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외부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북한 농업전문가시죠, 오늘은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제협력지원단장과 함께 북한의 식량 상황을 점검하고, 농업 개선 방안을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권태진: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달 북한 지역에 내린 폭우로 곳곳에 홍수가 나면서 5만 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촌 지역의 피해가 크다고 볼 때 가을 작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권태진: 금년 7월은 북한 지역에 대단히 많은 비가 내렸죠. 특히 평안남북도와 함경남도는 예년의 3~4배가량 더 내렸을 정도로 이 지역에 비가 집중됐습니다. 1981년 이후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예를 들어 평강 같은 경우 한 달 동안 1,200mm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구성, 희천, 양덕도 1,000mm가량 내렸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피해는 인명 피해보다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번 7월 수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1만 7천 톤 정도 되는데요. 이는 올가을 곡물 예상 수확량의 약 0.5%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처럼 비는 많이 내렸지만, 그것에 비해 농작물 피해는 적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최근 북한의 쌀값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나요?
권태진: 쌀값은 지난 4월 중순 이후 5천 원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승절' 전후로 중국과의 교역이 잘되지 않아서 일부 지역에서 7천 원까지 오르긴 했지만, 지금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사실 3월까지만 해도 쌀값이 kg당 8천 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아주 불안정했거든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떨어진 겁니다. 쌀뿐만 아니라 옥수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올 상반기에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이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줄었습니까?
권태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4%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밀가루는 다른 곡물에 비해 많이 수입했습니다. 전체 곡물 수입량의 2/3가 밀가루에 집중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주 특이한 현상이죠.
기자: 어떻게 보면 북한이 믿고 있는 부분 중의 하나가 중국의 지원일 텐데요. 예년만 못한 북중 관계가 영향을 미친 건 아닌지요?
권태진: 곡물 수입량 자체가 줄긴 했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많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시점에서 곡물 수입이 중단되거나 급격히 줄어든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봤을 때 북중관계가 곡물 수입을 감소시켰다고 말하는 건 좀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곡물 말고도 비료 수입도 크게 줄지는 않았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영농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중국도 비료 같은 경우 수출을 억제하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올해 조기에 비료를 수입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북중관계가 특별히 영향을 줬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자: 일부에선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이 작년보다 확연히 좋아졌다는 건가요?
권태진: 1998년 이후 보면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올해 더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자: 최근 들어 식량 확보를 위한 북한의 특별한 움직임 같은 게 있나요?
권태진: 지금까지 큰 흐름을 보면 최소 필요량으로 따졌을 때 북한은 해마다 100만 톤 정도의 식량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금년 들어 부족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50만 톤까지 내려갔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계속 부족하기 때문에 부족한 양을 채우기 위해 북한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제사회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했는데, 요즘에는 수입을 통해 부족분을 채워가는 양상입니다. 왜냐하면 국제사회의 지원이라는 게 북한이 노력한다고만 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수입량을 더 늘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중국 외에도 다른 나라에서도 식량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일부에서는 식량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이 비료 부족에 있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관련해서 폭넓게 말씀해주세요.
권태진: 북한 식량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농업 생산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농업 생산성만 높이면 북한은 지금의 경작 면적만 갖고도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은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가 함께 개선돼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게 제도적인 문제입니다. 그중 개인의 인세티브 같은 것이 필요한데 만약 북한이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 방식을 도입하면, 즉 집단농장체제에서 개인농장체제로 바꾸면 훨씬 더 빨리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비료와 농자재의 공급을 늘리는 문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요. 외국 자본이 들어와야 합니다. 결국에는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고는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좀 좋아지면 이런 문제부터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인도적 지원만 할 게 아니라, 농업에 있어서 개발지원, 더 나아가 개발협력까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를 만나봤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권태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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