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우리 생활 속 경제 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남쪽은 지금 최순실 이라는 대통령 측근의 비리 사태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월동준비로 주부들이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11월인데, 국정마저 혼란스러워, 국민들의 마음도 흩어져 있는데요. 그래도 올 겨울 김장철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 김영희의 경제이야기에서 살펴봅니다.
지난 여름 한반도에 밀어닥친 폭염으로 여름철 고 냉지 배추 값이 포기당 약 8000천원 미화로 7.5달러까지 올라가 소비자들 애타게 한 적이 있습니다. 올 겨울 김장철에는 배추 사정이 나아질까 했지만,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돼 소비자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정도 혼란스러워 마음이 복잡한 남한 소비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한국 산업은행 미래통일사업본부 김영희 북한경제 팀장과 올해 남쪽의 김장철 풍경을 전해드립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아직 서울 지역은 김장이 시작되지 않았죠?
김영희: 네. 서울은 북한 쪽 보다 기온이 조금 높기 때문에 11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김장을 해요. 북한은 11월 초부터 김장을 하니까. 북한보다 1-2주 정도 늦게 김장을 한다고 볼 수 있죠.
이규상: 올해 김장철 배추 가격은 어떤가요?
김영희: 우리 민족은 1년 내내 김치를 떨구지 않고 먹지만 겨울 김장철에는 어김없이 김장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는 여름 폭염과 가을에는 폭우가 내렸는데 그 때문에 김장 비용이 껑충 뛰었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 전라 남도 경우는 산지에서 나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지난해 보다 700원 오른 남한 돈으로 1900원에 거래되고 있고요. 그리고 마트에서 파는 배추 세포기는 저희 동내 같은 경우 약 7000원에 판매되고 있더라고요. 지난해 3500원의 두 배에 거래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규상: 지난 여름 폭염 때문에 배추 값이 폭등 했었는데요. 그 때보다 가격이 좀 떨어졌나요? 김영희: 지난 여름 폭염 때는 최고 8000원까지 올랐었는데요. 지금은 한 포기 가격이 2500원, 3000원 정도 되니까. 좀 많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지난해 김장 가격에 비해서는 거의 2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김장을 엄두도 못 내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이규상: 올 김장철에도 또 '금치'얘기가 나오겠군요. 김장을 배추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농산물 가격도 많이 민감한데 파, 고추, 무 등 다른 작물 가격은 어떤가요?
김영희: 다른 야채 가격들도 많이 올랐는데요. 무 같은 경우 5-6개로 묶음이 되어있는데 마트에서 7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고요. 지난해에는 2500원에서 3000원 이다 보니까. 이것도 배추처럼 약 2배 정도 올랐죠. 마늘은 통마늘 기준으로 1킬로당 만4천원 수준이고요.
이규상: 이렇게 김장 비용이 오르게 되면 김장을 아예 하지 않는 가정도 늘게 되지 않습니까?
김영희: 그렇죠. 김장용 배추, 무, 마늘, 대파 이런 야채들의 가격이 지난해 보다 2배정도 폭등하다 보니까. 집에서 김장을 하지 않겠다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이규상: 하지만 한국사람 밥상에서 김치가 빠진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가는데요. 이렇게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은 김치를 어떻게 구하나요?
김영희: 그렇죠. 한국 사람들은 김치 없는 밥상을 생각해 본적이 없잖아요. 때문에 김장철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서 김치를 만들어 겨울 내내 맛있게 먹고 또 남으면 또 묵은 지로 먹을 수 있어서 어느 집을 막론하고 모두들 김장을 담가왔죠. 그런데 최근에는 2인가족 3인가족 이렇게 가족 인원수가 줄어들면서 김장을 하는 것 보다 사서 먹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대형 마트 등에서 김치를 많이 만들어 팔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히려 김장을 하는 것 보다 마트에서 사다 먹는 게 더 실속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규상: 김장하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배추를 물에 씻고 소금으로 절이는 작업 아닙니까? 몇 년 전부터 소비자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남쪽에서는 절임 배추 판매도 크게 인기를 끌었죠? 올해는 어떻습니까?
