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장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새해 들어 남북관계 개선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북측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자고 얘기한 데 이어 남측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는 등 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혔습니다. 아무쪼록 남북관계가 빨리 풀려 다시 물자와 사람이 오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 이주성 북한사업팀장을 만나 그간의 활동 상황을 알아보고, 올해 사업계획 등을 듣겠습니다. 이주성 팀장은 1994년부터 월드비전 한국지부에서 일하면서 북한 구호활동을 해왔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이주성: 네, 안녕하세요. 월드비전의 이주성입니다.

기자: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주성: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기자: 먼저 월드비전이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이주성: 월드비전은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미국의 선교사 밥 피어스 목사님과 한국의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님께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고아와 미망인들을 돕기로 의기투합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단체가 저희 월드비전인데요. 현재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기근과 병으로 고통받는 아동들을 돕는 국제 구호단체로 성장했습니다.

기자: 월드비전이 최근 대북 지원을 한 게 언제죠?

이주성: 아쉽게도 작년에는 못 했고요. 재작년에는 평안남도 안주와 개천 등에서 수해가 나면서 북한이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해 와 한국 정부의 승인 아래 밀가루 500톤을 수해 지역에 보냈습니다.

기자: 남북관계가 여전히 어렵습니다만, 지난 12월부터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하나둘씩 이어지고 있는데요. 월드비전도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지요?

이주성: 늦었지만 한국에 있는 민간단체들이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나선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드비전한국도 거기에 맞춰 구충제와 내복 등을 지원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한국 뿐만 아니라, 월드비전 해외 다른 기구 등을 통해서도 북한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월드비전은 보통 대북 지원을 할 때 북한이 만든 3개의 창구, 즉 KAPES(북미민간교류협회)와 해외동포원호위원회, 민경련(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을 통해 진행하는데요. KAPES와 해외동포원호위원회를 통해서는 지금도 계속 지원하고 있고요. 한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지원이 가능한 민경련 창구는 열리는 대로 겨울에 구충제와 내복 등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기자: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도 민경련을 통하는 대북 지원은 반드시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이주성: 그렇습니다. 한국 사람이 하는 사업에 대해선 한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 이것은 법적인 문제입니다. 월드비전한국도 한국에 기반을 둔 NGO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기자: 월드비전은 5.24조치 이후에도 북한에 몇 차례 물자를 보낸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간 지원한 물자는 무엇이고, 규모는 어땠는지 설명해주세요.

이주성: 5.24조치 이후에는 한국 정부가 어린이와 노약자 등 취약 계층만을 한정해 지원을 허락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희도 북한에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황해도 중화군에 밀가루 500톤을 지원했고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에 수해가 발생해 밀가루 500톤 정도를 지원했죠.

기자: 팀장님,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이주성: 월드비전의 대북 지원은 1994년부터 시작됐는데요. 저는 그해 월드비전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업을 맡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북 지원사업 일을 하게 됐습니다.

기자: 아직도 기억나는 게 월드비전이 지난 2004년 북한에서 용천 폭발사고가 났을 때 민간단체로는 가장 먼저 북한에 구호물자를 전달했는데요. 당시 신속하게 구호물품을 보낼 수 있었던 건 팀장님의 활약이 컸다고 들었습니다. 그 얘기도 잠깐 해주시죠?

이주성: 월드비전은 긴급 구호상황이 발생하면 24시간 안에 할 일과 48시간 내 할 일, 그리고 72시간 안에 해야 할 일 등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용천폭발 사고가 났다고 들었을 때도 저희는 다른 민간단체들과는 달리 북측과 긴밀하게 연락해 대처할 수가 있었고요. 물론 당시 저희가 직접 사고 현장에 들어갈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가장 가까운 중국 단둥을 통해 신속하게 구호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민간단체보다 한발 빠르게 북한에 지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상황이 무척 어려웠지만, 그때 당시에는 남쪽의 보수와 진보, 그리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할 것 없이 모두가 북쪽을 도와야 한다는 국민적 성원 덕분에 사업을 잘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시 우리 단체를 포함해 여러 민간단체가 힘을 합쳐 북한을 도왔습니다.

기자: 그러면 그때 당시 단둥에서 확보한 구호물자는 곧바로 북한의 신의주를 통해 보낸 겁니까?

이주성: 네, 그렇죠. 당시 물자는 모두 신의주를 통해 용천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북한에 직접 들어가 아이들을 위로하고 구호물품도 주고 그랬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도와주는 조선족들이 저희가 준비한 물자를 갖고 북한에 들어갔죠. 그분들이 거기서 물자를 전달하고 확인하고 그랬습니다.

기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변화, 어떤 점을 부탁하고 싶습니까?

이주성: 변화는 한 쪽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인도주의적 사업은 정치 문제와는 관계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옳다고 봅니다.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정치적 상황과 연계하지 말고 아이들을 먹이는 일에 우선하고 인도주의적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북쪽이든 남쪽이든 인도주의적 부분에 대해선 서로가 협조해서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끝으로 올해 월드비전의 북한 사업 계획 말씀해주시죠?

이주성: 월드비전은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사업을 계속 벌일 계획이고요. 당장은 먹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씨감자 사업 등 농업 기술협력에 집중해왔는데요. 안타깝게도 현재는 5.24 대북조치로 중단된 상황입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께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해서 남북 간의 협력을 살짝 언급하셨습니다. 그래서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교류가 재개되면 경험 있는 NGO 단체들이 다시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 월드비전은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사업장에 가서 농업 개발사업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성과를 우리 후원자들에게도 보고할 수 있는 그런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네, 그러기 위해선 아무래도 남북관계가 빨리 개선돼야 할 것 같습니다.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월드비전 이주성 북한사업팀장을 만나 대북 지원상황을 알아봤습니다. 팀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주성: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