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북한경제의 시장화

무거운 짐을 거머쥐고 시장으로 향하는 할머니와 그 옆에서 핸드폰을 보며 무심코 지나가는 청년의 모습이 포착된 북한 사진.
무거운 짐을 거머쥐고 시장으로 향하는 할머니와 그 옆에서 핸드폰을 보며 무심코 지나가는 청년의 모습이 포착된 북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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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우리 생활 속 경제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북한경제는 지난 2011년 부터 2014년까지 미미한 수준의 경제성장을 보여오다가 2015년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습니다. 2016년 경제성장률은 아직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더 강력해진 대북제재 등의 영향으로 큰 기대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지표와는 달리 북한주민들의 생활은 조금씩 나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아마도 점점 시장화 되고 있는 북한의 지하경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오늘 2017년 새해 첫 경제이야기에서 북한의 시장화 실태를 살펴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영희 팀장: 네. 새해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이규상: 북한경제가 지난 2015년부터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 섰는데요. 2016년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시나요?

김영희 팀장: 네. 남한의 통계청이 매해 전년 북한의 경제지표를 발표하죠. 북한의 경제성장률이나 국민총소득 등…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경제 성장률이 -1.1%로 추산되었죠. 김정은 집권 이후 2012년에는 1.3%, 2013년에는 1.1%, 2014년에는 1%. 이렇게 집권 3년동안은 1%대를 유지했어요. 그런데 지난해에만 유독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2016년도는 간신이 플러스 성장을 하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유엔 대북제제로 인해서 전 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고, 북한의 7차 당 대회 이후 경제 보다 선 핵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서 0에서 1%사이의 경제성장은 예상이 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면, 올해 7차 당 대회를 맞으면서 70일 전투, 또 당 대회 이후에는 200일 전투를 통해서 경제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했다고 북한이 보도를 했습니다. 이런 것을 놓고 보았을 때 2016년도는 2015년 보다는 어느 정도 경제성장이 예상됩니다.

이규상: 이러한 경제지표는 북한의 공식경제를 바탕으로 집계가 되는데, 사실 점점 커져가는 북한 지하경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 아닌가요? 지난 한해 북한 주민들의 실제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죠?

김영희 팀장: 네. 지난 한해는 역사상 유래가 없는 대북제재가 가해진 한 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도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쌀 가격을 비롯해서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고 환율의 변동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북한 당국은 당장 주민들에게 국가공급을 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히 7차 당 대회가 열리는 해에 주민들의 생활이 하락하게 되면 사회이탈이나 주민불만 등으로 체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 했기 때문에 시장활동에 대해 전혀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서는 큰 변동이 없었고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국가중심의 경제보다 개인들의 사경제를 통해서 북한 전반 경제가 지탱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규상: 그런데 이러한 북한경제 시장화의 주도는 누구인가요? 얼핏 보기에는 주민들이 생존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현상 같으면서도 북한 당국도 일정부분 혜택을 보는 것 같기도 한데요.

김영희 팀장: 네. 맞습니다. 북한의 시장은 자본주의 시장과 같이 생각하면 오산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자본주의 시장의 주체는 기업과 개인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에서의 시장 주체는 개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죠. 당국이 주민들을 책임지지 못하니까 이들에게 생활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었다고 이해를 하면 되겠죠.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에 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2014년 5.30담화라는 것을 통해서 기업들이 국가 계획 이외의 제품을 생산해서 시장에 판매하게 하는 등 경영활동에 대해 자율성을 부여하였고요. 또 평균주의, 말하자면 일을 하던 안 하던 똑같이 나눠 먹는다는 것을 없애도록 했습니다. 기업의 시장참여를 통해서 국가는 세금을 챙기고, 시장에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당국도 당연히 혜택을 보게 되는 거죠.

이규상: 북한경제의 시장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지난 지난 1990년대 중반 부터 꾸준히 되어 왔다고 지난번 시간에 말씀 해 주셨는데요. 초기에는 소비재 시장만 존재하던 것이 이제는 다양한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죠?

김영희 팀장: 90년대 중반 이전에는 소비재 시장만 존재 했지만 이것도 농민들이 도시주민들에게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만들어진 농민 시장이었죠. 그러나 90년대 경제난이 오면서 공산품도 판매를 하고 농민은 물론이고 도시주민들도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었죠. 소비재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사금융 시장, 부동산 시장, 노동 시장, 생산재 시장 등이 생겨나게 되었고요.

이규상: 저희가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 다뤘기 때문에 이번에는 소비재 시장과 생산재 시장 그리고 노동시장에 대해서 짚어보죠. 먼저 북한의 노동시장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북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국가가 정해준 곳에서 일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 아닌가요?

