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김주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김씨 일가가 먹는 남새들을 전문적으로 생산하여 보장하던 금수산연구소와 거기에서 생산되는 여러 가지 산나물들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금수산의사당경리부 산하 금수산연구소에서 개발해 김정일로부터 치하를 받았던 꽃버섯다발에 대해 이야기 드리려고 합니다. 꽃버섯다발은 이름 그대로 색과 모양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꽃을 연상시키는 버섯종류입니다.
금수산연구소에서는 김씨 일가의 건강 장수를 위해 우수한 산나물과 남새류는 물론 각종 버섯류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했습니다. 예로부터 버섯은 사람의 건강에 좋은데다 맛도 별미여서 '신의 식품'으로, 불로장수의 명약으로 이용되었습니다.
버섯은 지구상의 그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는데 자연에서 자라는 일반 식물이 아닌 하나의 균류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땅에서 돋는 것부터 죽은 나무나 다른 식물에 기생하는 것까지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일부는 갑자기 돋았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하여 옛사람들은 버섯을 '요정(妖精)의 화신'으로까지 생각하였습니다. '삼국사기'와 '세종실록'을 보면 우리 조상들도 식용과 병치료를 위해 오래전부터 버섯을 많이 이용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버섯은 맛과 영양도 일품이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생물활성 물질들인 렉틴, 효소, 여러 항생물질들이 인체의 건강에 필수적인 성분들이어서 현대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식용재료로 날이 갈수록 인기가 오르고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김씨 일가의 식탁에 올랐던 버섯들은 금수산의사당경리부 산하 각 지방의 '9호 작업반'에서 채취한 것이었습니다. 상황버섯과 영지버섯, 송이버섯을 비롯해 해마다 버섯채취에 동원되는 인원만 수백 명이 넘었습니다.
성격이 괴팍했던 김정일은 야생에서 자란 버섯의 약효나 맛을 인정하면서도 웬만하면 먹지 않았습니다. 자칫 불순한 목적을 가진 자들이 외부에서 채취해 올린 버섯에 자신들의 건강을 해치는 물질을 넣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김정일은 금수산연구소에서 인공적인 방법으로 건강에 좋은 약용버섯과 식용버섯을 재배해 계절에 상관없이 정상공급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온실에서 재배하기 쉬운 버섯은 연구소에서도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송이버섯을 비롯해 금수산연구소의 수많은 연구진이 동원됐음에도 아직 인공재배에 성공하지 못한 버섯들도 한 두 종류가 아닙니다. 대신 육종학적 및 세포 공학적 연구로 모양과 크기, 색깔이 다양한 새 품종의 버섯들을 대량 개발했습니다.
이 연구 과제를 집행하기 위해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 실험생물학과와 식물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육종학 전문가들이 버섯연구팀에 배속되었습니다. 이들은 크게 식물생리학과 세포공학, 유전자공학 연구조로 나뉘었습니다.
초기에는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등 이미 인공재배 되고 있던 버섯류들을 자연산과 효능이 같게 만드는 연구가 기본이었습니다. 김정일은 검증이 어려운 자연산보다 이렇게 인공 재배된 버섯요리들을 안전하게 여기고 즐겨 먹었습니다.
구체적인 연구를 위해 만수무강연구소 산하 만청산연구원 통보실에서는 버섯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기록한 보고서를 김정일에게 제출했습니다. 여기에는 버섯의 면역증강역할과 생체향상성유지, 암과 치매개선요소들이 자세히 기록됐습니다.
또 세계 각국의 다양한 버섯들과 재배동향, 외국산 버섯들을 인공재배하기 위한 기술적 문제들까지 일일이 지적되어있었습니다. 이러한 보고서에 기초해 금수산연구소 버섯연구팀에는 새로운 과제들이 연이어 떨어졌고 연구범위도 넓어졌습니다.
그만큼 연구인원도 늘어났고 지방에서 성공한 버섯재배 기술들도 체계적으로 연구팀에 제공됐습니다. 기름진 음식들만 먹어 고도비만과 심혈관계 질병이 있던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있어서 칼로리 함량이 낮은 버섯은 매력적인 식품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수산연구소에서 재배되는 버섯들을 김씨 일가의 건강에 특별히 좋게 성분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던 중 우연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워낙 버섯이 종류에 따라 색과 모양이 다 다르지만 특유의 성분을 첨가한 버섯은 색과 모양이 변화됐습니다.
여기에서 착안한 것이 건강에도 좋으면서 색과 모양이 다양한 버섯들을 재배하는 시도였습니다. 같은 버섯이라 해도 글리포린과 일루신, 베타글루칸과 같은 성분들과 아미노산의 량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따라 색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이 모든 성분들을 구체적으로 관찰해 재배방법을 완성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980년대 말, 금수산연구소 버섯연구팀은 처음으로 자연색 꽃버섯을 일부 완성해 김씨 일가의 식탁에 올렸습니다.
건강에도 좋고 보기에도 화려한 버섯은 대번에 김정일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에 만족한 김정일은 버섯연구팀에 훈장과 선물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정일의 치하에 고무된 버섯연구팀은 1990년대 다양한 꽃버섯 종류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이렇게 재배된 꽃버섯에는 색을 나타내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flavonoid]와 폴리페롤[polyphenol] 등이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효과와 하노화작용,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항염증에 효과가 매우 뛰어났습니다.
처음에는 느타리버섯과 팽이버섯, 고슴도치버섯(노루궁뎅이버섯)으로 여러 가지 색깔을 내는데 성공하였는데 이러한 버섯들은 모양도 독특해 큰 원형그릇에 소복히 얹으면 마치 화려한 꽃바구니를 연상케 했습니다.
노란색으로는 느타리과 상황버섯, 빨간색으로는 동충하초, 영지버섯, 검은색은 흑목이버섯, 차가버섯, 녹색은 표고버섯, 능이버섯, 그리고 흰색은 팽이버섯, 고슴도치 버섯으로 나뉘어졌는데 이들을 한곳에 합쳐 놓으면 참으로 볼만했습니다.
김정일은 금수산연구소에서 재배한 꽃버섯을 외국의 사절들을 위한 연회석상에 내놓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고위층들이 벌리는 비밀파티에도 식탁의 중심에 화려한 꽃버섯을 놓도록 김정일은 지시했습니다.
북한 고위간부들도 금수산연구소 간부들과 버섯연구팀 연구사들, 지어는 김정일에게 직접 간절하게 청해서 이 화려한 꽃버섯 다발을 자녀들의 결혼식이나 부모의 환갑상 중심에 놓고 허세를 뽐냈습니다.
만백성이 굶어 죽어가던 '고난의 행군' 시기 김정일은 쪽잠과 줴기밥으로 끼니를 에운다고 거짓선전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뒤로 돌아 앉아서는 꽃버섯 다발이 놓인 화려한 연회석상에 돈을 물처럼 쓰면서 아무것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인민을 속이면서 진수성찬을 즐겼지만 김정일은 오래 살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권력의 자리에 오른 김정은이 진귀한 꽃버섯을 독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운명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꽃버섯 다발이라 해도 뜨거운 김이나 약간의 찬 서리를 맞으면 맥없이 축 늘여져 볼품없이 되어버립니다. 마치 인민의 버림을 받으면 어떤 독재자라도 초라한 최후를 맞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김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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