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5.24조치 이후 남북교류는 거의 중단된 상태인데요. 그러나 이런 어려운 가운데서도 어린이와 노인,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이 있죠. 얼마 전 북한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혀와 문화체육 분야에서 남북교류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대표적인 남북교류 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이운식 사무처장을 만나 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이운식: 네, 안녕하세요.
기자: 먼저 민족화해렵력범국민협의회는 어떤 단체인지 간략히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이운식: 민화협은 1998년에 설립됐습니다. 그 당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그런 시점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민간단체가 먼저 나서서 남북교류를 확대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적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서 거기에 맞는 단체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여야 정당과 보수와 진보를 포함한 사회단체 등 200여 개가 모여서 만들었습니다.
기자: 민화협이 여타 대북 지원단체와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운식: 많은 사람들이 민화협이 대북 지원단체로만 알고 있는데요. 사실 대북지원 단체라기보다는 포괄적인 통일운동 단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비롯하여 문화예술과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 교류하고 협력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또 우리 국민들에게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통일문화 행사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통일정책을 둘러싸고 많은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어 왔는데요. 민화협은 한국 사회 내부의 소통과 대화를 통해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좁히는 데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면 민화협이 공식적으로 상대하는 북측 기구는 어디입니까?
이운식: 네, 북측 기구는 민화협입니다. 약칭으로 우리와 같은 민화협을 쓰는데요. 정식 이름은 좀 다르죠. 남측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고요. 북측은 민족화해협의회입니다. 북측도 마찬가지로 1998년에 설립됐는데요. 여기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단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단체와 약칭이 같아서 보통은 남측 민화협, 북측 민화협이라고 부르는데요. 남북 간 경제협력이나 종교교류를 제외하고, 한국의 민간단체들은 대부분 북한의 민화협을 대화창구로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자: 최근 민화협의 남북 교류사업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이운식: 지난 3월부터 북한에 비료 보내기 모금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영농 의욕을 높이고 식량 증산에 도움을 주는 데 있어 비료 지원만큼 좋은 사업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까지 약 2천 톤, 약 100만 달러 정도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어려워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우리 정부 그리고 북측 민화협과 협의해 비료를 보내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한 민화협은 2010년 5.24조치 이후 4년간 중단됐던 북한 산림복구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북한 산림복구 사업은 전문단체인 '겨레의숲'과 함께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시범조림, 양묘장 지원, 산림병해충 방제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남북관계 악화로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지난주에 북한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민화협 체육위원회를 중심으로 북한 선수단의 전지훈련이라든가 대회 기간 중 종목별 체육교류, 문화예술 교류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자: 민화협의 재정 확보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이운식: 민화협은 기본적으로 회원 단체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고요. 또 기업으로부터 기부금 등을 받아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사업은 정부부터 위탁을 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자: 현재 한국 정부는 영유아 계층에 한해 일부 지원만 허락해주고 있는데요. 지원 분야를 좀 더 확대한다면 시급히 들어가야 할 물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운식: 지난달 북한에서 한국의 일부 민간 지원단체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물자를 받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분유와 빵 재료 등 극히 제한적인 물자만 지원되고 있고, 이마저도 한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북한의 농업 생산기반을 재건하고,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로 지원과 협력이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농업과 축산, 산림 분야의 지원 확대가 절실합니다. 사실 밀가루와 옥수수 등 민간 차원의 식량 지원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좀 더 융통성 있게 승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민화협 사무처장으로서 그동안의 활동에서 가장 뜻깊게 생각되는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운식: 2011년 대북 지원 민간단체들과 함께 북한 주민들에게 밀가루 보내기 사업을 추진했었는데요. 그때가 바로 천안함 사태 이후 우리 정부가 밀가루, 옥수수, 쌀 등 식량 지원을 승인하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그래서 우리 민화협에서는 북한에 대해 이전보다 진전된 분배모니터링 보장을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정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2011년 7월부터 12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2천950톤의 밀가루, 금액으로 따지면 약 140만 달러 상당의 물자를 지원했었습니다. 또한 4차례에 걸쳐 각 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분배모니터링도 진행했었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던 시기에 여러 민간단체가 합심해서 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장 기억이 많이 납니다.
기자: 올해 초 남북이 고위급회담을 하는 등 남북교류의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2월 말부터 분위기가 다시 나빠지더니 안 좋은 분위기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민화협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운식: 지금 남북관계가 매우 어려운데요. 이건 남북 간에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 시일 내에 남북 간에 고위급 접촉을 통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화협은 민간단체로서 당국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가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인도적 대북 지원이나 체육문화교류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기자: 올해 상반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예정하고 있는 민화협의 사업 계획 들으면서 오늘 회견 마치겠습니다.
이운식: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인도적 지원과 체육교류 등은 앞으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고요. 그리고 6월에 청소년 통일공감 대토론회를 열고, 7월에는 대학생 통일미래포럼 등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10월에는 통일문화축제 등을 통해 국민들의 통일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통일정책포럼, 민화협 남남대화 등을 통해 통일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 기반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올해 하반기에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민화협 이운식 사무처장과 함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처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운식: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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