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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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우리 생활 속 경제 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며칠 전부터 '탈북자 송금이 북한 주민 먹여 살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남한 언론에 자주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금 남한에는 약 3만명에 가까운 탈북자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데요. 이중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이 보내는 돈이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오늘 김영희의 경제 이야기에서 살펴봅니다.

남한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2016년 8월 기준으로 약 29680여명의 탈북자들이 남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한해 최대 규모인 2천9백여명의 탈북자들이 남한에 입국한 이후 탈북자들의 남한 입국은 줄고 있는 추세이지만 탈북인들의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들이 북한을 떠나는 이유는 정치적 탄압과 억압과 같은 이유도 있지만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상당수가 남한에 정착해 돈을 벌면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액수도 적지 않은 규모라고 합니다. 한국 산업은행 미래통일사업본부 김영희 북한경제 팀장과 탈북인들의 대북송금이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김영희 팀장: 안녕하세요?

이규상: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남한에 계신 탈북자 분들은 고향에 가실 수는 없지만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할 방법은 있나요? 혹은 선물이나 용돈을 보내시는 분들이 있나요?

김영희 팀장: 네. 남한 소식을 전하고 고향의 소식을 알려고 한다면 어렵지는 않아요. 단둥이나 장백, 도문 등 북한과 접해 있는 중국 사람들을 통해서 얼마든지 안부를 전할 수 있고 선물이나 용돈도 보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선물일 경우, 물건이기 때문에 북한으로 가지고 움직여야 하고 배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선물이나 물건을 북한에 보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규상: 꼭 명절 때가 아니더라도 꽤 많은 탈북자 분들이 정기적으로 북에 계신 가족들에게 송금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한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송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김영희 팀장: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들은 북한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본인이 북한에 있을 때 어렵게 살았던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고 있는 것이고요. 또 본인 때문에 출세도 못하고 불이익 받고 하는 죄스러움 때문에 북한에 있는 친인척들이 잘 사는 것으로 위안을 찾고 있어요. 그래서 입국해서 2년차 정도 되면 돈을 보내려고 시도를 해요. 이렇게 시작해서 남한에서 살면서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데 대체로 10명중 6명이 한해 100만원에서 300만원씩 보내는 것으로 조사 됐습니다. 이렇게 보내는 것이 1년에 1000만 달러 정도로 한국 돈으로 11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규상: 북한 경제사정을 보면 많은 돈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정도 금액으로 북한의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드는데요. 남쪽에서 보내온 돈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나요?

김영희 팀장: 북한으로 보내는 돈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요. 순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 있고요. 또 하나는 북한의 가족이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인해서 조사를 받거나 체포 됐을 때 그 쪽에서 요구하는 돈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북한의 보위원, 남한으로 말하면 국정원이죠. 보안원, 남한으로 말하면 경찰 들에게 돈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국가 기업이나 국가 기관에 직접 들어가지는 않아요. 결국 두 부류 모두 개인에게 들어간다는 것이죠. 이렇게 들어간 돈은 장사 밑천으로 사용이 되고 시장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이외 간부들에게 뇌물로 줄 수도 있고 또 당국이 징수하는 세외 부담으로 징수될 수도 있는데 이것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규상: 남한과 북한간에는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제3국을 통한 송금이 이뤄지는데요. 그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김영희 팀장: 대체적으로 보면 절차가 아주 간편하게 진행이 되요. 예를 들면 중국의 조선족이 남한에 와서 남한 시중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면 중국에 있는 사람들이 그 계좌를 빌리는 것이죠. 그래서 그 계좌에 입금을 하면 그것을 중국쪽에서 환율에 따라서 찾아서 북한으로 보내지는데 현금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찾고 환율을 계산을 해서 북한 쪽에 있는 화교에게 전화를 하는 거죠. 그러면 화교가 북한 쪽 가족에게 넘겨주거든요. 지금 막 송금을 하면 두 시간 후면 북한에서 받게 됩니다.

이규상: 이렇게 정부나 국제기관들의 관여 없이 이뤄지는 돈 거래이기 때문에 보내진 돈이 제대로 전달 될 지도 상당히 걱정되는데요. 돈을 떼이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겠네요.

김영희 팀장: 배달 사고도 있기는 있죠. 처음에 송금을 할 때, 남한에 있는 탈북민이나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절차를 잘 몰라요. 그렇다 보니까 북한 쪽 브로커를 잘못 선택 하다 보면 그 쪽에서 자기가 돈을 받은 다음에 보위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하거든요. 그렇게 하거나 돈이 안왔다고해서 중간에서 배달 사고가 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남한에 있는 사람들과 직접 전화 연락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돈이 정말 안 온 줄 알고 돌아 가거든요.

그런데 탈북민들이 송금을 한것이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중국 쪽에서 북한 쪽에서 브로커 하는 사람들이 그것 가지고 밥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사고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이제는 브로커들도 시스템이 잘 돼있고 신뢰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볼수 있는 거죠.

이규상: 이런 비 공식적인 통로로 전달되기 때문에 여기에 따른 수수료도 높을 것 같은데 만약 남한에서 100달러를 보낸다면 북한에 가족들이 수령하는 금액은 얼마나 되나요?