김영희: 올해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김장을 하는데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이 배추를 다듬고 물에 씻는 작업이죠. 남한에서는 4인가족의 경우 15포기를 김장합니다. 북한에서는 그렇게 조금 김장을 하느냐 하겠지만 남한에서는 그 정도면 한해 겨울을 나을 수 있다고 보는 것 이거든요. 양이 많이 않아 힘들어 보이지는 않지만 사실 공정이 많다 보니 품이 많이 드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은 유통에서 잘 절여진 배추를 판매하는데요. 10킬로 그램 당 13000원에서 18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어요. 배추 가격이 오르기 이전에 사전 예약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아주 저렴한 가격에 배추를 구입할 수 있어 인기가 대단합니다.
이규상: 아무래도 북쪽은 남쪽 보다 김장철이 빨리 찾아오는데요. 올해 북한 쪽 배추 사정은 어떤가요?
김영희: 북한은 올해도 김장용 배추 사정이 좋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북한은 김장용 배추를 모종할 때, 협동농장에서 모종을 해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관, 기업소 별로 회사원 수에 맞게 배추와 무를 심을 수 있는 밭을 떼어줍니다. 그러면 회사별로 배추 심고, 무 심고 재배를 해서 나중에 인원 별로 나누는 방식이죠.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힘이 있고 돈이 있으면 농약이나 비료를 많이 사용해 통진 배추를 생산할 수 있고요. 그렇게 되면 한 포기당 킬로 수가 많죠. 그러나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생산량이 줄고 공급량도 줄어들 수 밖에 없거든요.
이규상: 언젠가 한번 말씀해 주셨는데, 북한이 남쪽보다 김장을 더 많이 한다고요?
김영희: 북한에서는 김장은 반년식량이다 이렇게 말하죠. 김장철을 김장전투라고도 하고. 그만큼 김장이 중요하다는 얘기 거든요. 4인가족이 배추를 받는 것이 약 1톤정도를 받아서 김장을 해요. 11월 김장을 해서 다음해 4월까지 먹을 수 있죠. 딱 반년이죠.
이규상: 예전에는 남쪽에서도 김장철이 되면 온 동네가 돌아가면서 김장을 돕고는 했는데 이런 문화도 많이 사라졌죠?
김영희: 네. 남한에서도 예전에는 동내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이 집의 김장을 해 주고 또 다음에는 저 집의 김장을 해 주는 문화가 있었죠. 김장을 통해서 이웃간의 정을 나누고 했던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도시화가 되고 핵가족화가 되고 해서 적은 김장을 하기도 하지만 절인 배추를 사다가 하기 때문에 많이 편리해 졌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문화가 없어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규상: 요즘은 남성들도 부엌일을 많이 돕는 편이지만 예전에는 김장철이 남성들이 부엌일을 돕는 유일한 기간이었죠. 그래 봤자 마당에 김장독을 묻는 정도였죠. 요즘은 김치냉장고 덕으로 남성들이 김장철 땅을 파는 일도 사라졌고 또 여성들도 김장을 하기가 많이 쉬워졌습니다. 그렇지만 치솟는 배추 값이 올 김장철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네요.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네. 고맙습니다.
<2분경제사전: 1인가족>
지난 2013년이었죠? 아제르바이젠의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보호 정부간 위원회는 한반도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했습니다. 한반도의 김장문화가 인류문화유산에 남는다는 것. 얼핏 생각하기에는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네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행해오던 작업이 점점 사라져 가기 때문에 이것을 보호해야 하는 지경까지 왔다는 얘기죠. 앞으로는 집에서 밥을 짓은 행위도 인류에 문화 유산으로 보호받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김영희의 경제 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