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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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우리생활 속 경제 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4월과 5월은 남한에서 결혼식이 가장 많이 열리는 시기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화창한 날씨 때문에 신랑, 신부들이 4, 5월 결혼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렇게 4, 5월에 신랑 신부가 몰리다 보니까.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오늘은 남한의 결혼대란에 대해 얘기해 봅니다.

청취자 여러분 '스.드.메.'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남한에서 결혼을 앞둔 커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인데요. 여기서 '스'는 슈튜디오 즉 결혼사진을 찍을 사진관을 말하는 것이고 '드'는 드레스, 즉 결혼식에 신부가 입을 웨딩드레스, 그리고 '메'는 메이크업, 즉 신부화장을 말합니다. 이 세 가지 준비가 요즘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결혼이 이 세 가지로 끝나는 것은 아니죠. 상대측 가족들에게 보내는 예단과 서로 주고받을 예물, 그리고 결혼식이 끝나고 떠나는 신혼여행. 결혼은 일륜지대사라는 말이 정말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준비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남한에서는 결혼대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연령이 늦춰지고 또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어 이런 결혼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인데요. 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 사업본부 김영희 북한경제팀장과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결혼대란이 어떤 현상인지 살펴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김영희: 네. 안녕하십니까.

이규상: 김 선생님께서는 결혼식을 어디서 올리셨나요?

김영희: 저는 북한에 있을 때. 경제난이 시작되기 이전인 92년도에 저희 집과 남편 집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당시에는 신부 집에서 먼저 결혼식을 하고, 다시 신랑 집에서 결혼식을 하다 보니까. 결국 결혼을 두 번하는 것이죠. 요즘은 신랑, 신부가 논의를 해서 한쪽에서만 결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규상: 보통 남한에서는 결혼식장이란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식을 올리고 또 손님들 식사도 대접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런데 요즘 같은 결혼시즌에는 결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결혼식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하죠. 결혼식을 마치는데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김영희: 네. 그렇습니다. 결혼식장에 가면 같은 웨딩홀에서도 각층에서 두, 세 커플들이 결혼식을 하고요. 또 예식이 끝나자마자 다른 커플들이 식을 올리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호텔이나 교회, 성당 등에서 하는 종교 예식 또는 전통 예식을 제외하면 보통 1시간 이내에 결혼식을 올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결혼식에 가끔 가는데, 신랑신부 입장하고, 맞절하고, 혼인서약 하고 주례, 축가, 케이크 절단... 이런 식순으로 진행이 되는데 보통 식을 올리는 시간이 한 시간. 길게 잡아도 1시간 30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규상: 그래도 인륜지대사인데 이렇게 빨리 하는 것은 좀 별로인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김영희: 네. 결혼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남한의 어떤 연구소가 자녀의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 설문조사 한 것을 발표했는데요. 부모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거예요. 자녀 1인당 평균결혼비용으로 아들은 10만 달러 정도, 딸은 5만 달러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들의 결혼비용이 딸 결혼비용보다 두 배나 더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한에서는 자녀들이 결혼한 다음에 부모님들을 무조건 돌봐드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자녀 두 명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들 같은 경우는 20만 달러를 지출하니까. 노후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규상: 정말 자식이 많은 부모들은 있는 재산을 모두 결혼비용으로 탕진하겠군요. 하지만 남한에서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이 10만 달러 정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결혼하는 신랑신부 본인들이 부담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김영희: 네. 그렇죠. 부모님들만 비용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들도 비용을 쓰는데요. 웨딩 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이 약 27만 달러라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보다 올해는 3만 달러 정도 더 늘었다고 합니다. 부모님들이 지원해 주는 평균 금액이 신랑, 신부 합쳐서 약 15만 달러 정도 되니까, 나머지 약 12만 달러정도는 신랑신부 본인들이 마련해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결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으로는 주택에 들어가는 비용, 예식장 비용, 그리고 예물 비용이라고합니다.

이규상: 이렇게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서 그런지 요즘은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결혼대란 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렇게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하는 것이 단지 경제적인 이유에서 만은 아니죠?

김영희: 네. 그렇습니다. 결혼을 하려면 남자와 여자가 만나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남자가 여자보다 많으니까...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남자들도 발생하는 것이죠. 2010년 기준으로 30대에서 남성의 성비가 많으니까. 결혼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이규상: 우리 조상들의 남아선호사상이 이런 결과를 불러오는군요. 이미 남한의 농어촌에서는 총각들이 결혼상대를 찾지 못해 외국인 신부를 맞이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김영희: 네. 제가 입국해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거든요. 북한에서는 다문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또 외국인과 사는 사람들을 거의 본 적이 없고요. 결혼은 당연히 주변에 있는 남녀끼리 하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농촌에서 사는 남자들이 동남아 여성들과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남한의 여자는 다 어디 갔지?'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거든요. 지금 남한의 농촌남성의 20%정도는 국제결혼을 하고 있습니다. 길거리에 결혼정보업체들이 걸어놓은 현수막들이 많은데요. 동남아 여성, 탈북민 여성과 결혼을 주선해 준다는 전단지들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농촌 총각들이 외국인 신부들을 맡는 경우도 있지만,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은 일부 남성들도 국제결혼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규상: 이렇게 결혼상대가 없어서 외국까지 나가서 결혼 상대를 찾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 사람들 결혼상대를 찾는 것이 참 까다롭지 않습니까?

