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호 생물다양성 한국협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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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6.25전쟁이 끝나고 60년간 인적이 끊긴 한반도 비무장지대(DMZ) 일원. 자연생태계가 되살아나면서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만 3천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면적으로는 한반도 전체의 약 0.4%를 차지하는 결코 작지 않은 땅입니다. 유엔의 생물보전지역으로 등재된 비무장지대는 남북의 소중한 자연보호지구입니다.

오늘 만나게 될 주인공은 DMZ를 통해 한반도 생태통일의 역사를 꿈꾸는 분입니다. 바로 생물다양성 한국협회 배병호 사무처장입니다. 배 처장은 세계 3대 환경 국제회의인 생물다양성협약 총회를 내년에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기자: 처장님, 안녕하세요?

배병호: 네, 안녕하세요?

기자: 사막화방지협약이나 기후변화협약 등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지만 생물다양성이란 말은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이 어떤 기구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고요. 특히 북한도 여기에 가입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배병호: 생물다양성협약은 1992년 6월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탄생하게 됐습니다. 이 기구가 만들어진 동기는 지구 상의 생물 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158개국에서 서명을 했고요. 한국은 154번째로 회원국이 됐습니다. 당연히 북한도 가입돼 있습니다.

기자: 비무장지대, 그러니까 DMZ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는 결국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잖아요. 이 지역 자연을 보전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뭡니까?

배병호: 우선 이곳이 남북이 대치된 공간이다 보니까 지뢰가 많고요. 또 시야 확보를 위한 방화가 자주 있다 보니까 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DMZ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따지면 140조 원 정도 되고요. 그리고 우리나라 생태의 50%가 이곳에 밀집돼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학자들이 DMZ를 중요 지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DMZ는 특히 인간이 출입하지 않았을 때 생태계가 어떻게 복원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입니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생물다양성에 대한 북한의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배병호: 사실 이런 얘기를 하면 조금 부끄러운데요. 생물다양성 조사에 있어서는 북한이 우리 남한보다 먼저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1960년 후반에 동독과 네덜란드에서 생물학자들이 와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조사를 거의 마쳤습니다. 그리고 나라의 국격을 따지는 것 중의 하나가 생물자원관인데요. 선진국 대부분이 인구 100만 명당 1개씩 생물자원관이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천 개 정도가 있는데, 북한은 1970년대에 이미 생물자원관이 만들어졌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2007년에 처음으로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두 번째로 생물자원관이 생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생물다양성에 대한 부분은 북한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자: 내년도 강원도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 총회를 남북이 공동 개최하자고 말씀하셨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요즘 남북관계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까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배병호: 저는 이럴수록 이런 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10월 19일에 우리나라가 유엔 생물다양성 총회 개최지로 선정됐는데요. 개최지 선정 한 달 전에 우연히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사무총장이 한국에 온다는, 그것도 제주도에 온다는 정보를 듣고 제주대학교로 달려갔습니다. 거기서 생물다양성 청소년 포럼을 열었습니다. 순전히 사무총장 한 분을 위해서 저희가 몇 달 동안 영어로 준비해 남북 공동 개최와 생태계를 통해 남북이 하나가 된다는 점을 호소했는데요. 그 자리에서 사무총장이 감동을 받으셨고,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열린 총회에서도 사무총장님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사무총장님의 이런 도움을 받아 저희가 총회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봅니다. 이 사업이 정말 잘 진행되면 신화에 나오는 백두산 호랑이와 지리산 반달곰이 왕래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그동안 북한에 관련해서 사업 제안을 여러 차례 하셨다고 들었는데, 북한의 반응은 어땠나요?

배병호: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이 단절되다 보니까 북한과 접촉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재미교포에게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 넣었는데 북한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습니다. 다만, 제안하는 주최가 시민들이다 보니까 공신력이 좀 떨어진다고 전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우리 단체가 국회에 사단법인으로 등록됐습니다. 이젠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해서 북한에 다시 제안하려고 합니다.

기자: 지난 2010년부터 DMZ 생태띠잇기 행사를 벌여왔는데요. 올해도 계획돼 있나요?

배병호: 당연하죠. 올해는 특히 DMZ가 탄생한 지 6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명칭도 DMZ 회갑 시민행사라고 붙였습니다.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DMZ 60주년 회갑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올해는 DMZ 전체 250km를 따라 50만 명 정도가 띠를 이룰 계획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동물들이 오갈 수 있게 철조망 일부분을 끊어 생태 통로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국방부 등 관계 기관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끝으로 하실 말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배병호: 오늘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저의 얘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DMZ 회갑 날이 53일 남았다.
2013. 7. 27 정전협정 60년에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DMZ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다.
DMZ는 지구촌 유일의 인간출입을 금지한 자연생태계에 평화가 보장된 곳이다.

(중략)

정전 60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인간에 의해 60년간 갈라진 이 땅이라도 하나 되게 하는 생태통일을 이룹시다!!
여기 자연생태계라도 통일하자는 시민들의 행동이 있습니다.

(중략)

6.25 다음날 6.26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합니다.
6월 26부터 7월 26까지 한 달 동안에 세상을 바꿔 봅시다!!
그래서 7월 27일 DMZ에 영원한 평화가 올 수 있도록 합시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배병호 생물다양성 한국협회 사무처장을 만나 DMZ 한반도 생태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처장님, 오늘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배병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