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부동산 시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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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우리생활 속 경제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북한의 경제체재가 몰락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몰락한 체제 속에서도 주민들은 제각기 살길을 찾아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식량과 물자의 수요를 충족 시키기 위해 장마당이 형성됐고, 이러한 장마당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자본 시장도 형성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난으로 주택공급 부족현상이 일어나자 북한에는 부동산 시장이 형성 됐습니다.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오늘 김영희의 경제이야기에서 살펴봅니다.

북한 법에 명시되어 있는 주택공급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 "인민들의 살림집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원만히 해결해 주는 것이 사회주의 제도의 본성적 요구다. 국가는 현대적인 도시 살림 집과 농촌 살림집을 국가 부담으로 지어 인민들에게 보장하여 준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식량배급과 마찬가지로 주택공급에 관한 약속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민들 사이에 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공급시장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북한에 부동산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한국 산업은행 미래통일사업본부 김영희 북한경제 팀장과 이 내용 살펴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김영희 팀장: 안녕하십니까.

이규상: 북한에서는 정부가 주민들에게 삶의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 법으로도 명시되어 있지 않나요?

김영희 팀장: 네. 북한의 살림집 법에는 '인민들의 살림집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원만히 해결해 주는 것이 사회주의 제도의 본성적 요구이다.' 이렇게 명시되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주택을 국가 자금으로 지어서 주민들에게 보장해 준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그리고 노동법에도 국가가 살림집을 지어서 노동자에게 보장한다고 명시되어있습니다.

이규상: 그런데 최근 들어서 북한에도 부동산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언제부터 북한에서 주민들 사이에 집을 사고 파는 거래가 시작됐나요?

김영희 팀장: 집을 사고파는 거래가 시작된 것은 90년대 중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90년대 중반에 북한에 경제난이 시작됐고 식량난이 시작된 시기죠. 주택거래가 시작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난으로 인해서 국가예산이 부족하고 주택건설에 필요한 자재가 부족해 지면서 국가에 의한 주택공급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공급주택이 부족해서 수요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공급이 발생하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될 수 없겠죠. 그렇다면 공급은 어떻게 발생했을까 하는 부분인데요. 주택 공급은 식량난으로 고리대금을 얻어 쓴 사람들이 대금상환을 하지 못하면서 본인들이 살던 집을 내놓던가, 또 장사 미천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막바지에 가서는 집을 팔려고 내놓으면서 공급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90년대 중반 경제난을 거치면서 수요와 공급이 발생하면서 주택을 사고파는 거래가 시작됐죠.

이규상: 그 이전에, 90년대 이전에는 북한에 부동산 시장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인가요?

김영희 팀장: 전혀 없었죠. 북한에서 주택이라는 것은 남녀가 결혼을 하면 수요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꼭 나의 집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결혼한 남자에 한해서 집을 지어서 공급해 줬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근로의 능력이 있는 남성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직장생활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거든요. 직장에서 나라 돈으로 집을 지어서 노동자에게 공급해 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돈을 주고 사는 것도 아니고 사용권만 나에게 주워지는 것인데, 자녀들에게 물려줘도 되거든요.

이규상: 북한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주택의 대부분은 정부가 제공해 준 집일 텐데요. 이러한 주택도 합법적으로 매매가 가능한 가요?

김영희 팀장: 정부가 제공해 준 집이니까, 내 소유는 아니죠. 나라에서는 나에게 주택 소유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권만 주는 것인데요. 남한에서 말하면 영구임대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남한의 영구임대는 보증금과 월세를 지불해야 하는데 북한에는 보증금과 월세라는 제도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용권만 매매하는 것인데 이런 것 또한 절대적으로 불법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합법적 주택거래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규상: 남쪽에서도 보면 부동산 거래는 참 복잡한 일 아닙니까? 여러 가지 법률적인 문제도 알아야 하고 말이죠. 그래서 항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요. 북쪽에서는 이런 부동산 거래가중개인 없이 이뤄지나요?

김영희 팀장: 아닙니다. 북한에도 당연히 중개인이 있죠. 북한에서 부동산시장은 불법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법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부분은 거의 없어요. 90년대 중반 경제난 초기에는 중개인 없이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나서서 거래를 하고, 주택가격도 팔려는 사람이 정하고… 거래되는 주택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요. 문제는 주택명의를 변경시켜야 하는데 이 부분은 행정처리를 담당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 담당자에게 뇌물을 주고 해결하는 방법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택거래를 중개하는 중개자가 있고 또 수수료를 받고 이 부분을 해결해 주는 것이죠. 남한에서 말하는 등기부등본이고 북한에서는 입사증이라고 해요.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 의미죠. 이런 입사증을 처리해 주는 행정기관에 중개인이 나서서 행정처리를 해 주면 그만입니다. 남한처럼 합법적인 것이 아니라 불법이기 때문에 입사증에 명의 만 바뀌면 되는 것이죠.

이규상: 북한에 사금융 시장이 확대되면서 투자의 목적으로 집을 지어서 매매를 하는 돈주들도 생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활동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것인가요?

김영희 팀장: 네. 2000년대 후반 들어서 개인이 집을 지어서 매매하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거든요. 우선 9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동안 장사를 해서 돈을 모은 돈주들이 생겨났거든요. 이들이 주택건설에 돈을 투자해서 집을 짓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투자도 당연히 불법이거든요. 주택은 개인이 지을 수도 없고 또 개인이 거래할 수 도 없습니다. 그런데 나라에 돈은 없고 집은 지어야겠고 하니까. 회사들이 개인들의 돈을 투자 받아서 집을 짓기도 하고요. 또 돈주들에게 모든 것을 위임해서 집을 짓도록 한 다음에 회사 몫으로 집을 몇 세대 받는 방법으로 주택을 건설 하기도 하죠… 국가가 합법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묵인해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어요.

이규상: 집을 지으려면 기본적으로 땅이 있어야 할 텐데, 북한에서는 이제 땅 거래도 가능한 것인가요?

김영희 팀장: 북한에서 토지는 모두가 국가 소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 거래는 있을 수 없죠. 국가에서 집을 지어서 주민들에게 공급을 하려면, 주택 부지를 허용해야 하는데요.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북한에서의 회사, 즉 기관 기업소들의 역할을 이해해야 합니다. 회사가 집을 지어서 회사원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니까, 회사가 주택건설 설계도 하고 토지이용허가도 해당국가기관을 통해 받아야 하죠. 이렇게 회사가 토지이용에 대한 허가를 받고 주택건설 설계도 끝낸 다음에 자금이 없어서 개인들에게 시공을 불법적으로 넘겨주거나, 개인들의 자금을 선 투자 받아서 주택을 건설하게 되는 것이죠.

이규상: 남쪽에서는 이렇게 건물을 지을 경우 각 시도 정부로 부터 안전점검 등 여러 가지 허가를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북쪽에서도 이렇게 주택이 건설 될 때 정부가 개입을 해서 여러 가지 점검을 하나요?

김영희 팀장: 네. 점검을 합니다. 북한에서 개인이 주택을 불법으로 건설한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기관 기업소가 건설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것을 국가의 승인을 얻어서 이행해야 하는 것이죠. 주택건설의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있어요.

이규상: 네. 겉으로 보기에는 기관기업이 주택을 공급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주민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었군요.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부동산 시장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현상으로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주택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도 궁금한데요. 이 내용은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네. 고맙습니다.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