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발을 땅에 딛고 (3)

지난해 3월 13일 서울 사립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부회장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13일 서울 사립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부회장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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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남쪽에서 많이들 하는 얘깁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남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탈북자가 보는 남한 사회, 남한 사람에 대한 얘기는 그 동안 자주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반대로 남한 사람들이 보는 탈북자, 북한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시간의 제목은 <남과 북,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상태를 함께 얘기해보고 진단해봅니다. 진행에 이현줍니다.

진행자 : 이 시간 함께 해주시는 분이 있죠. 탈북 청년들과 오랫동안 활동해온 북한인권단체 <나우>의 이영석 교육팀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영석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대학 입학시험 성적이 나온 11월 말부터 탈북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요. 오늘 이 얘기를 마무리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선생이 지난 시간엔 청년들이 꿈을 갖는 것 좋지만 이게 허상이면 안 되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이영석 : 네, 탈북 청년들 뿐 아니라 남한에 정착하는 탈북자들 전부의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과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허상의 차이점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드라마처럼 좋은 빌딩에서 일하고 좋은 차타고 다니는 것은 누구나 다 원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게 좋은 사무실, 좋은 차 타고 여유롭게 살려면 한국에서 말하는 경쟁에서 이겨야하고 그런 경쟁에서 이긴 보답으로 그런 돈을 받는 것입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 이런 식의 꿈을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하나씩 하나씩 꿈을 이루고 살아가는데 무조건 좋은 집, 부자... 특히 좋은 대학만 가면 모두 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실패해요.

진행자 : 대학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사실 탈북 대학생들... 나라에서 학비를 지원해 주지 않습니까?

이영석 : 네, 35세 이하는 대학 학비를 지원하는데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립대학은 전액 무료이고요, 사립대학은 반반입니다. 간혹 지원하지 않는 학교는 본인이 절반 부담해야 합니다.

진행자 : 이렇게 학비도, 대학 입학도 배려가 있지만 대학 입학한 이후부터는 남한의 또래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영석 : 맞습니다. 특례 입학이라는 게 입학할 때 특수한 상황을 배려해서 입학을 시켜주겠다는 것입니다. 그걸로 끝입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엔 12년 공부하고 들어온 남한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해서 성적을 받아야하고 거기서 1,2,3,4등이 나눠지고 그 경쟁을 거쳐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청년들 상담할 때 꼭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대학을 가는 것이 정착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대학에 갔다고 해서 잘 살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말라. 목표가 대학이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가 돼야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에 비해 탈북 청년들도 생각을 많이 하면서 본인의 적성, 본능, 성격과 맞는 공부를 찾는 노력하고 학교에서도, 하나원에서도 이런 문제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여러가지 문제들이 남북한 사회에서 대학이라는 위상의 차이가 커서 생기는 일 같습니다. 이런 현실을 청취자분들이 좀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고요. 그런데 하나 하나 따지고 보면 꿈과 희망을 품고 온 남한에서도 꿈을 꾸기가 녹녹치 않습니다... 까다롭네요. (웃음)

이영석 : 그래도 청년들과 상담하면서 꿈이 없으면 숨을 쉬지 말라, 공기를 마시지 말라 그렇게 얘기합니다. (웃음) 왜냐면 꿈이 없다면 목표가 없다는 것, 시체나 마찬가집니다. 꿈을 갖고 그걸 이뤄갈 수 있는 단계를 행동으로 옮겨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청취자분들이 오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일반 대학은 35세까지 지원되고 35세 이후에도 컴퓨터로 수업을 듣는 사이버 대학교, 방송으로 수업을 듣는 방송 통신대학교는 탈북자라면 나이 상관없이 등록금이 지원됩니다.

진행자 : 솔직히 이런 부분은 상당히 부럽습니다. (웃음)

이영석 : 그렇죠. 탈북 대학생들이 좋은 학교 진학해서 공부를 끝까지 하면 좋은데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잖아요? 이게 일 년에 100억 이상의 손실이라고 통일부에서는 통계를 잡고 있습니다. 이 돈은 국민이 낸 세금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상황은 남한 학생들이 보기엔 좋지 않죠.

진행자 : 남한의 1년 대학 등록금이 1천만 원, 만 달러가 됩니다... 나는 이렇게 많이 내고 다니는데 저 친구들은 돈을 안 내도 되는데 공부를 안 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죠.

이영석 : 저도 아직 대학원 다녔던 학비를 갚고 있습니다. (웃음)

진행자 : 남한도 요즘 졸업하면 대학 학비 길면 10년까지 갚아야 하고 이건 남한뿐 아니라 미국도 그렇습니다. 대학 등록금 보통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투자를 하면서 탈북 청년들을 대학 보내는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이영석 : 탈북 청년들은 앞으로 큰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러나 이 친구들은 남한 친구들과 똑같이 경쟁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없어요. 그러니까 특례 입학과 등록금 지원으로 기회를 열어주고 대학 안에 친구들도 사귀고 남북한 친구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의 투자입니다.

진행자
: 마지막으로 이번 주제에선 굉장히 사례를 아끼셨어요... 이 선생이 제일 기억에 남는 사례를 하나 소개해 주세요.

이영석 : 근 10년 정도 지난 일입니다만... 당시엔 서울의 좋은 대학들도 탈북 학생들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지방에 있는 대학을 가겠다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유가 뭐야 했더니 자기 실력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그래요. 그리고 자기 집을 지방에 배정 받았는데 그곳에서 학교를 나와야 지역 특색도 배울 수 있다며 내려가겠다... 또 너무 잘 하는 아이들보다 자기가 따라갈 수 있는 애들과 공부를 하고 싶다고 지방 대학을 갔습니다. 그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현대 그룹에 탈북자라는 걸 말하지 않고 다른 남한 학생들과 똑같이 시험을 봐서 입사를 하고 나중에 탈북자라는 걸 밝혔습니다. 아직도 잘 다니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회사 생활을 잘 해서 현대에선 매년 탈북자를 2-3명 씩 뽑았는데요... 근데... 뒤에 뽑은 친구들은 거의 다 잘렸습니다. (웃음)

진행자 : 쉽지 않은, 특별한 경우니까 소개를 해주시는 것이겠죠?

이영석 : 남에게 보여지기 위해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가면 경쟁이 치열하고 인간답지 살지 못할 정도로 공부해야합니다. 자기들이 정확히 좋은 게 뭔지 알고 가야합니다. 법학과를 가면 판검사 될 수 있대... 법률 용어 하나 모르고 자퇴하는 경우 많고 핵개발하고 싶다고 화공과를 갔는데 용어가 다 영어, 그래서 학교 3개월 다니다 그만두고... 중도 탈락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굉장히 높습니다.

진행자 : 북쪽에 있었어도 굉장히 쉽지 않았을 미래에 대한 설계... 남한이라는 낯선 곳에서는 더 그럴 것 같습니다. 이 선생님과 같은 분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습니다.

이영석 : 남한 분들도 탈북 청년들에게 허망 말고 제대로된 현실을 알려주고 그 위에서 꿈을 꿀 수 있게 해줬으면 ㅎ는 바람이 있습니다.

진행자 :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영석 : 감사합니다.

진행자 : <남과 북,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