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쑥 메밀 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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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동포여러분, 인간은 살아가면서 생의 약 3분의 1에 해당되는 시간을 수면으로 보내게 된다고 합니다. 잠을 잘 자야 다음날 머리가 거뜬해져 정신을 집중하여 일도 잘 할 수 있고 정상적인 건강상태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충분히 잠을 자려면 기분상태라든지 주변 환경과 같은 여러 가지 합당한 조건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 중 침구류는 잠을 잘 자는 데서 매우 중요한 수단인데 일단 머리를 편안히 얹을 베개부터 좋아야 잠을 잘 잘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옛 임금들도 베개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보여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이조시대 마지막 왕이었던 영친왕의 베개가 보관되어 있는데 봉건시대에도 베개를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친왕의 베개는 둥근모양의 량 끝에 사각형으로 된 모가 있고 홍색공단에 금실과 색실로 수를 놓았는데 한쪽은 오래 살라는 뜻의 한자 ‘장수 수(壽)’를 새겼고 다른 쪽에는 복을 누리라는 뜻의 한자 ‘복 복(福)’자를 새겨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역시 자신들의 건강장수를 위해 침구류에 매우 민감했습니다. 김일성은 생일 60돌을 맞던 1972년에 노동당 중앙위를 내세워 북한의 인민들을 동원해 참새를 잡도록 했습니다. 참새 깃털로 만든 이불이 필요해서였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은 자신들의 노화방지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 김정일은 금수산의사당경리부 신상균 부장에게 자신들을 위한 세계 최상의 베개를 만들라고 직접 지시를 내린 일화도 있습니다.

신상균 부장은 당시 지시 내용을 전달하면서 “사람은 장가를 가거나 시집을 가게 되면 자기의 부모님, 지어 아내와도 매일 만날 수 없을 때가 있다”며 “그러나 베개는 싫던 좋던 매일 밤마다 만나야 한다”는 김정일의 발언을 곱씹었습니다.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세상에 둘도 없는 베개를 만들데 대한 과제가 만청산연구원에 부과됐습니다. 베개 연구를 위해 먼저 만청산연구원 과학기술통보실에서 옛 조상들의 베개와 전 세계의 유명한 베개들을 모조리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이 수면상태에서 꿈을 꾸게 되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옛 조상들은 꿈을 영혼으로 간주하고 영혼을 고이 간직한다는 의미에서 가죽을 둥글게 말아 머리에 고이고 잠을 잤는데 이것을 베개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영혼을 고이 간직한다는 의미에서 베개를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따로 소중하게 보관해 왔는데 우리 조상들도 어떤 사고로 가족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을 경우 대신 죽은 사람의 베개를 땅에 묻어서 묘를 만드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류가 수렵시대에서 농업시대로 발전하면서 가죽 두루마리에 불과했던 베개도 전통적인 둥근 모습을 보존하면서 속에 팥이나 녹두, 메밀과 같은 재료를 넣었고 소재도 부드러운 천이나 나무, 흙 등으로 점차 바뀌게 되었습니다.

만청산연구원에서는 조상들이 남긴 베개의 겉 소재와 속 재료들을 일일이 조사한데 기초해 쑥이 인간의 건강에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약용식물로 잘 알려진 쑥은 그 종류만 수백 가지인데 한반도에는 약 30여 종이 번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쑥은 3월 달에 비타민과 칼시움, 철성분이 가장 풍부하여 이때 채취해야 약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겨울 내 약해진 체력을 회복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봄철이면 쑥을 넣은 떡을 즐겨 먹었습니다.

쑥에 들어 있는 향내는 시네올(Cineol)성분인데 만성폐색성 질환과 천식에 좋으며 염증과 통증을 약화시키고 소화액분비를 왕성하게 하고 백혈병세포를 죽이는 기능을 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베개 속에 넣은 메밀도 건강에 매우 좋았습니다.

메밀베개는 사람의 머리모양에 따라 형태가 쉽게 변하며 특히 차고 시원한 성질로 하여 무더운 여름철에 좋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옛날부터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고 “머리는 차게, 발은 덥게 하라”했는데 메밀은 이러한 요법에 맞아 떨어졌습니다.

