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문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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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김주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오늘날에는 김정은의 건강장수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만수무강연구소들에서 어떻게 건강기능성 식품들을 개발하는가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금수산의사당 경리부가 주도했던 북한의 아편재배에 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오늘날 북한은 세계를 위협하는 마약범죄 국가로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북한에서 미성년자들도 쉽게 구할 수 있는게 아편과 필로폰과 같은 마약들입니다.

북한에서 마약의 한 종류인 아편을 대대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건 1987년부터입니다. 사실 그 이전부터 모르핀과 아드로핀과 같은 의약품 생산, 그리고 외화벌이를 위해 함경북도 단천군과 여러 지방들에서 몰래 아편을 재배해왔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북한이 아편을 대대적으로 재배하고 그 이름도 ‘백도라지’라고 부른데는 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김일성 일가의 건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만수무강연구소는 그야말로 북한에서 돈 먹는 ‘하마’였습니다.

만수무강연구소의 설비와 시약들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값비싼 최신형으로서 북한에는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주로 유럽과 일본, 미국을 비롯한 의료선진국들에서 설비와 시약들을 수입해야 했습니다.

특히 동유럽 붕괴 이전까지 자본주의 국가들이 ‘대공산권수출통제기구(COCOM)’를 통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해 설비와 시약의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밀 엄수를 위해 온갖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다 보니 비용은 더 부풀려졌습니다.

분광광도계 한 대의 가격이 1천8백만 달러였고 오실로그라프는 2천 달러였습니다. 여기에 2만 달러의 무균 조작대와 초고속원심분리기, 17만 달러의 자동생화학분석기 등 그 설비들의 값은 과히 천문학적이었습니다.

만수무강연구소는 김일성, 김정일 건강연구를 위해 1988년부터 1990년대 사이 미국과 독일, 일본, 스위스 등지에서 수십 종의 연구 장비를 구입하였는데 최소 2천 달러에서 최고 20여만 달러가 넘는 설비들이 수십 대가 있었습니다.

이 설비를 가동하는데 드는 시약들도 미국의 시그마회사와 독일의 만하임회사 등에서 수입했는데 저 혼자 1년간 사용한 시약을 계산해보니 5천여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연간 이렇게 쓰는 설비와 시약 값을 김일성 정권은 감당키 어려웠습니다.

해마다 최신식 장비와 시약구입에 드는 돈을 마련하기에 위해 필요한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가 금수산의사당경리부에 내렸습니다. 금수산의사당 경리부장 신상균이 김일성에게 아편재배를 권고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양귀비를 재배해 여기서 생산되는 마약인 아편을 팔면 연구자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제의서였습니다. 당시 자금난에 쪼들렸던 군부와 통전부 산하 각 연락소들은 아편을 국제범죄조직들에 팔아 자체로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김일성은 신상균을 ‘동갑이’, ‘우리집 식구’라고 불러주며 신임했습니다. 신상균으로부터 이런 엄청난 제의를 받은 김일성은 김정일에게 의향을 타진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김일성과 김정일의 ‘공동통치’가 시작돼 서로간의 합의는 필수였습니다.

김정일은 만수무강연구소를 구실로 아편을 팔아 자신에게 필요한 비밀자금을 몰래 만들 수 있다는 야심을 가지고 신상균의 제안을 적극 찬성했습니다. 아편농사가 잘되는 고산지대의 국영종합농장들을 신상균에게 맡겨 주기도 했습니다.

김정일은 양강도 일대의 대홍단종합농장과 백암종합농장을 금수산의사당경리부에 이관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고 비밀보장을 위해 농장관리를 금수산의사당경리부가 직접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관리일꾼들도 주석부산하의 종업원들로 교체했습니다.

김정일의 계략에 따라 1990년 1월 8일 김일성의 방침이 하달되었으며 대홍단과 백암에서 대대적인 아편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편 재배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김일성은 농장의 이름을 ‘백도라지농장’이라고 부르도록 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직접적 승인에 따른 대규모의 아편재배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교활한 김정일은 농장현지에서는 아편 진을 채취해 농축하도록 하고 실제 고효율의 마약은 청진시에 있는 ‘라남제약공장’에서 제조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에서 만들어 진 흰 가루로 만들어진 마약은 김정일이 해외에 감춰둔 비밀자금을 관리하는 중앙당 39호실에 보내졌습니다. 39호실에서는 아편에서 추출한 여러 종류의 마약을 일본과 중국, 동남아 마약조직들에 팔았습니다.

