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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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개방을 통해 경제적 실리는 취하면서도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자본주의적 사고나 생활방식은 못 들어오게 했습니다. 이른바 '모기장식 개방'인데요. 요즘 들어 갑자기 북한이 선전매체 통해 '모기장식 개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북한경제 전문가인 한국수출입은행의 배종렬 박사를 만나보겠습니다. 배 박사는 오랫동안 북한의 대외 개방과 경제발전을 연구해왔습니다.

기자: 박사님, 안녕하세요?

배종렬: 네, 안녕하세요.

기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집권 초기 인민의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지 않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변화한 게 없습니다. 국가 경제체제를 새롭게 하려는 북한 당국의 움직임 같은 건 없습니까?

배종렬: 그동안 북한에는 중앙급 경제특구밖에 없었는데, 최근에 13개의 지방급 경제특구를 만들어서 권한의 하부 이양이 단행됐습니다. 그건 뭐냐하면 예전에는 법제를 만들 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가 주로 맡아서 하고 내각은 규정과 세칙만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칙을 만드는 권한이 13개 경제특구 지방정부에 이양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또 하나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대외 경제도 변화가 있었나요?

배종렬: 대외 분야만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북중간의 경제교류협력인데요. 올해 1월 통계를 볼 때 수출과 수입이 전년 대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성택 숙청과 관련해서 북중교류에 직접으로 반영된 것은 현재로선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그러나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원유 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이는 2002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요. 매년 1월에 약 5천600만 달러 금액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올해 1월에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과거에도 특정 달에는 원유를 수입하지 않은 적이 있어 앞으로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통일은 대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해 화제를 모은 말인데요. 이 말은 한반도가 통일되면 경제적으로 발전해 남북 간의 주민들이 모두 잘살게 된다는 뜻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연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처음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배종렬: 저는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이명박 정부 때보다 진일보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통일세'라는 게 있었잖아요. 그런데 세금이라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죠. 반면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은 약간 긍정적인 부분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북한 지역을 남한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보는 시각인데요. 사실 '통일 대박'이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좀 더 검토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통일 문제를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현재 개성공업지구를 제외한 남북경제협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철도라든지 에너지 부문에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보시는지요?

배종렬: 에너지와 철도 이런 물류체제는 이것만 따로 빼서 단독으로 투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통일 전의 상황이라면 철도를 놓거나 에너지 부문에서 경제협력을 하는 것은 경제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결국 수지가 맞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업지구와 같은 공단 형태의 경제협력을 통해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필요에 따라 철도를 연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사업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자유경제무역지대인 나진선봉 경제특구에 대한 관심도 많습니다. 지금 이 지역의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배종렬: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북중 간의 경제교류가 강화된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여기에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 차례에 걸친 방중이 이뤄지면서 북한과 중국이 나진선봉을 황금평 개발처럼 공동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장성택 숙청 사건 이후 약간 변화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물론 정부 간의 협정으로 이뤄진 사업이기 때문에 기존의 협상 범위에서는 투자가 그대로 진행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규 투자의 경우엔 다릅니다. 다시 협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중국 정부가 나진선봉 지역에 투자와 관련해서 사업 허가를 보면 민간 투자의 경우 계속 승인해주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부 단위에서 조정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진척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일부에선 나진선봉지역에 '제2 개성공업지구 설치'를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남한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공업지구가 생기면 사업 성과가 있을까요?

배종렬: 이 부분은 좀 더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공단이 조성되려면 특히 경공업 공단의 경우 가장 중요한 입지 조건이 노동력입니다. 그렇다면 나진선봉지역이 개성만큼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현재 북한의 노동력 공급 시스템이 중앙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형태로 돼 있지만, 사실상 그 지방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지방에 충분한 인력이 없으면 노동력 공급에 차질이 생깁니다. 물론 기숙사 설립을 통해 다른 지역의 인력을 공급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숙사를 설립하려면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북한에서 노동력이 가장 풍부한 곳은 역시 평양과 남포지역입니다. 인력 공급 측면에서 본다면 당연히 이 지역으로 가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때 신의주 특구개발에 대한 얘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입지 조건으로만 본다면 나진선봉 못지않을 것 같은데, 이 지역 개발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배종렬: 신의주는 북중 간의 중요한 요충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과거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북한은 EU 자본과 일본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때 당시 중국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신의주특구를 반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계속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황금평 개발 얘기가 나오고, 신압록강 대교가 건립되면서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중앙급 특구지역로서 인정을 받은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신의주가 2002년 개발 당시 모델로 삼았던 홍콩과 마카오식의 개발을 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경제특구, 즉 나진선봉, 황금평, 개성, 금강산의 수준으로 올라가겠느냐는 것인데, 문제는 신의주 특구개발의 경우 큰 틀에서 법제는 나와 있지만, 규정과 세칙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나진선봉과 황금평처럼 규정과 세칙까지 나와야 개발 가능성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한국수출입은행의 배종렬 박사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배종렬: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