김영희 팀장: 수수료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수료는 무조건 중국 쪽에서 보내는 금액의 10% 그리고 북한 쪽에서 중국에서 10%를 뗀 것에 10% 해서 전체 수수료를 20%를 뗐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더 많이 수수료를 지불해요. 중국 쪽에서 계좌를 관리하는 브로커가 환율에서 이윤을 보고, 현금을 찾아서 북한에 전달하는 브로커가 전체 금액의 10%를 수수료로 떼고. 또 북한 쪽 화교가 10%를 떼고, 그리고 북한 쪽에 친척들이 묶고 있는 국경지대 집들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전화연결을 해주는 사람들이죠. 휴대폰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사람이 가장 많이 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여기저기서 떼다 보면, 100달러를 보낸다면 많이 받으면 70달러, 적게 받으면 60달러를 손에 넣는다고 볼 수 있어요. 결국 40%의 수수료가 빠진다고 보는 거죠.

이규상: 정말 터무니 없이 많이 떼어가는군요. 남한에서는 정말 힘들게 그 돈을 벌어서 보내는 돈 일 텐데 중간에서 그렇게 많이 떼어가면 별로 기분이 안 좋겠네요. 그런데 북한 당국도 남쪽에서 돈을 보내온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닐 텐데 돈을 압수하거나 문제로 삼지는 않나요?

김영희 팀장: 북한 당국도 당연히 알죠. 북한에서 남쪽에 사는 사람들을 한라산 줄기라고 하잖아요. 과거 일본에 친척이 있는 조총련 사람들을 후지산 줄기 라고 했던 것 처럼. 지금은 남쪽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잘산다고 해서 한라산 줄기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북한 당국도 당연히 알고 있죠. 그런데 이것을 통제하고 감수하는 것이 보위원이에요, 말하자면 국정원인데, 이런 사람들도 생활하기가 어려우니까, 뻔히 알면서도 "남쪽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돈이 오면 너 혼자 쓰지 말고 나한테도 갖다 받쳐라." 이렇게 하거든요. 결국은 북한 보위부, 경찰, 남한에 친인척이 있는 사람들 때문에 돈이 들어갈 수 있고 또 그 쪽에 있는 사람들도 잘 살 수 있고, 지금은 부정부패가 심하다 보니까 다 상부상조하며 공생을 하며 살고 있더라고요.

이규상: 얼마 전에 한 탈북자 분으로부터 들은 하소연인데요. 자신은 더 이상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남한에 입국해서 한동안은 정기적으로 송금을 했는데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더 많은 돈을 보내라고 요구를 하고 또 더 자주 보내 달라고 해서 감당이 되지 않아 송금을 중단했다고 하는데, 단순히 북한에서 물가가 올라서 더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라고 보면 되는 것일까요?

김영희 팀장: 그런것 같지는 않아요. 사실 남한에서 보내는 돈은 공짜돈 아니에요? 그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본인이 피땀 흘려 번 돈이 아니니까. 공짜 돈을 받으면 집을 잘 꾸미고 멋있는 옷을 사 입고 돈을 흥청망청 써 버리는 것이죠. 돈이 없으면 또 달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기댈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여기 사는 탈북민들 보다. 공돈을 받는 북한 가족들이 흥청 돈을 쓰고 있어요. 여기서 돈을 보낼 때는 장사를 밑천을 해서 돈을 굴려 잘 살아라 하며 보내는 것인데 그 쪽에서는 소비만 하는 거죠.

이규상: 요즘 남한 경제도 좋지 않아서 탈북자 분들도 송금을 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 될 텐데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은 그 사정을 잘 모르시는것 같군요. 그리고 요즘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 각종 대북제재들도 더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데요. 탈북민들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송금에는 지장이 없나요?

김영희 팀장: 지금은 지장이 없어요. 이것은 불법적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브로커도 은밀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것과 무관하게…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규상: 비록 이러한 탈북자 송금이 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것만큼은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것 보다 남북간에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이뤄져서 탈북민들의 가족들에 대한 송금도 투명하고 안전하게 이뤄지는 것이 더 좋겠네요.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팀장: 네. 고맙습니다.

<2분 경제사전>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경제 상황을 말합니다.

동시에 한 나라의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구매력이 약해지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한 나라의 경제에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반듯이 부정적인 현상으로는 보기 힘든데요. 그 이유는 인플레이션의 종류와 원인이 여러 가지 이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초과 수요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총 수요가 총 공급보다 큰 경우에 발생합니다. 이 경우는 물가가 상승함과 동시에 GDP, 즉 국내 총생산이 증가하며, 보통 경제성장과정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반면에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 있는데요. 이것은 원자재 가격과 임금 등 생산비의 상승이 원인이 됩니다. 물가가 오르면서 국내총생산이 떨어지는 경우이기 때문에 수요 인플레이션과 달리 경제 침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예는 관리 가격 인플레이션인데요. 독과점 기업이나 기업들의 담합에 의해 물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서민들과 봉급생활자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되어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저축이 감소되어 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국내 상품들의 가격이 올라가 수입상품들을 찾게 되고 결국은 국제수지악화, 그러니까 무역적자를 보게 됩니다. 2분 경제사전 진행에 양윤정입니다.

최근 북한의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큰물피해로 집을 잃은 북한 주민들로서는 지금 외부의 도움이 간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남쪽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의지할 곳이 있어 다행인데요.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북쪽에 돈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 아닌 비밀이지만 남한 당국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금 당장은 제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렇게 비공식적인 통로로 송금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서 30-40%의 수수료가 중국쪽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