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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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우리 생활 속 경제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꽃게철이 돌아오면서 한반도 서해에서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북방한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꽃게잡이 어선들 간의 경쟁이 아니라 남북 간의 긴장을 틈타 꽃게를 싹쓸이 하는 중국어선들 때문에 그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김영희의 경제이야기에서 꽃게잡이를 둘러싼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 간의 긴장을 알아봅니다.

시원한 국물의 꽃게탕과 향긋하고 매콤한 간장게장. 남한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별미입니다. 꽃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꽃게 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데요. 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꽃게잡이가 일정치 않아서 가격이 들쑥날쑥 일정치 않습니다. 어떤 해에는 꽃게 음식이 수 십 달러에서 수 백 달러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는데요. 올해도 그런 경우라고 합니다.

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사업본부 김영희 북한경제팀장과 꽃게를 둘러싼 갈등들을 살펴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김영희: 네. 안녕하세요.

이규상: 김 선생님도 꽃게 좋아하시죠? 올해도 좀 드셨나요?

김영희: 네. 꽃게. 너무 좋아하죠. 북한에 있을 때 제가 있던 서해바다에서 꽃게를 많이 잡았는데요. 그 때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잡기만 하면 바다에서 바로 중국 배에 넘겨주고 대신 밀가루, 쌀 이런 것을 받아오고는 했으니까. 북한사람들 중에는 꽃게를 먹어본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꽃게탕도 시원하고 맛있지만 꽃게로 만든 간장게장 이런 것들이 별맛이잖아요. 그래서 계절이면 꼭꼭 먹어보고는 하는데, 지금도 제철이니까 당연히 먹어봤습니다.

이규상: 그런데, 꽃게만큼 남북의 갈등을 부추기고 또 외교문제를 만드는 음식도 없는 것 같죠. 해마다 꽃게 철이 되면 서해에서 분쟁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김영희: 네 그렇습니다. 지금 한 창 꽃게 철 이니까. 서해 바다에서 남과 북 거기에 중국까지 합세해서 금어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경쟁을 하죠. 남한의 해안경기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NLL인근 해역에 중국어선 약 300척 정도 또 북한 어선이 약190척 정도, 남한어선 100척 정도가 조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어선 같은 경우는 NLL, 북방한계선을 오르내리며 조업을 하고 북한 어선은 NLL 북쪽에서 조업을 하고요. 남한어선은 NLL 남쪽 어장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데, 중국 어선들은 나포될 위험을 무릅쓰면서 까지 NLL까지 와서 조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한의 단속정, 어선들이 단속을 하는데 올해도 중국어선 선장 두 명이 끌려와서 구속되기도 했고요. 이런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서 남한의 해경이 함정을 배치해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북한 측 해역이다 보니까. 자칫 중국어선을 단속하다가 북한 측과 마찰이 빚어지게 되는 것이죠. 바다라는 것이 국경이라고 금을 그어놓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규상: 올해는 꽃게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면서요?

김영희: 그렇습니다. 남한의 해양수산부 자료가 있는데요. 올해 4월 꽃게 어획량이 575톤이라고 해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나 급감했다고 합니다.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꽃게 어획량도 664톤으로 2015년 같은 기간의 2107톤의 3분에 1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해양수산부는 이렇게 꽃게가 급감한 이유는 지난해 어린 꽃게자원이 감소를 해서 올해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고요.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 어민들이 밝히고 있는데요. 중국 어선들이 어장을 싹쓸이 하면서 꽃게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했기 때문에 어린 꽃게의 씨가 말라 어획량이 줄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규상: 꽃게 가격도 엄청 올랐겠네요.

김영희: 그렇습니다. 시장이란 것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지 않습니까. 올해 어획량이 급감하다 보니까 당연히 가격이 오르는 것이죠. 서울에 제일 큰 수산시장 중에 노량진 시장이란 것이 있어요. 거기에서 가격을 보면 꽃게 1킬로그램 당 가격이 40달러에서 50달러 수준이고요. 꽃게 한 마리에 13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어요. 작년에는 킬로 당 30달러 정도 수준이었는데... 작년보다 약 30%가량 오른 샘이죠. 남한에서 보면 쌀 1킬로그램에 2달러 정도이거든요. 그러니까 꽃게 1킬로를 살 가격이면 쌀 20킬로를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이규상: 이렇게 어획량이 줄면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어선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 질 것 같은데요. 벌써 남한 어선들과 중국어선들 간의 충돌이 있었죠?

김영희: 그렇습니다. 중국 어선들이 계속 불법조업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남한의 연평도 어민들이 격분을 한 것이죠. 그래서 중국어선 2척을 직접 나포를 했어요. 중국 어선들이 NLL 남쪽 수역에서 밤새도록 불법조업을 하고 잡은 것은 운반선으로 중국으로 보내거든요.

