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우리 생활 속 경제 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남한 정부가 유일한 남북협력 사업으로 남아 있던 개성공단사업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오늘 김영희의 경제이야기에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성공단 사업.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번 폐쇄 위기를 극복해 왔지만 이번에는 남한정부의 결단으로 사업이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남한 정부의 보복 조치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됐는데요. 과연 북한은 개성공단사업 중단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게 될 지. 또 남한은 이번 사업 중단으로 보게 될 피해는 없는지. 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 사업본부의 김영희 북한경제 팀장과 함께 얘기해 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김영희: 네. 안녕하십니까.
이규상: 정말 충격적인 발표였죠. 남한 정부가 개성공단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는데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짐작하셨나요?
김영희: 지난달 1월6일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고 또 한 달이 지나서 미사일 발사까지 했기 때문에 엄청난 도발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가 논의 되었습니다. 남한의 분위기는 무엇인가 하면, 우리사회가 국제사회의 동참을 유인할 수 있는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어요. 그래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고요. 또 한편으로는 개성공단을 중단해야 한다는 서명운동도 벌였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그렇게 가지는 않을까 그런 우려는 했었는데요. 정부는 그 때 ‘개성공단폐쇄는 조건에 들어가 있지 않다’. 이미 이렇게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나마 이런 극단적인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짐작을 안했죠.
이규상: 먼저 개성공단사업은 어떻게 시작된 사업인지 정리해 주시죠.
김영희: 개성공단은 1998년도에 고 정주영회장이 소 1001마리를 몰고 방북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합의를 하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00년 8월에 현대 아산과 북한이 경제협력 연합회... 이 기관이 공단운영을 체결하면서 시작됐어요. 아마도 개성공단사업에 대한 논의가 98년 이전 부터 되어온 것이 아닌 가 생각되는데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여기서처럼 날씨를 알려줬는데, 97년 정도 즈음에 개성이 빠져 버린 거예요. 그래서 소문이 돌았는데, 개성을 남조선에 팔았다. 이런 소문이 난거에요. 이런 것을 봤을 때 개성공단 문제가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요. 원래 정주영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해주를 내달라고 했는데 해주는 안 되고 개성을 내주겠다고 한 것이죠. 그래서 개성공단 주변에 위치해 있던 북한의 2군단 6사단이 약 15킬로 정도 북쪽으로 이전을 했어요. 그래서 개성공단이 세워지게 됐습니다.
이규상: 그동안 개성공단이 순탄하게 운영되어 온 것만은 아니죠? 참 우여곡절도 많지 않았습니까?
김영희: 네.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은 평화의 상징, 남북경협에 상징 이렇게 말은 하지만 그 동안 참 많은 부침이 있었습니다. 2010년도에 천안함 침몰 사건이 있었죠. 그러면서 남한정부가 5.24조치를 발표하게 됐는데, 개성공단에 대한 신규투자를 다 금지했죠. 그리고 공단채류 인원을 평소보다 50% 축소했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도 신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남한정부의 조치에 대해 북한의 조평통이나 인민군 총참모부가 나서서 담화를 내놓고 중대 통고문을 내놓으면서 강력 반발을 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해 11월에 연평도 포격사건이 또 발생하는 것이죠. 그 때 개성공단 출경을 잠정 중단했고요. 2013년에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죠. 2월 12일 날... 그러면서 유엔 대북제재가 이뤄졌고요. 그해 2월, 3월에 한미합동훈련을 하게 되는데요. 이것을 빌미로 해서 북한이 개성공단을 전격 중단한 것이죠. 그래서 160여 일 동안 가동을 멈추고 있었고요. 그러다가 어렵사리 재개가 돼서 2년 6개월 밖에 안 됐는데 올해 남한 정부에 의해서 잠정중단 됐고 북한은 11일 전격 폐쇄를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죠.
이규상: 이번 남한 정부의 결정에 대해 남한 내부에서도 참 논란이 많죠?
김영희: 네. 그렇습니다. 일부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위해서 선재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아주 잘한 것이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돈 줄을 자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이미 그런 조치가 나왔어야 한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도 있고요. 또 일부에서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지금 정부의 최악의 잘못이다. 또 실효성이 없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이다 라는 의견도 있고요. 그리고 개성공단을 폐쇄하게 된다면 북한의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느냐? 그렇다면 개성공단을 백번 폐쇄해도 상관없다. 이런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규상: 그동안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경제에 도움이 됐나요?
김영희: 2004년 첫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지금까지 약 12년 동안 개성공단이 운영되어 왔죠. 그동안 북한에 들어간 돈이 약 5억6천만 달러에요. 지난해에는 1억2천만 달러로 가장 많이 들어갔고요. 그런데 이렇게 들어간 돈이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니까 김정은 통치자금으로 이용되면서 핵개발이나 미사일 개발에 이 돈이 확실히 사용된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사용처를 모르니까 그렇게 될 수 있다하고 가정할 수 있는 것이고요. 통치자금이기 때문에 어디 선물을 하거나 하는데 들어가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경제로 흘러들어간다고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보면, 이만 한 돈이 없다면 내각에서 인민경제에 들어가는 부분이 이쪽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있겠죠.