베개의 겉감과 모양도 중요했습니다. 보통 성인의 머리무게는 4~5kg인데 평시에는 이 무게를 경추와 목 근육으로 유지하게 됩니다. 모든 척추동물은 잠을 자면서 머리무게를 떠받치느라 피로가 쌓인 목근육과 경추를 이완시켜 줍니다.

예로부터 베개를 높게 베면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여 《고침단명》이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의학적인 견지에서도 베개가 높으면 깊은 잠에 들기 어려우며 척추건강에도 무리가 온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지나치게 낮은 베개나 또 베개를 베지 않고 잠을 자는 것도 건강에 해롭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건강에 좋은 베개의 높이는 7㎝정도인데 누운 자세에서 머리가 심장 높이보다 아래에 위치하게 되면 얼굴이 붓고 목 결림 현상이 오게 됩니다.

만청산연구원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건강에 좋은 베개 속으로 쑥과 메밀을 배합해 넣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베개 속 재료들을 멸균하여 습도와 온도의 변화에도 상태를 유지하도록 적용하는 기술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멸균처리를 위해 메밀과 쑥을 배합한 재료들을 몇 번에 걸쳐 자외선과 오존가스 소독을 했습니다. 겉감은 부드러운 면으로 된 소재를 쓰면서 그 속에 따로 통풍이 잘 되고 습기를 막아주는 고급 원단을 외국에서 사 들였습니다.

한국에 와보니 고어텍스를 비롯해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하는 고급 기능성 원단들을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역시 어떤 용도나 목적으로 사용되는가에 따라 기능성 고급 원단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만청산연구원 과학기술통보실은 사람의 체온을 잘 유지하면서 통풍이 잘 되고 피부의 염기를 빨리 빨아들이면서도 수분만 제거할 수 있는 원단이 필요하다는 제안서를 만들어 금수산의사당경리부 신상균 부장에게 올렸습니다.

이때부터 북한은 일본 총련과 다른 나라들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대사관들에 수소문해 고급 기능성 원단들을 구입해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부터 일본 총련과 해외 대사관들을 통해 고급 기능성 원단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특이한 것은 고급 원단들마다 번호가 새겨져 있고 기능적 성능과 용도가 번역된 설명서가 달려서 왔는데 대신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것인지 출처를 전혀 알 수 없게 생산지나 공장의 이름이 새겨진 상표들은 모두 제거돼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원단 중에서 베개 속을 감쌀 재료를 선별하는데 수많은 연구원들이 몇 개월씩 동원됐다면 아마 잘 이해를 못하실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같은 기능을 가진 원단이라 해도 화학적인 첨가제가 얼마나 섞였는지까지 세세히 검토해야 했습니다.

불속에 넣어보고 강한 산성 수액에 견디는 성능까지 번호별로 선별했는데 그런 시험에서 견디지 못한 원단들은 외부에 반출하지 못하도록 연구원에서 통째로 소각됐습니다. 거기에 든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 연구원들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간고한 노력 끝에 1992년 4월 15일, 김일성의 생일 80돌을 맞으며 베개를 완성했습니다. 김일성은 완성된 베개를 생일 선물로 받아 들고 쑥 냄새가 아주 좋다면서 김정일 조직비서의 효성을 잘 알 수 있다고 만족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런 칭찬을 받은 김정일은 기분이 좋았던 나머지 베개를 완성하는데 동원된 우리 연구원에 감사장을 보내주기도 하였습니다. 만청산연구원에서 만들어 올린 세계 최상의 베개를 김일성은 2년 조금 넘게 사용했습니다.

인간의 건강에 좋은 성분들을 다 동원하고 만청산연구원의 그토록 지성을 다 했건만 김일성은 영생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금수산기념궁전에 보존된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의 베개를 여러분들은 무심히 보지 말라고 저는 권고합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해마다 유지비용이 수억 달러가 넘게 탕진되는 금수산기념궁전에 누워 죽어서도 북한 인민들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