauternes) 와인을 곁들이면 최고라고 씌어져 있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게사니 간 요리에 소테른 와인을 즐겨 마신다고 들었습니다.
요리를 목적으로 간을 키우는 과정에 목과 내장이 심하게 손상돼 죽어버리는 게사니들은 '학산게사니공장'에서만 한해 수 만 마리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세계의 많은 동물애호가들이 푸아그라를 위한 게사니 사육을 잔인한 동물학대로 규정했습니다.
동물학대 논란과 함께 게사니 간 요리인 푸아그라를 먹는 것을 금지하거나 푸아그라용 게사니 사육 자체를 금지하는 나라들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직 자신의 권력만 유지하려는 독재자 김정은은 이런 세계의 흐름에도 귀를 틀어막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김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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