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유선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운영위원

‘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008년 겨울 금강산 인근 마을에서 북한 주민들과 함께 연탄을 나르고 있다.
‘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008년 겨울 금강산 인근 마을에서 북한 주민들과 함께 연탄을 나르고 있다. (사진 제공-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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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한국에는 수많은 대북 민간단체가 있습니다. 이중 연탄을 지원하는 단체가 있어 눈에 띕니다. 바로 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입니다. 대부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평양 위주로 진행되는 데 반하여, 연탄은 금강산과 개성 지역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단체에서 오랫동안 실무책임을 맡아 일했던 윤유선 운영위원을 만나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윤유선: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먼저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윤유선: 연탄나눔운동은 남쪽에서는 그대로 계속 하고 있고요. 기획실장을 하다가 최근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탄나눔운동은 '따뜻한 한반도'라는 이름에 맞춰서 6:4 정도 나눠서 지원했습니다. 남한이 60%이고요. 북한이 40%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기자: 가장 최근 북한에 다녀오신 건 언제입니까?

윤유선: 시간이 좀 됐죠. 2010년 11월 18일, 그러니까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기 며칠 전인데요. 그때 북한 탁아소 지원 건으로 개성에 다녀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북한에 가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연탄 나눔도 중단됐죠.

기자: 연탄을 구매하려면 재정 확보가 중요한데, 재정 확보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윤유선: 특별히 거금을 후원해주는 곳은 없고요. 대부분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연탄을 나르는 일도 저희 자원봉사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북지원 같은 경우에는 초기 1~2년 정도만 정부의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는 자립해서 재정을 마련했습니다.

기자: 북한에 보내는 연탄은 주로 육로를 이용해 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남한에서 연탄을 실은 트럭이 북한 지원 지역까지 가는 거죠?

윤유선: 네, 그렇죠. 연탄은 100% 육로로만 갑니다.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 보내야 해서요.

기자: 그러면 멀리 북부 지방에 갈 때는 바닷길로 갑니까?

윤유선: 한국에서 가는 대북 인도적 지원 물자는 대부분 평양과 남포항을 거쳐 가고 있는데요. 그러나 연탄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탄은 다른 물자에 비해 물류비가 많이 듭니다. 무게가 많이 나가서입니다. 저희가 개성과 금강산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2004년에 연탄나눔운동이 시작됐는데, 그해 9월에 처음으로 금강산 지역에 지원했고요. 2005년 겨울부터는 개성으로 확대했습니다. 금강산 지역은 일 년에 100만 장 정도 보내는 것을 약속하고 꾸준히 보냈습니다. 100만 장이면 그 지역 주민들은 거의 다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성 지역은 다릅니다. 인구가 많아서 지원이 부족했습니다. 일단 두 지역만 하고, 나중에 여력이 되면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해야죠.

기자: 그렇군요. 그렇게 한 번 가면 연탄은 보통 몇 장 정도 싣고 가나요?

윤유선: 기본적으로 한 번 가면 5만 장을 싣고 갑니다. 이는 25톤 트럭 8대 분량입니다. 연탄이 생각보다 되게 무겁습니다. 그래서 25톤 트럭 1대에 실을 수 있는 양이 보통 6천250장 정도인데요. 연탄 5만 장은 마을 1개 정도 사용할 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많이 갈 때는 20만 장, 30만 장도 보냈습니다.

기자: 아궁이 크기가 남북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남측이 준 연탄이 북의 아궁이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궁금합니다.

윤유선: 보통 연탄을 얘기할 때는 아궁이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땔감이 거의 없는 북한에선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요. 예를 들어 궁할 때는 냄비 하나를 갖고 밥도 하고 국도 하고, 또 뚜껑에다 전을 부쳐 먹기도 하잖아요. 마찬가집니다. 땔감이 전혀 없는 북한에서 연탄이 크고 작고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든 다 씁니다. 보니까 쪼개서 조개탄처럼 사용하기도 하고요. 집에서 다시 만들어 말려서 사용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또 어떤 집은 잘라서 번개탄처럼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개성 지역 같은 경우 아궁이를 아예 남쪽 연탄에 맞게 개량한 집도 있었습니다. 아궁이 지름을 더 크게 한 거죠. 이것은 뭐냐 하면은 신뢰가 그만큼 쌓였다는 겁니다. 저희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약속한 날짜에 정확히 연탄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그걸 믿고 집에서 사용하는 아궁이도 바꾼 겁니다. 저희가 약속을 어기고 제때 보내지 않았다면 애써 그렇게 고쳐 사용할 이유가 없었겠죠. 언제 올지 모르는데, 멀쩡한 아궁이를 뭐하러 개량하겠어요.

기자: 트럭에서 연탄을 내리는 일은 남측에서 간 자원봉사자들과 북쪽의 주민들이 함께하는 공동작업으로 이뤄진다고 들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함께 일하다 보면 금방 친해질 것도 같은데 어떻습니까?

윤유선: 대북 연탄나눔운동의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평양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지방으로 갔다는 겁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북한 주민들과 함께 하역 작업을 했다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연탄 내리고 나르는 일은 너무 힘들어서 자기네 아이들도 시키지 않는다고요. 연탄을 가져다준 것도 고마운데 이런 힘든 일은 자기네가 당연히 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남쪽에서 올라간 차량이 시간 안에 나와야 하는데 일이 더디면 남쪽으로 내려올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일이 더뎌도 끝날 때까지 작업 20미터 밖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주민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북쪽 관계자와 저희는 마주 보면서 그냥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솔직히 추운데 2시간 이상 서서 그냥 기다리는 것도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북쪽 관계자에게 항의했죠. 함께 하면 땀도 나고 덜 추울 것 같다고 하면서 일을 같이하자고 했죠. 그러니까 북쪽에서 허락하더라고요. 그것도 처음에는 딱 1대만 따로 빼서 우리 자원봉사자들과 몇몇 북한 주민만 일할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가 1대 분량을 다 하고 나니까 이제 그만하라고 하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사진 찍으로려고 했던 게 아니냐 하더군요. 우리가 일하는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았나 봐요. 그래서 그게 아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끝까지 같이 하는 게 우리 민족의 전통이라고 말했고, 그리고 같이 일했습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북쪽 사람들도 감동을 한 것 같았습니다. 이후부터는 함께 일했고, 나중에는 가끔 떡도 나눠 먹고, 커피도 번개탄에 끓여 먹고 그랬습니다.

기자: 남북이 다시 또 이렇게 만나려면 일단 얼어붙은 남북관계부터 풀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윤유선 운영위원을 만나봤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유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