이규상: 사실 개성공단 사업은 남한, 특히 남한의 중소기업들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사업 아닙니까?
김영희: 그렇습니다. 개성공단 사업은 정치, 군사적으로는 평화의 상징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남북이 상생하는 현장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북한에 지난 12년 동안 5억6천만 달러가 들어갔다면, 남한 기업은 31억 달러의 총 생산을 기록했고요. 지난해 생산액만 보더라도 5억 1천만 달러 이거든요. 북한에 12년 동안 들어간 만큼의 액수를 지난해에 생산했다는 것이죠. 또 저렴한 인건비에 언어가 통하죠. 또 기술력이 높고... 이것을 잘 활용해서 기업운영을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남한의 기업에는 상당히 큰 도움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규상: 이번 개성공단사업 중단으로 누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냐는 논쟁도 일고 있는데요. 눈가 더 손해라고 보십니까?
김영희: 이것이 경제적으로는 양자 상생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손해인 것이죠. 북한으로서는 1억 2천만 달러의 외화 유입이 차단 됐고요. 또 남한으로서는 이미 거기에 투자한 1조원이라는 설비 투자비용이 있는데... 그것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한 피해를 보고요. 또 입주업체들과 협력업체들이 손해를 보고... 원자재 완제품 가동중단으로 인한 손실 등을 가만하면 남한은 20억 달러의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금액으로 볼 때는 남한이 피해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이규상: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북한 측 근로자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김영희: 북한 측 근로자들은 당장 일 할 때는 없지만 북한 당국이 본인이 거주하던 지역에 배치해 주지 않을까 생각되고요.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지금까지는 식자재를 공급받아서 생활하던 사람들인데 생활이 당장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지난 12년 동안 장사를 접고 개성공단에 출퇴근 하면서 임금 대신에 쿠폰을 받아서 잘 생활해 왔고 당장 장사 아이템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규상: 지금까지 개성공단은 우역곡절을 겪으면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는데요. 이번에도 개성공단 사업이 부활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김영희: 개성공단이 당장 재개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면 남한에서 먼저 중단했기 때문에... 북한은 폐쇄라고 하지만 남한의 잠정 중단도 폐쇄나 다른바 없거든요. 이 전재가 무엇이냐면 핵문제나 미사일 개발... 여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종식 시킬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되거든요. 그래야만 개성공단이 재가동 될 텐데... 북한은 죽었다 깨어나도 미사일과 핵문제를 해결 할 수 없는 거예요. 북한이 용인 할 수도 없는 부분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 사업은 다시 재개되기가 어렵다... 지금 금강산관광이 폐쇄 된지 7년이 지나고 있는데, 개성공단은 그것보다 더 갈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규상: 지금 중국도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값싼 노동력을 찾는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개성공단사업 중단은 어떤 의미일까요?
김영희: 중국 동북삼성의 노동력은 인건비가 비싸서 북한에서 중국으로 노동력을 많이 송출하고 있는데, 개성공단 기술자들의 중국 송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북한의 입장에서는 기술자들을 놀릴 수가 없고 또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쓸 수가 있어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가 있어요. 그러나 중국은 개성공단을 통해서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면서 동북아 평화가 조성 됐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규상: 네.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된 이후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한의 유일한 협력 사업이었는데요. 기업들의 경제적 이익을 떠나서 이 사업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은데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되니 참 안타깝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네. 고맙습니다.
[2분경제사전: 디폴트(default)]
'디폴트(default)'
디폴트는 한 나라가 외국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국가부도가 난 상황을 말합니다.
최근 그리스의 금융위기 사태와 관련해 이 ‘디폴트’라는 말이 자주 언론에 나오는데요.
국가가 외국에서 들여온 빚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계약된 상환기간 내에 갚지 못해 부도상황에 이르는 것으로 ‘채무불이행’이라고도 부릅니다.
‘디폴트’란 말은 ‘모라토리엄’이란 말과 같이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모라토리엄’은 돈을 갚지 못할 상황에 빠져 있지만, 일시적으로 지불을 유예하겠다. 다시 말해 나중에 돈을 갚겠다는 얘기이고, ‘디폴트’는 아예 돈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말입니다.
한 나라가 ‘디폴트’ 선언을 하게 되면 그 나라의 신용등급은 하락하게 되고 앞으로 외국에서 돈을 빌려다 쓸 수 없게 됩니다. 돈을 빌려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것입니다.
북한은 70년대와 80년대, 외국으로부터 약10억 달러에 이르는 빚을 들여왔는데 경제가 망가지면서 결국 1984년 ‘디폴트’ 선언을 해 아직까지도 신용불량국가라는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2분 경제사전. 양윤정입니다.
개성공단사업이 중단되기 이전까지 개성공단에는 124개의 남한 기업들이 입주해 있었습니다. 개성공단협력업체까지 따지자면 이번 개성공단 폐쇄로 직,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게 될 기업들은 천여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사업 중단으로 더 큰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될 측은 남한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남과 북이 잃은 것은 경제적 이익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쌓아온 남북 간의 신뢰는 어떠한 액수로도 환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김영희의 경제 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