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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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우리 생활속 경제 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남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속어 중에 '지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건을 구매하다. 물건을 사다. 이런 말인데요. 일반적인 구매활동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김영희의 경제이야기에서 알아봅니다.

'무엇 무엇을 지르다'. 남한에서는 친구들 사이에 지르다, 지름.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예문을 들자면, 오늘 '백화점에 갔다가 구두를 질렀다'. '오늘 새로나온 전화기를 질렀다' 이런 식이죠. 질렀다는 말은 구매할 계획은 없었지만 구입을 했다는 말로 '충동구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충동구매'를 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 사업본부 김영희 북한경제 팀장과 남한사람들의 충동구매 소비에 대해 살펴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김영희: 네 안녕하세요.

이규상: 김 선생님께서도 충동구매를 자주 하시나요?

김영희: 네. 가끔 충동구매를 하죠. 그래서 저희 남편이 또 충동구매를 했냐며 뭐라고 하죠. 그렇게 사 놓고 입지 않는 옷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가지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는 하거든요. 그렇게 한다고 우리 남편은 또 뭐라고 하죠.

이규상: 보통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물건을 충동구매 하시는 편인가요?

김영희: 원래 여자들은 쇼핑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기분이 우울할 때 구경을 하면서 물건을 구입하면 한결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우울한 생활이 지속됐던 그 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아웃렛에 가고는 하는데요. 사실 물건을 사려는 목적보다도 처음에는 물건이나 구경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떠나거든요. 그러나 막상 가보면 기분이 좋고 또 1-2년 전에 백화점에서 팔던 물건들을 50-70% 세일을 하니까. 저질러 버리거든요. 그리고 저희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쇼핑몰이 있어요.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친구랑 저녁을 먹고 쇼핑몰을 둘러보면서 하루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우울할 때 스트레스 받았을 때, 또 세일을 한다고 또 사고... 이러면서 계속 충동구매를 하는 것 같아요.

이규상: 북한에도 충동구매나, '지르다' 이런 표현이 있나요?

김영희: 북한에는 그런 것이 없죠. 충동구매도 어느 정도 여건이 되어야 하는데, 북한 같은 경우는 소득수준이 높지 않고, 매일매일 벌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다수고, 그러다 보니 충동구매는 거의 하지 않고요. 단 이런 것은 있습니다. 충동구매라고 하기 보다는 유행을 쫓아가는 경우... 어떤 옷이 막 유행이 됐다. 이러면 다 같이 유행을 쫓아가는 것은 있지만 여기서처럼 남들이 안 입는 것을 나는 입고 써야겠다... 이런 것보다도... 다 같이 공동체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절대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설사 구매한다 하더라도 북한에는 물건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희처럼 후회를 하거나 쓰지 않고 두었다가 버리거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규상: 사람마다 충동구매를 하는 이유가 각각 다를 수가 있는데요. 저나 제 주변 사람들을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때, 기분이 우울할 때 이런 충동적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이런 사람들이 많은가요?

김영희: 그렇죠. 제 주변에 친구들을 보더라도 우울하고 기분이 나쁠 때, 그리고 스트레스가 쌓일때, 그럴 때 쇼핑을 제일 많이 해요. 그것도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우르르 같이 가는 거죠. 그래서 가서 한 사람이 사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옷도 입어보고 언제 우울했나 싶을 정도로 쇼핑을 하며 돈을 쓰죠. 이렇게 슬프고 우울할 때 생기는 공허함을 쇼핑이 채워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람이 매일 행복하지는 안잖아요. 때로는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회사일로, 가정사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이런 생활이 계속 반복이 되다 보니까. 한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사회관계속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의 감정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쇼핑으로 날려보려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이규상: 남쪽 사람들이 충동구매를 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죠. 아주 자극적인 마케팅 이런 것도 충동구매의 원인이 되지 않습니까?

김영희: 네. 맞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휴식을 하면서 TV를 돌리다보면 홈쇼핑 채널이 나옵니다. 어떤 때에는 거기에 딱 꽂히게 되는 거죠. 의류, 식품, 화장품, 가전제품... 안 나오는 제품이 없어요. 그래서 홈 쇼핑에서 제품 홍보를 듣다보면 너무나 다 좋은 거죠. 안 살래야 안 살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몇 개 샀거든요. 홈 쇼핑이다 보니까 물건을 직접 보고 고르지 못하는 단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보다 가격이 싸니까, 그것이 매력이고 또 사용가치에 대해 설명을 잘 해주니까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거죠.

