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우리 생활 속 경제 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손님은 왕이다' 남한의 소비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통념입니다. 그러나 남한의 어떠한 법률 조항이나 약관에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마음가짐 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의미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김영희의 경제이야기에서 소비자의 힘에 대해 얘기해 봅니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 언론들을 보면 남한의 대규모 회사 대표들이 공개석상에 나와 소비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그 회사 간부들은 모든 체면을 내려놓고 소비자들 앞에 사죄를 하는데요. 그들의 진정성은 검증 할 수 없겠지만 그들이 소비자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겸손할 수 있는 것. 공급이 수요를 초월 할 때. 즉 생산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할 때가 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남한과 같은 시장경제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 사업본부 김영희 팀장과 얘기해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김영희: 네. 안녕하세요.
이규상: 가장 최근 남한에서 일어난 사건부터 한번 짚어보죠. 남한의 한 가습기 살균제 회사가 인체에 해로운 제품을 만들어 팔다가 소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는데요. 지금 남한 소비자들이 이 사건으로 분노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영희: 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라는 것인데요. 가습기 살균제를 이용한 임산부와 어린이들이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현상을 보이면서 100여명의 환자들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우선 북한에는 가습기가 없으니까... 가습기가 무엇인지 먼저 말씀을 드리면 가습기는 방이나 사무실에 적정한 습도를 유지해 주는 전자제품을 말합니다. 겨울에 가습기에 물을 넣어 사용하죠. 영국의 옥시라는 회사가 가습기 안에 세균번식을 막는 상품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 물건을 사용하다가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생기면서 이슈화 됐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사망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에서는 폐 손상이 봄철 황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분노를 사고 있고요. 오늘 보도된 것을 보면 30개의 민간단체들이 나서서 지금 옥시 업체의 상품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이규상: 이정도 사건이면 회사가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법적 처벌도 면치 못 것 같은데요.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이정도로 심각한 사고가 아니더라도 남한 기업의 총수들이 소비자 앞에 나와서 사죄한 사례가 꽤 되지 않습니까?
김영희: 네. 그렇습니다. 2013년도 5월에 남한 남양유업이라는 회사의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남한유업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대표이사와 임원들만 나가서 사과를 했는데요. 국민들이 '진정성이 없다.' '회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해야 된다.'면서. 네티즌과 30, 40대 여성들이 앞장서서 이 회사에서 나오는 상품들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고요.
지난해에는 또 남한의 대표적인 향토기업 회장이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고 구타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수퍼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여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남한에서는 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 회장들이 나서서 사과를 하고 보상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고 있습니다.
이규상: 지금 말씀해 주신 사례들은 사실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갈등이 아니라 회사 내부 갈등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혹독한 질타를 받은 경우들인데요. 이렇게 기업들이 소비자들 앞에서 사죄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김영희: 우선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기업들 제품을 생산하면 그것이 팔려야 하는데 그게 바로 소비자들이죠. 소비자들이 소비를 많이 해야 그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고요. 기업에서 비도덕적인 문제가 발생하거나, 갑질 횡포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그 회사 제품을 사지 않는 불매 운동을 하게 되거나... 그런 부분이 회사에 입장에서는 상당히 무서운 것이죠.
이규상: 남한 소비자들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물론이고 기업들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아주 엄격한 잣대를 대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북한의 경우는 어떤가요. 생산자들이 잘못을 할 경우 남한 소비자들처럼 기업을 상대로 이런 질책이나 비난을 할 수 있나요?
김영희: 남한의 경우는 소비자가 '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공급이 수요를 초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약 생산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 생산자가 갑질을 하겠죠. 북한의 경우는 아직 수요에 맞는 생산을 하지 못할 뿐 더러, 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양이 아주 적기 때문에 기업에 비해 소비자가 갑의 위치에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규상: 이렇게 기업의 총수들이 소비자들에게 사죄를 하고 배상을 하는 것. 꼭 남한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죠. 얼마 전 독일의 폭스바겐 자동차 배기가스 조작이 있었을 때는 그 회사의 간부가 미국 의회까지 끌려나와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하는 경우도 있지 않았습니까?
