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 - 오프닝
통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남쪽에서 많이들 하는 얘깁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남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탈북자가 보는 남한 사회, 남한 사람에 대한 얘기는 그 동안 자주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반대로 남한 사람들이 보는 탈북자, 북한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시간의 제목은 <남과 북,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상태를 함께 얘기해보고 진단해봅니다. 진행에 이현줍니다.
진행자 : 이 시간 함께 해주시는 분이 있죠. 탈북 청년들과 오랫동안 활동해온 북한인권단체 <나우>의 이영석 교육팀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영석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남한의 대학 입학시험... 수학능력시험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11월에 있었던 수능시험의 성적표가 2일 날 나왔습니다. 이 선생도 수능 시험 치셨죠? 성적표 받던 날 기억하십니까?
이영석 : 네, 쳤습니다. 당연히 기억한다. 너무 떨려서 잠도 못 자고 새벽에 6시 출발해서 기다리고 성적표도 살살 열어봤다. 수능 시험 결과가 아주 잘 나와.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진행자 : 반면에 공부한 것보다 성적이 안 나오는, 운이 나쁜 친구들도 있는데요. 희비가 교차하는 날입니다. 그만큼 남쪽에서 수능이 중요합니다.
이영석 : 남쪽에선 초중고 12년 동안의 공부가 보통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고 수능 성적은 대학 진학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긴장된 날이다.
진행자 : 아마 청취자 여러분들도 이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걸 듣고 오늘 어떤 주제로 얘기할 지 짐작하실 것 같습니다. 오늘은 대학 진학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들... 남한 사회의 이런 분위기도 영향을 받아서 일까, 대학 진학이 아주 중요해집니다.
이영석 : 그렇다. 그러나 남한 학생들은 이맘때 대학 진학 상담을 많이 하지만 탈북 청년들은 4-5월에 한다. 수능보다는 검정고시를 보기 때문이다.
진행자 : 우선 대학 입학 과정이 남한과 북한이 다르고요. 또 남한에서도 남한 학생들과 탈북 학생들이 조금 다릅니다. 설명을 좀 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영석 : 간단하게 설명하면 남한에는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이 몇 백 가지. 대표적인 것이 수능 시험 쳐서 그 성적을 갖고 지원을 해서 다른 지원자들과 경쟁을 하는 것. 30명 뽑는 대학이면 지원을 해서 30등 안에 들어가야 합격하는 것. 12월 수능 성적을 받으면 그것으로 원서를 쓰고 1월에 합격 발표가 난다.
탈북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의 대학이 특혜입학이라고 해서 절차가 달라. 여름 방학 7월부터 10월 사이에 지원을 하게 된다. 교육부에서 허가 받은 학생 수 외에 정원 외 특례 입학이기 때문에 몇 명을 뽑는 것은 학교에서 정하고 같이 경쟁한 탈북 학생들끼리 경쟁을 통해 뽑는다. 서류, 면접... 만나서 얘기하는 것, 간단한 한국어 시험 또는 전공 시험으로 봅니다.
진행자 : 특례 입학이란 학생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서 학생을 뽑는다는 얘기죠?
이영석 : 북한에서 탈북 과정에서 공부를 못하거나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학력 확인서를 떼올 수 없는 사정을 고려한 것. 또 북한의 교육 과정이 남한 일반 교육 과정과 다르기 때문에 대학에서 그런 차이를 매워주겠다는 차원에서 특례 입학으로 학생을 받고 있다.
진행자 : 수능 시험을 보는 학생들도 있지 않나?
이영석 : 있다. 수능 시험을 보는 것 전혀 문제없다. 본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특례 입학을 했을 때는 수능을 볼 수는 없게 돼있다. 때문에 선택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 중에서 특수한 대학, 특수한 학과들은 특례 입학이 없다. 의대, 군관학교, 경찰 대학 등은 특혜 입학을 받지 않는다.
진행자 : 주로 공부 잘 해야 가는 학과들이네요.
이영석 : 상위 5% 들어가야 갈 수 있는 학과들이다. (웃음)
진행자 : 정착은 선택 과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부터 선택이 있다.
이영석 : 선택도 본인이 결과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나 굉장히 많은 경우의 수가 있으므로 상담을 받고 잘 찾아서 해야 하는데 탈북 청년들이 그런 부분이 약하다. 잘 못 한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습관이 안 됐고 이렇게 많고 다양한 정보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진행자 : 남한 학생들도 그렇지만 탈북 학생들도 다들 대학을 가고 싶어 합니다. 실제로 대부분 대학을 꼭 진학하고요.
이영석 : 상담할 때 초반에는 의아했다. 기술직으로 해서 직장을 갈 줄 알았는데 너무 다들 대학 진학을 원했다. 인문계 고등학교 80% 대학 진학. 이런 분위기에 편승. 그리고 대학에 가면 어떤 부분들이 해결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김책 공대, 김대 나오면 직장 배치를 좋은데 받지만 한국은 그것이 시작이다. 상담을 깊게 해보면 아픈 단면도 나오는데 북한에서 왔다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한다.
진행자 : 좋은 대학이란 건 알아주는 대학인가요?
이영석 : 유명한 학교, 서울대, 연세대, 고대, 이대 같은... 그런 대학을 나오면 탈북자 누구누구가 아니라 어느 학교를 나온 누구누구입니다...가 되니까 탈북자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진행자 : 참... 남한 사회가 바뀌었다고 해도 아직은 학벌이 중요한 사회인데요. 이런 걸 탈북자들이 바로 아는 걸까요?
이영석 : 아무래도 정착을 하기 위해서 많이 듣다보면, 자원 봉사자들, 정착 초기 만나는 사람들이 좋은 학교를 나왔다면 영향을 많이 받고.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학벌이 좋기 때문에 잘 산다는 것은 아니다. 조건 중에 하나는 되지만 정착이나 잘 사는 데 조건 중에 하나는 되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하나의 희망으로 유명한 대학을 선택하고 대학에 꼭 진학하고자 한다. 그리고 청취자분들이 기억해야 하는 것이 남한의 대학은 책만 파는 공부만 하지 않고 기술을 배우고 다양한 것들을 배운다. 그래서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을 진학하는 사람도 있다.
진행자 : 상담하실 때 진학 할 때 방법도 상담하지만 유망한 학과 그러니까 말하자면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한 상담도 하지 않나요? 어떤 학과를 추천하십니까?
이영석 : 학과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웃음) 대신 그 학생에게 어울리는 학과를 같이 찾기는 한다. 예를 들어 본인은 자동차에 관심이 있어서 자동차 관련 학과를 가려고 하지만 적성 검사를 해보면 이 친구를 기계를 다루기보다는 교육쪽으로 소질이 있는데 자동차가 좋다고 고집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경우 잘 못 됐다고 하기 보다는 어떤 학과가 있는지 설명해주고 한번 생각해 보라고 얘기해준다.
진행자 : 북쪽에서 와서 가장 낯선 단어가 적성이라고 하던데요. 그리고 그걸 대학 공부와 연결하는 건 더더욱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영석 : 잘 안 받아들인다. 적성 검사라는 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중에서 내게 가장 잘 맞는 고기를 찾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소고기가 비싸다고 계속 그것만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거 필요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진행자 : 또 시간이 걸리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희망과 꿈을 현실과 대비시키는 일입니다. 이 선생은 꿈은 꼭 필요하지만 허상은 꿈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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