이규상: 신용카드와 지불 수단도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원인 중에 하나 아닐까요?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김영희: 그렇죠. 제가 남한에 입국해서 '신용카드를 쓰고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런 예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3년 동안은 현금만을 고집했거든요. 버스비도 현금, 수퍼에서 물건을 사도 현금, 모두 현금을 썼는데. 현금 같은 경우는 몇 만원을 써도 그것이 얼마나 아까운지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신용카드를 쓰는데요. 그 때보다 소비가 3배정도 증가했어요. 신용카드를 쓰게 되면 직접 현금을 지불하지 않으니까. 내 돈을 쓰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쓰고 있는 돈이 내 수익의 몇 퍼센트 정도인지도 잘 가늠이 되지 않거든요. 이런 현상을 보면 신용카드가 충동구매를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신용카드 사용자 10명중 6명이 충동구매를 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거든요. 현금 없이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몇 달에 나눠서 지불하는 할부 결제 방식, 이런 것 때문에 신용카드가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규상: 길거리를 걷다보면 상점에 할인 사인이 많이 붙어 있지 않습니까? 할인판매, 끼워 팔기 판매 이러한 상술도 우리의 충동구매 욕구를 부추기지 않습니까?

김영희: 네. 앞서 말씀 드린 데로 할인 판매가 무섭죠. 저희가 매일 보는 일간지에 전단지가 끼워져 오는데요. 거기 보면 전자제품 할인, 의류할인... 그런 내용이 참 많습니다. 그걸 보면 '저런 상품을 어디 가서 저 가격에 사겠어?'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면 주말에 꼭 사러가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끼우 팔기도 마찬가지구요. 30년 동안 신경과학을 연구해온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의 책에 따르면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면 대부분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고 해요. 유통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심리를 잘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규상: 이 밖에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심리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영희: 다른 사람이 사니까 나도 사고 싶은 충동,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과시적 소비욕구, 이런 것들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아마 보통사람들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이 사다 보니까 사고 싶은 충동이 가장 많을 것 같아요.

이규상: 연령층에 따라서도 이러한 충동구매에 대한 성향이 다를 것 같기도 한데 어떻습니까?

김영희: 네. 10대, 20대, 30대를 보면 충동구매 성향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데요. 10대의 경우 의류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고요. 싼 옷을 여러 벌 구매하기 위해 먼 매장이라도 찾아가는 성향이 높은데, 20대 같은 경우는 유명상표를 선호하는 성향을 나타내고 있고요. 30대 같은 경우는 할부구매, 신용카드를 써서 여러 달로 나눠서 지불하는 구매를 하고 세일기간을 선호하는 알뜰구매... 30대는 그런 특성을 보이고 있고요. 40대와 50대 같은 경우는 상대적을 보수적이고 근거리 쇼핑을 즐기고 또 유행에 덜 민감한... 이렇게 충동구매에 대한 성향도 연령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규상: 충동구매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꼭 필요한 물건을 산다면 별 문제가 아닌데, 사실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은 충동구매가 아니죠. 충동구매 이후에 따라오는 것이 있죠. 바로 후회 아닌가요?

김영희: 네. 충동적으로 구매한 물건이라도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죠. 저 같은 경우는 남이 산다고 같이 샀을 때 대체로 후회를 하거든요. 자료를 보면 충동구매를 한 뒤 10명중 5명이 후회를 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규상: 이러한 충동구매. 우리의 주머니 사정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인데요. 어떻게 하면 이런 충동구매 욕구를 억제할 수 있을까요?

김영희: 네. 충동구매가 우울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통해서 충동구매를 약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고요. 미국 스텐포드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습관적인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들에게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게 해서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80%가 충동구매 유혹에 덜 시달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쇼핑은 계획적으로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본인의 의식적이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규상: 네. 충동구매를 약으로도 고칠 수 있군요. 신기하네요. 어찌 됐던 충동구매이건 계획된 구매이건 소비가 많아지면 경기도 좋아지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불필요한 소비보다는 자기가 꼭 필요한 곳에 소비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네. 고맙습니다.

<2분 경제사전: 엥겔지수>

남한이나 미국에서는 여름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모두들 직장이나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떨쳐 버리기 위해 산과 강, 바다로 나가는데요. 충동구매가 가장 쉽게 이뤄지는 곳이 바로 휴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 지갑이 쉽게 열릴지는 모르겠습니다.

김영희의 경제 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