김영희: 네. 지난해 독일의 폭스바겐 자동차가 배기가스 조작을 하면서 구입 고객의 차량을 리콜하게 됐고요. 사과를 했고 미국의 60만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5천 달러씩 배상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또한 2010년도에는 가속 패달 결함으로 인해서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본의 토요다 자동차도 책임을 인정한다는 사과를 했고요. 이렇게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기업들도 총수들이 나서서 사과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규상: 물론 이런 대기업들 중에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노력을 하려고 시도는 하지만 결국은 소비자들의 심판을 받게 되는데요. 가만 보면 이런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높은 나라 중에 하나가 남한 인 것 같기도 한데요.
김영희: 언젠가 뉴욕 타임TM 인터넷 판이 세계적 기업들이 한국을 새로운 상품과 아이디어에 대한 시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또 로레알 코리아의 대표는 "한국에서 통하는 물건을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잘 통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통하는 제품은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만족한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도 잘 팔린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남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정확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규상: 이렇게 까다로운 남한 소비자들의 성향으로 기업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활동을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보면 소비자들이 너무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 않습니까? 김영희: 네. 그렇습니다. 기업에 대해서 '갑'인 소비자가 보상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민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요. 요즘 네티즌들이 많이 활용하는 블로그, SNS에 관련 내용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복합 쇼핑몰의 여성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이 모 씨의 같은 경우는 화장품 자국으로 얼룩덜룩해진 블라우스를 환불해 주지 않으면 자신이 운영하는 패션 관련 블로그에 쇼핑몰 이름을 올리고 매장 사진을 올리겠다고 생떼를 쓰는 바람에 인터넷 공포증 까지 생겼다고 해요. 비방 글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을까봐 밤낮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혹시 자고 있는 새벽에 올라올까봐 잠도 못 잔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악성 글들이 인터넷에 돌게 되면, 기업들은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 질까봐 입막음을 위해서 보상금을 지불하게 됩니다. 이런 것을 일부 소비자들이 악용하게 되는 것이죠.
이규상: 이렇게 소비자들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기업들 간의 경쟁도 경쟁이지만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도 큰 이유 중에 하나 아닐까요?
김영희: 그렇습니다. 남한에도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소비자 보호법이 있습니다. 이 법에는 소비자의 권리가 여덟 가지로 열거되어 있는데요. 물품으로 인한 유해로 보호받을 권리,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그리고 물품을 이용하다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 신속한 절차를 통해 보상을 받을 권리 등등... 여덟 가지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의 민원을 상담해 소비자들을 구해주는 소비자 보호원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위해 만들어진 제도적 장치를 잘못 악용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규상: 네. 손님은 왕이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고요.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가져야 할 덕목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객들을 대하는 봉사원들도 직장 밖에서는 대접받는 또 다른 손님이라는 사실.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네. 고맙습니다.
<2분 경제사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영어로는 CSR, 즉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라고도 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비윤리적 행태가 불거지면서 기업의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확산되고 있는 용어입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어떤 기업들은 전담직원을 두고 이 문제를 고민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자문해 주는 전문기관도 생겨났습니다.
기업들이 연말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금을 내놓는 것, 제품을 생산하는데 있어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것, 이런 활동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한마디로 기업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것, 바로 이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정의 할 수 있겠습니다. 2분 경제 사전 진행에 양윤정입니다.
전 세계에서 소비자를 위한 보호 제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는 미국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상품에 대한 환불제도나 보상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만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이렇게 소비자가 높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랄프 네이더 라는 한 소비자 운동가의 노력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후보에도 출마했던 그는 1960년대부터 많은 젊은이들과 소비자들의 안전과 권익을 위해 싸워 왔는데요.
이제는 너무나도 친숙한 자동차 안전벨트와 에어백 등 안전장치들을 자동차 회사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사람의 노력 때문입니다.
또한 자동차 안전에 결함이 발견될 경우 자동차 회사가 의무적으로 안전한 부품으로 교체해주는 이른바 '리콜' 제도역시 랄프 네이더의 역할 때문입니다.
'네이더 돌격대'라고 불리는 이들 소비자 운동가들 덕분에 지금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을 비롯한 모든 제조업체들의 안전 기준이 오늘날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죠.
소비자들이 왕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투쟁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영희의 경제 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