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지난 7일 남북이 개성공업지구 인터넷망 구축에 합의했습니다. 잘하면 올 상반기 안으로 개성공업지구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자우편을 하고 은행업무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개성공업지구에 국한된 것이지만, 그래도 과거 북한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오늘은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최근 북한 정보통신기술 분야, 특히 전자학습(e-러닝)에 관심을 두고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갑상 청운대 교수를 만나보겠습니다. 유 교수는 현재 한국정보통신기술사협회에서 중소기업지원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유갑상: 네, 안녕하세요.
기자: 북한도 최근 들어 외국 기술과 경제협력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는데, 특히 정보통신 분야에 관심이 많죠?
유갑상: 2010년도에 평양과학기술대학교 김진경 총장님의 소개로 일주일 정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방북 목적은 평양과학기술대학 개교를 준비하고 점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평양과학기술대학에 전산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학사 관리시스템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북한 교육성 소속의 국장과 김책공대 학장, 전산실장 등을 만나 북한의 인터넷 개방 및 임베디드 실습실 구축 지원 관련해서 논의하고 그랬습니다.
기자: 북한 정보통신의 기술은 어느 정도입니까?
유갑상: 평양을 방문했던 2010년만 해도 벌써 북한에는 내부 인트라넷 망이 잘 구축돼 있었고요. 김책공대와 인민대학습당에 가서 보니까 약 1천600개 로드가 기관들과 연결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외부 인터넷은 호주나 유엔개발계획(UNDP)과 시험적으로 연결해 테스트하는 것을 봤는데, 활성화되지는 못했습니다. 실제로 김책공대에서 제가 일부러 인터넷이 되나 보려고 해봤는데요. 김책공대 쪽에서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북한 같은 경우 자체 운영체제인 붉은별OS라든지 한글 프로그램인 워드프로세서, 암호화기술 등은 나름 발전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자: 교수님은 특히 전자학습, 즉 e-러닝 쪽에 전문가인데요.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e-러닝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유갑상: e-러닝은 온라인에서 하는 학습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처음으로 1996년에 국책과제로 e-러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북한 같은 경우 평양과학기술대학을 중심으로 e-러닝센터를 세워 IT교육이나 어학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자: 교수님께서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뭡니까?
유갑상: 평양 과학기술대학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고요. 특히 북한에 가서 우수한 젊은 인력들을 직접 보면서 북한에도 정보통신 분야에서 뭔가 많은 변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향후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북한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관련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남북 방송통신 표준화에 대해서 깊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 남북경제협력과 관련해서 질문입니다. 남북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 교류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유갑상: 정보통신기술 쪽은 그동안 꾸준히 해왔습니다. 2010년 5.24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중국 연변 등에서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IT 연구자들이 만나 토론회와 세미나를 개최하고 관련된 내용을 논의하고 그랬습니다. 당시 논의된 내용 가운데 북한의 인터넷 개방과 우리말 표준화 작업, IT용어 표준화 등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부분들을 더 연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알고리즘 부분에서 저희와 공유하고 마찬가지로 우리가 앞서 있는 응용 부분에서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컨테츠분야에서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화영화 뽀로로가 바로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아무튼 이런 것들을 통해 기술교류와 협력을 해 나간다면 남북한 모두에 상당히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시범적으로 개성공업지구에서 먼저 해보자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보십니까?
유갑상: 맞습니다. 개성공단에 남북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협력센터를 구축해서 교육지원, 기술교류, 인력개발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에 개성공단에서 3통 문제 해결 차원에서 인터넷 개방과 관련해서 논의되지 않았습니까. 그런 점에서 지금이 추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일이 진행된다면 아마도 ICT 분야에서는 분명히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기자: 최근 북한이 해외로 정보통신 인력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이들은 주로 어느 나라에서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유갑상: 저는 매년 중국 연변에 가는데요. 가게 되면 연변 쪽에서 북한에서 나온 인력들에 IT교육을 좀 해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몇 번 IT동향에 대해서 강의한 적이 있는데요. 남북 간의 IT용어가 달라 교육하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북한의 IT인력들은 중국에 나와 일을 하게 되는데요. 한 번은 과제를 주면서 1인당 인건비를 얼마로 하면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니까 1천 달러를 요청했습니다. 보니까 이 중 절반은 북한 회사의 몫이고, 나머지 절반도 무슨 명목으로 가져가고 결국 북한 인력들이 받는 돈은 25%인 250달러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중국의 물가를 생각할 때 북한의 IT인력은 상당히 싼 편인데요. 그렇지만 북한 인력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큰돈이죠. 그래서 그런지 중국에 나온 북한 IT일꾼들은 모두 고급 인력들이었습니다. 우리와는 인력교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처럼 중국과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연길과 단둥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IT인력들은 어느 기관에서 나온 사람들입니까?
유갑상: 조선컴퓨터센터에서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김책공대와 김일성종합대학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이것을 봤을 때 북한에선 상당히 고급 인력들이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유갑상 청운대 교수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유갑상: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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