이규상: 이런 일들이 모두 서해 앞바다 그러니까 북방한계선을 사이에 두고 일어나는 일들인데요. 중국 어선들이 거기까지 와서 꽃게잡이를 할 수 있는 것인가요?

김영희: 중국 어선들은 중국 영해에서 조업을 해야 하니까, 북방한계선 까지 오게 되면 타국의 영해를 넘어서 조업을 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사실은 불법으로 처리가 됩니다. 그리고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으로 인해서 남한과 중국 간의 어업공동위원회를 가동하고 있고요. 그러나 중국 어민들은 중국에서 한국산 꽃게 수요가 많고 또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혈안이 돼서 불법조업을 하고 있죠. 그러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에는 북한의 묵인도 있지 않는가 생각도 됩니다.

이규상: 과거에도 여러 차례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남한 해경들과의 충돌이 있지 않았습니까? 중국어선과 북한 측과의 갈등은 없나요?

김영희: 북한과 중국 어선들 간의 갈등도 있죠. 2014년도 중국 선원들이 불법조업을 한 이유로 북한 측에서 이들을 억류해 구타했다는 보도가 있어요. 중국 어선들은 북한에서 불법으로 조업을 했다는 자인서를 써 주고 배는 북한에 놔두고 몸만 풀려난 일이 있었는데요. 이 일로 인해서 중국 외교부가 북한주재 중국대사관에 사건의뢰를 주문하고요. 북한주재 중국대사관은 북한 외교부에 항의를 한 사건이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에는 서해상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에 북한군이 발포를 했거든요. 그래서 중국어민 한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이 북한주재 대사관을 통해서 북한당국의 과잉 대응이라고 항의를 하고 북한당국은 중국 어선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생긴 정당방위라고 하면서 북중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북중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가끔은 북한이 중국 어선들에 대해 묵인을 하고 그러면서 거기서 돈을 챙기며 남한과 중국 간의 갈등을 조성시키는 면도 있습니다.

이규상: 1, 2차 연평해전이나 대청해전과 같은 남북 간 군사충돌도 거의 이런 꽃게 철에 일어난 사건들인데요. 꽃게잡이가 이렇게 사람의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해야 할 만큼 중요한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과거 이런 불필요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간의 합의도 있지 않았습니까?

김영희: 네. 남북 간의 합의가 있었죠. 2007년도 남북 정상이 남북관계 개발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을 통해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발효한 것이죠. 그래서 공동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나가자...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2014년 10.4 선언이죠. 이런 선언이 나온 다음에 이런 문제를 남북 간에 조금 논의를 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는데, 요새 이런 것들이 수면위로 떠 올라오면서 워낙 중국과 한국간에 갈등이 많이 발생하니까. 공동어업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자... 이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규상: 지금 남북 간의 긴장 때문에 이런 해결방안들이 쉽게 추진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 사이를 틈타 중국 어선들만 재미를 보고 있고요.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김영희: 남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수산자원관리공단 같은 경우는 서해 5도 인근에서 발생하고 있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서 불법조업방지 구조물 설치작업을 추진하자고 밝혔어요. 남한의 서청도 해상인근에 백만 달러를 투입해서 불법조업 방지 구조물인 대형인공어초 8기를 설치했습니다. 이 인공어초가 무엇인가 하면 상단부와 옆면에 갈고리 모양의 어망 걸림 장치를 설치해서 중국 어선들이 들어오면 그물이 걸려서 찢어지게 만드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불법조업을 차단하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고요. 그리고 남한과 중국정부가 채택한 불법조업방지 합의문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중국 측에 이행, 단속을 촉구하면서 남과 북이 함께 중국의 불법어업에 대응하는 방법... 이런 것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2007년 10.4선언에서 제시했던 남북간의 합의를 통해서도...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규상: 고사성어 중에 '어부지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요새와 무명조개가 다투는 틈을 타서 어부가 둘 다 잡는다는 얘기인데요. 서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꽃게 전쟁. 바로 이것을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네. 고맙습니다.

지난 5일 남한 어민들이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한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14일, 한강 하구 수역에서 중국어선 퇴거작전을 진행 중인 민정경찰이 불법조업을 하는 어선 2척을 나포하는 사태가 또 발생했습니다.

민정경찰은 남북한 군사분계선을 지키는 경찰들인데요. 중국 어선들이 서해 북방한계선도 모자라 이제는 한강 하류까지 들어와서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남한에서는 꽃게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산란기인 7월과 8월을 꽃게 금어기로 정해놓고 있는데요. 이 금어 기간 중 중국 어선들도 꽃게 조업을 중단할지도 의문입니다.

중국 어선들의 이런 싹쓸이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