김영희: 네. 정말 까다롭습니다. 결혼 조건을 보면 직업, 능력, 성격, 외모 이런 것이지만... 결혼정보회사에서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이 무엇인가 조사를 해봤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미혼남녀 응답자 41%가 성격을 꼽았고요, 그 다음으로 가치관을 꼽았습니다. 아무리 경력이 좋고 학벌과 직업이 좋다고 하더라도, 그보다는 사람의 됨됨이와 태도, 즉 인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죠. 이렇게 우선 사람이 좋아야 하고...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그 다음에는 남성들의 경우 여성들의 외모, 그리고 여성은 남성들의 경제력이라고 하는데요. 인성 좋고, 인물 좋고, 경제력 좋은 여성... 그런 남성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겠죠. 제가 지금 결혼을 한다면, 남성들이 원하는 조건을 맞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북한에서 결혼하고 오기를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혼조건이 까다롭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규상: 이건 뭐 대통령을 뽑는 기준보다 더 까다롭군요. 이래서 결혼대란이 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 북한에서는 어떤 신랑감, 신붓감이 최고 인기인가요?

김영희: 북한도 요즘은 결혼관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데요. 과거. 저희가 젊을 때죠. 남자들이 모여서 하는 얘기가 사람 됨됨이가 가장 중요하다... 남한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성들이 여성의 경제력, 아니면 장모의 경제력을 봅니다. 돈이 많아야 그것으로 신분상승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돈을 가진 여성들은 남성의 경제력 보다. 학벌과 사회성... 이런 것을 보는데, 자신의 돈으로 배우자를 출세 시킬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그런 것이죠.

이규상: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결혼대란에 대해서 '혼자 사는 게 뭐가 문제인가'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결혼대란이 불러오는 문제 중에 하나가 저 출산 아닙니까? 남한에서 저 출산과 인구감소는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경제적 문제 중에 하나 아닌가요?

김영희: 그렇습니다. 남한이 근대 사회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구가 감소되고 노령화가 심화되고, 이렇게 되면 젊은이 한명이 부양해야 되는 노인들의 수가 늘어나게 돼서 그 부담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3D업종 같은 부분에 지금은 외국인들을 고용하고 있는데, 점점 3D 업종이 늘어나면서 노동자 공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규상: 네. 남과 북이 통일 되서 남북의 젊은이들이 만나게 되면 결혼대란도 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드는데요. 남쪽에서 일고 있는 '결혼대란'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네. 고맙습니다. <2분경제사전: 3D업종>

'3D업종'

삼D업종, 또는 Three D업종에서 'D'는 영어의 Difficult, Dirty, Dangerous 즉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의 앞 글자를 따온 것으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1990년대 생긴 말로 비교적 일자리가 풍부하던 그 당시, 다른 직종에 비해 어렵고 힘들어서 구직희망자를 찾기 어려운 직업을 이르는 말로 쓰였습니다.

이런 직업 중에는 공장 노동자나 건설 노동자, 길거리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원, 식당 종업원 등 비교적 임금이 적은 직업 등이 있는데, 임금이 적어서 구직자가 없고 또 열심히 일해도 충분한 생활비 마련이 없다는 편견과 고정관념 때문에 요즘에는 노임이 적은 직업 전반을 일컫는 용어로도 쓰입니다.

최근 남쪽에서는 일자리가 충분치 않아 구직자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기피하기 때문에 이런 3D 직업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3D업종은 없어서는 안 되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남한보다 비교적 경제력이 낮은 국가의 노동자들이 남한으로 이주해 이런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이런 3D업종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서 요즘 고용주들은 3D업종에 대한 임금을 높이는 시도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3D업종의 일자리를 다 채우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2분 경제사전. 진행에 양윤정입니다.

앞에서 김영희 씨가 말했던 것처럼 남한에서 결혼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지 마련입니다. 남한의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실시한 '저 출산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0명중 4명이 결혼을 늘리기 위해서는 주거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2년 조사한 자료를 봐도 남한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주거지 마련이 부담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결혼이 미뤄지면 출산율도 떨어지게 되는데요. 남한정부는 이런 저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방안으로 세 자녀 이상을 둔 가구에 대한 주거지원을 확대하고 또 신혼부부들만을 위한 특화 단지 조성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만으로 출산율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남한에서의 결혼비용. 이것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김영희의 경제 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