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북한은 경제가 매우 어렵지만, IT분야, 그러니까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인력만 제대로 양성하면 적은 비용으로 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인데요.
북한이 정보통신 분야에 눈을 뜨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평양에 들어가 정보통신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입니다. 건축 분야의 전문가로도 알려진 임 원장은 평양 과학기술대학 건립에도 오랫동안 관여했습니다. 오늘은 임완근 원장을 만나 북한의 IT산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원장님, 안녕하세요?
임완근: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기자: 남북관계가 계속 어려운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임완근: 저야 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남북교류 중단으로 지금 맡고 있는 남북경제협력진흥원이 활동을 못 하고 있지만, 회원들의 어려운 일을 도와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양 과학기술대학 산업단지 대표도 맡고 있지만, 그쪽 일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강원도 원주에서 몇 가지 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기자: 평양 과기대 일은 어떻게 해서 하시게 됐나요?
임완근: 저는 과기대 건립 초기에는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북한에서 고려정보기술센터라는 IT단지를 건축하고 있었습니다. 2005년경 김진경 총장께서 대학 건립에 함께하자고 해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혼자서 힘겹게 북한에서 일을 하니까 함께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 말씀하셨죠. 사실 그때 남북관계가 약간 어려울 때였거든요. 금강산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도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방북도 한때 중단되는 등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대학의 안정성, 대학의 미래 지향성, 김진경 총장님의 북한에 대한 비전을 보면서 총장님과 같이 일하면 민족의 미래에 큰일을 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기자: 원장님 하면 IT분야, 그러니까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가로서 평양과기대 IT관련 학과 개설에도 영향을 주셨을 것 같습니다.
임완근: 저는 평양 과기대보다는 연변 과기대 RNG센터 건립에 많이 관여했습니다. 연변에서 2년 6개월 머물면서 기획안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거의 다 했습니다. 지금 평양 과기대에 있는 RNG센터와 똑같이 만들었습니다. 그래야 북한 IT인력이 연변에 나와서 일할 때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기자: 북한이 IT분야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데요. 북한의 IT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임완근: 2000년 가을이죠. 북한 민경련 본부에 IT교육센터가 설립되면서 제가 거기서 2D, 3D교육에 관여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기초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그때 당시 만화영화 뽀로로 제작도 거기서 했습니다. 그때 교육에 참가한 학생들이 상당히 고급 인력이었기 때문에 배우는 데도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발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에선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IT관련 중소기업들이 최근 IT인력이 없어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럴 때 북한에서 인력을 대량으로 양성해 우리가 이용할 수만 있다면 세계 시장에서 IT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북한의 IT인력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북한의 소학교와 고등중학교, 그리고 대학교 등에서 IT인력을 많이 양성하고 있습니까?
임완근: 2000년대 초만 해도 북한은 IT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수준은 낮았죠.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이 있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인민학교를 시작으로 인력 양성에 힘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북한에서 컴퓨터를 조립하고 모니터도 생산하고 그랬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남쪽에서 가신 분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남북이 같이 경제활동을 하는데 있어서도 그렇고 나중에 통일에 대비해서도 북한에서의 IT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주민들이 모두 '컴맹'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같이 살아도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되고 맙니다. 물론 일부에서 북한이 해킹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도 있는데요. 해킹은 북한도 할 수 있고, 중국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할 수 있는 겁니다. 당연히 해킹은 따로 대비해야겠죠. 북한이 해킹한다고 해서 북한의 IT교육을 막는다면 우리나라나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남북관계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특히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업지구 사태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요. 남북경협이 재개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북 전문가로서 조언 한마디 부탁하겠습니다.
임완근: 아시다시피 북한은 스스로 변하기는 어려운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민간이 하는 일은 거의 없고 모두 국가가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습니까. 정부의 정책이 한 번 수립되면 쉽게 변하지 않잖아요. 변하더라도 상당히 시간이 걸립니다.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정부보다는 민간 기업이 나서야 합니다. 정부가 나서 얘기를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허심탄회한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어려운 일입니다. 민간 기업이 북한 당국을 상대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우리가 사는 얘기, 세계가 사는 얘기, 그리고 기업에 대한 얘기까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만 우리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그렇군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남북경제협력진흥원 임완근 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원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임완근: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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