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남북 당국회담이 결국 무산됐습니다.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던 입주 기업들은 지금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이번 당국회담 결렬은 북측이 남측 수석대표의 격을 문제 삼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일어난 것입니다.
한편, 계속되는 조업 중단으로 공업지구에서 일하던 남측 주재원들과 근로자들은 요즘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권익을 찾겠다며 얼마 전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를 만들었는데요. 오늘 만나게 될 주인공은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이임동 간사입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이 간사는 위기에 빠진 개성공업지구가 조만간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간사님, 안녕하세요?
이임동: 네, 안녕하세요.
기자: 한 때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신 적도 있는데요. 간사님은 개성공단 탄생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 하셨습니다. 예전에도 공업지구가 이렇게 사업이 중단될 것이란 생각해보셨나요?
이임동: 비슷한 염려는 했지만, 지금처럼 공업지구가 폐쇄될 줄은 몰랐습니다.
기자: 개성공단 내 남측 근로자와 주재원들을 주축으로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가 결성됐습니다. 거기에 간사를 맡으셨잖아요. 기존의 개성공단기업협회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임동: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기업인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고요. 그런데 개성에는 법인장 회의가 있고, 주재원 모임이 있습니다. 물론 법인장 위주로 가지만요. 이번에 조업 중단까지 가다 보니까 권고사직을 당하고 휴직을 하는 근로자들이 많아서 이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뭉치고 조직을 만든 겁니다.
기자: 지난달 30일인가요. 남북 당국의 계속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에 가겠다며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이 파주 통일대교에 모여 시위를 벌였는데요. 그때 상황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이임동: 지금 우리 근로자들의 삶이 비참합니다. 저도 2개월 동안 수입이 없어요. 가족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죠. 어떤 근로자들은 당장 수입이 없어 자녀의 학비를 댈 수 없다고 하고요. 연로한 부모를 모시는 분들은 약값도 못 대고 있을 정도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공업지구에서 했던 일이 아닌 다른 일들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일부 근로자들은 아르바이트 같은 일을 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요. 일자리를 찾아 캄보디아나 미얀마 같은 곳에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살다 보니까 우리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일했던 시간이 행복했었다" 그런 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기자: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 대표들과 근로자들 사이에도 갈등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임동: 매출이 없다 보니까 기업들의 피해가 큰데요. 우리 근로자들도 월급을 받지 못해 생활하기 어렵습니다. 근로자들의 2/3가 실직수당이라든지 근로자 휴직수당 같은 것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정부가 나서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최근 한국의 몇몇 언론에서는 개성공단을 접고 이미 해외로 눈을 돌린 기업인들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 기업인들이 대략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임동: 네, 그런 기업들이 좀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불안정할 때마다 개성공단 조업에 차질이 생기다 보니까 개성공단에 들어갈 물량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쪽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기자: 이런 기업의 경우 개성공단이 정상화 돼도 돌아갈 수 없겠네요?
이임동: 그래도 일부는 개성에 들어갈 겁니다.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겠지만 거기에 들어간 투자 설비가 있고, 또 막상 조업이 재개되면 사업이 잘 될 테니까 어떻게든 버티려고 할 것입니다.
기자: 사업체를 통해 그동안 개성공단 입주 업체에 초코파이를 제공해왔는데요. 조업 중단으로 간사님의 사업체에도 막대한 피해가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상황 어떻습니까?
이임동: 사실 초코파이는 이윤이 많이 나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수금이 있어 그것이 좀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조업 중단으로 사업이 어려운 기업에 돈을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기자: 그러면 개성공단에 초코파이를 공급하는 것 외에 또 하시는 사업이 있습니까?
이임동: 남쪽에서 일감을 받아서 몇몇 입주 기업에 임가공을 했었죠. 그런데 조업 중단으로 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특별히 따로 하는 사업은 없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개성공단도 곧 재개되리라 생각됩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이임동 간사를 만나봤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회견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임동: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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