결국 아편재배는 김일성의 개인금고인 금수산의사당경리부가 맡고 생산된 아편제품은 중앙당 39호실을 통해 김정일이 판매권을 독점했습니다. 죽기 전에 김일성은 김정일에게 권력을 물려준 것을 크게 후회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 당시에 김일성이 간신인 김정일의 흉계를 꿰뚫어보았다면 아마 지금 북조선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저도 금수산의사당경리부 산하 만청산연구원에서 연구사로 근무하면서 교대로 조직되는 아편농사에 동원돼야 했습니다.

제가 처음 다른 연구원들과 아편을 심는 ‘백도라지농장’에 동원을 나간 것은 1990년 5월 23일이었습니다. 평양-혜산행 제1열차를 타고 19시간 만에 양강도 혜산시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혜산역에 도착하니 화물트럭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비밀이 요구되는 아편농사이다 보니 군대와 같은 규율이 필요했고 30명을 단위로 소대, 중대, 대대, 여단으로 인원이 편성되었습니다. 수십대의 화물차량에 소대별로 타고 혜산에서 200km 떨어진 대홍단군의 작업현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소대는 금수산의사당경리부산하의 룡성특수식료공장(428공장), 력포유리공장, 평천상표공장, 금수산연구소, 태평술공장, 학산게사니공장에서 나온 인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자동차가 도착한 곳은 백암종합농장 원봉분장 4작업반이었습니다.

이깔나무로 지은 작업반 선전실은 목조건물이었는데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판자를 깔고 잘 수 있도록 했습니다. 평양에서 떠날 땐 봄 날씨였는데 농장에 도착하니 6월이 코앞인데도 눈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고산지대 내륙지방의 밤은 나무난로가 없으면 견딜 수 없었습니다. 1차로 동원 나온 인원들은 봄에 양귀비 씨를 뿌려 지금껏 가꾸어 왔는데 우리가 도착하자 교대하고 집으로 가게 되었다고 얼굴들에는 웃음이 사라질 줄 몰랐습니다.

우리는 6월부터 비료주기와 김매기를 하다가 8월부터는 아편 진을 채취해야 했습니다. 남녀 2명씩 짝을 지어 새벽 해 뜨기 전까지 아편 진을 땄고 저녁에도 해가 진 후 어두워 질 때가지 작업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새벽 작업이 끝나면 조별로 채취한 진액을 계량해 실적총화를 진행했습니다. 실적이 낮으면 김정일의 방침관철에 대한 무조건성 정신이 부족하다고 질책을 받았고 실적이 높으면 충성심이 높다는 평가와 함께 상금도 주었습니다.

이곳 농장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궁금증이 매우 높았는데 훗날 여기에서 아편이 재배된다는 사실이 노출되면서 도둑들이 성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편농장 주변에는 1988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앞두고 평양시에서 경제적인 과오나 일반 범죄를 지은 사람들의 가정 2천 세대를 추방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소개민이라고 했는데 그들은 아편농장 주변에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적대분자 취급과 추방가족이라는 멸시를 받으며 살던 이들이 먼저 아편에 손을 댔습니다. 인적 없는 밭에서 몰래 진을 채취해 투약하기 시작했는데 의약품이 전혀 공급되지 않는 농촌실정에서 아편은 ‘만병통치약’으로 불렸습니다.

국가가 노골적으로 아편을 재배하니 일반주민들도 텃밭에 몰래 아편을 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아편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거쳐 중국으로의 밀수가 됐고 북한 전역이 아편중독자들로 넘쳐나게 됐습니다.

김일성이 만수무강 연구를 위해, 김정일이 개인 비밀자금을 위해 동상이몽하면서 재배한 아편은 북한 전역을 마약천국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급속히 확산되는 마약을 없애기 위해 김정일은 1999년 인민군 보위사령부를 지역마다 파견했습니다.

보위사령부 검열조에 ‘총소리를 내도 좋다’는 지시를 내리면서 양강도에서만 수많은 주민들이 마약거래 혹은 마약중독 죄로 처형됐습니다. 김정일이 주민들을 마구 학살하며 광분했어도 결국 북한에서 마약은 뿌리 뽑지 못했습니다.

백두혈통의 뿌리를 타고 북한 전역으로 확산된 마약, 심각한 주민들의 마약중독으로 하여 통일된 한국의 미래에도 어두운 그늘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 정권은 외화벌이를 위해 아직도 마약을 계속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전에 김정일이 마약에 심각히 중독됐다는 이야기는 중앙의 간부들속에서 많이 흘러나왔습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약천국의 지도자가 된 김정은의 앞날이 그래서 궁금합니다. 김정은도 마약에 중독돼 운명을 다 할 날이 반드시 올것입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김주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