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흔히 남북 경제협력하면 금강산 관광사업이나 개성공업지구 생산활동만을 생각할 수 있는데요. 사실 그보다 남북교역이 먼저 시작됐고, 실제로 한국 정부의 5.24 대북조치가 있기 전까지 100여 개가 넘는 업체들이 평양과 남포 일대에서 임가공 무역을 하며 남북경제협력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교역금지 조치로 지금은 절반 가까이 도산했고, 나머지도 여전히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평양에서 봉제 임가공 사업을 했던 미래통상의 동방영만 대표을 만나보겠습니다. 동방 대표는 현재 남북임가공협회 회장과 남북경협경제인총연합회 상임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기자: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동방영만: 네, 안녕하세요.
기자: 5.24 대북조치로 평양에서 하던 대북사업이 멈추게 됐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동방영만: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듭니다. 내륙경협 업체들은 2010년 5.24 조치로 갑자기 사업이 중단되면서 가정이 파탄 나고 신용불량자가 되고 지금은 모두 넋나간 사람들처럼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며 살고 있습니다.
기자: 5.24조치 이후 한국 정부로부터 피해보상 같은 건 받았나요?
동방영만: 물론 받은 업체들도 있습니다. 정부에서 5.24조치 이후 1, 2차 대출을 했는데 신용이 좋고 담보가 있는 기업의 경우 대부분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신용이 없는 기업들은 전혀 받지 못하고 노숙자로 전락하고 말았죠.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국민에게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이런 정책으로 갑과 을을 분리한다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가 없고요. 정부의 이런 정책으로 손해를 본 저로선 정부가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기자: 5.24조치로 북한에 15만 장 규모의 의류를 그냥 두고 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대로 북한에 남아 있나요?
동방영만: 남아 있겠죠. 그런데 그 물건이 지금 평양 공장에 있을까요? 물건이 남한에 못 들어온 것은 5.24조치가 발표됐을 당시 먼저 올라간 원자재에 맞춰서 완제품 입고 날짜를 지정하여 만들라고 했지만, 하필 평양에 진출한 다른 대북 기업들도 저희처럼 원부자재를 올려보내 한꺼번에 생산 오더를 내렸던 겁니다. 평양에서 생산시설의 한계로 물량을 다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그 물량을 어떻게 정부가 지정한 날짜에 맞춰 가지고 올 수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120만 달러 상당의 아까운 의류를 북한 공장에 놔둔 채 그냥 왔습니다.
기자: 대표님은 대북사업을 언제 처음 시작했고, 대북사업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동방영만: 2004년 6월입니다. 북한 민경련의 초청으로 처음 평양에 갔는데, 그때부터 시작했다고 봐야죠. 대북사업을 시작한 동기는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과 그에 따른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말이 통하고 한민족이라는 믿음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기자: 그때 당시 북쪽의 파트너는 어떤 회사였나요?
동방영만: 민경련 산하의 회사인데요. 새별총회사였습니다.
기자: 남북교역이 중단되기 전까지 6년 가까이 북한과 임가공 무역을 벌였는데, 당시 사업은 괜찮았습니까? 쉽게 얘기해서 돈을 좀 버셨는지요?
동방영만: 당연히 벌려고 들어갔지요. 이를 위해서 설비를 새로 투자하고 신기술을 제공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 인프라가 안된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북측 중간 관리자들의 정신개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한 어려움 끝에 드디어 2009년부터 이익을 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서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고 우리 정부의 5.24 대북조치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고 말았죠. 결국, 빚만 떠 앉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대북사업을 위해 2개 법인을 갖고 있었는데, 스칼레아는 2012년 1월에 도산했습니다.
기자: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다시 북한에 들어가 사업을 하실 계획인가요?
동방영만: 글쎄요. 남북간 합의로 우선 정경분리가 정확하게 되고, 평양 내륙기업들에 자유왕래가 이뤄진다는 보장이 있으면 모를까, 그리고 투자 부분에 우리 정부가 책임을 지는 교류협력법이 제정되지 않고는 다시는 대북사업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는 이번처럼 정부의 조치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파탄 나는 일이 또 발생할 겁니다. 아무튼 두 번 다시 대북사업을 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죠.
기자: 끝으로 대표님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남북경제협력의 방향은 무엇이고, 지금 어려움에 부닥친 남북경협을 살리기 위한 대표님만의 해법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동방영만: 우선 5.24조치로 설비투자한 평양 내륙 경협업체 대표들에게 북한 방문을 허가해야 합니다. 그래야 3년간 잠들어 있는 설비도 파악하고 북쪽과 다시 협의해 정리할 것이 아닙니까. 정부의 지원아래 시작한 개성공단은 반드시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재발방지대책 및 개성공단 국제화를 요구하며 북쪽과 협의를 하고 있는데, 물론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말대로 개성공단을 국제화한다면 제3국, 즉 다른 나라의 기업인들이 투자를 해야 하겠지만, 이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원산지 문제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DPR 코리아로 나가면 물건을 해외에 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외국 기업이 개성공단에 들어오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선 일단 북쪽과 협의도 해야 하고, 준비할 게 많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국제화를 꺼내 들면 북한이 과연 합의를 하겠습니까. 오히려 북한에 무릎을 꿇라는 얘기밖에 안 되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5.24조치를 하루라도 빨리 해제하여 평양 내륙기업들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저희가 거기서 활발히 기업 활동을 하면 북한의 영유아들에게 영양제 분유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들이 우리 남쪽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면서 남한을 동경하게 되고, 결국엔 남북경제협력 발전을 위해 그들이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동방영만 미래통상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동방영만: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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