김영희 팀장: 노동시장의 발생은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노동력의 수요는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과 부를 축척한 사람들이 과거 스스로 해결하던 부분을 인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장사 밑천이 필요한 사람들이 밑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까 노동시장이 발생하게 됐고 수요와 공급을 중계하는 중계인도 등장하게 되죠.

이규상: 이렇게 노동시장이 성장하게 되면 직업의 종류도 다양해 질 것 같은데, 새롭게 나타난 직종들도 있나요?

김영희 팀장: 현재는 어선을 가지고 물고기를 잡는 사람, 천을 가지고 옷을 만드는 사람 등 자영업자들… 직종으로 보면 의류 공이나 수선공, 건설노동… 아니면 가정에서 연탄을 찍거나, 아기를 돌보거나, 물건을 운반하는 서비스업 등에서 인력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직업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기 돌봄, 청소, 이런 것은 과거 이웃끼리 미덕으로 돌봐주던 부분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노동력을 쓰면서 돈으로 계산 되니까, 이웃간의 정도 사라지는 것 같고요. 앞으로는 이것 이외에 다른 일자리도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규상: 이렇게 사람들이 비공식 노동시장으로 빠지게 되면 원래 나가야 하는 직장에는 영향이 없나요?

김영희 팀장: 사람들이 직장에 적을 걸고 있죠. 그런데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할 일은 많지 않은데, 전력공급이나 원자재 공급 때문에, 직장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직장에 나오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대신에 매달 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그것을 팔삼이라고 하죠. 회사입장에서는 현금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 좋고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가정의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 수 있어 좋은 것이죠.

이규상: 이렇게 발생한 북한의 노동시장의 규모는 지금 어느 정도 크기이고 또 노동자들이 번 돈은 경제 지표에 잡히나요?

김영희 팀장: 아직 노동시장의 규모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앞서서 말씀 드린 것처럼 자영업 부분, 주택건설, 가정서비스 부분 등에 국한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요. 노동시장을 통해 번 돈은 북한의 공식경제 지표에 잡히지 않는다고 볼 수 있거든요. 이 사람들이 얼마나 소득을 올렸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부분이죠.

이규상: 이번에는 생산재시장에 대해 살펴보죠. 북한에서 생산하는 모든 물건들은 국가 기관이나 국영회사에서 만드는 것 아닙니까? 이런 생산재시장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인가요?

김영희 팀장: 생산재 시장은 앞에서 말씀 드린 노동시장과 연계가 된 부분이에요. 생산재와 노동력은 생산 요소가 아닙니까? 이런 요소들은 생산과 서비스를 위해 필요하죠. 그래서 노동력 시장을 통한 노동력 수요가 자영업 때문에 발생하는 것처럼, 생산재도 개인들의 자영업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어요. 옷을 만드는 자영업자들은 원단이나 부자재 같은 생산재가 필요하고요. 또 신발을 만들려면 신발용 자재 그리고 주택을 건설하려면 블록과 시멘트 모래와 같은 자재가 필요 하고… 이렇게 생산재에 대한 수요에 의해 시장이 발생하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이규상: 90년대 중반 생겨난 장마당을 북한 당국이 합법화 했듯이 다른 시장들, 금융시장이나 노동시장 또는 부동산 시장 등을 북한 당국이 제도화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십니까?

김영희 팀장: 당장 북한의 공식경제가 주민들에 대한 소비재 공급, 주택공급 등을 보장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런 시장들은 당국이 암묵적으로 용인하면서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요. 그러면서 계획경제를 회생해 보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현재 북한의 경제계획 방향을 보면 점차 시장적 요소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농민시장을 소비재 시장으로 합법화 한 것처럼 제도화 하지 않을까 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규상: 이런 북한경제의 시장화가 어느 쪽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보시나요? 북한정권인가요 아니면 북한 주민들인가요?

김영희 팀장: 저는 양쪽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국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을 시장이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삶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고, 또 국가는 세금을 통해서 국가재정을 확보 할 수도 있고요. 특히 대북제재 아래에서 주민들의 생활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당국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기도 하죠.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사회의 양극화를 가져오고 또 배금주의 같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한마디로 시장은 필요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규상: 2017년 올해 북한경제의 시장화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십니까?

김영희 팀장: 북한에 생산 없는 유통만 존재하던 시장에서 생산요소가 투입이 되고 유통과 소비가 시장에서 해결되는 온전한 시장으로 발전해 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올해도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 가지 않을까… 북한이 당장 주민들에 대한 공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생산요소가 투입되고 소비, 유통이 잘 작동하는 그런 시장의 모습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규상: 네. 북한경제의 시장화. 이제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인 것 같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팀장: 네 고맙습니다.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