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개성공업지구 문제가 지난 8월 14일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지금은 공장 재가동을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인데요. 이번에 만난 주인공은 개성공업지구 입주 기업, 나인모드의 옥성석 대표입니다. 옥 대표는 현재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과 다음 주 이 시간 두 차례에 걸쳐 공장 재가동을 앞둔 입주 기업들의 분위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십니까?
옥성석: 네, 안녕하세요.
기자: 입주 기업협회 부회장으로서 이번 남북 당국의 공업지구 정상화 합의 어떻게 보시는지요?
옥성석: 정말 환영할 일이고요. 그동안 악몽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단 개성공단이 폐쇄되지 않고 정상화가 됐으니 기쁘게 생각하고요. 이번 일을 계기로 개성공단이 더욱 발전하길 바랄 뿐입니다. 사실 다들 죽다가 살아났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어두웠던 얼굴색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기자: 앞으로 남북이 함께 구성할 '개성공업지구 남북공동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겁니까?
옥성석: 지금까지는 북측의 기구인 총국과 그 산하에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그리고 우리 정부, 그러니까 통일부 사업지원단이 3각 체계로 운영됐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나오지 않았지만, 합의서 내용을 보게 되면 남북이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거기서 개성공단과 관련한 모든 정책과 규정을 제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남북공동위원회는 기존에 있던 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비교했을 때 더 큰 역할을 하겠네요?
옥성석: 그렇습니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는 남북공동위원회에서 나온 정책과 규정을 집행하는 말 그대로 집행기관으로만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남쪽 기업들의 의견을 관리위원회를 통해 총국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는데요. 솔직히 그동안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남북공동위원회가 중심이 돼 정책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기반 시설들을 관리하는 일은 관리위원회가 계속 맡아 할 것입니다.
기자: 남북공동위원회는 입주 기업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야 하는데, 공동위원회에 기업인들도 참여하는지 궁금합니다.
옥성석: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의 주인은 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의 문제점도 가장 잘 압니다. 앞으로 정상화를 위해서도 기업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게 저희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저희가 10년간 쭉 봐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남북공동위원회에 우리 기업인들도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우리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는데요. 아무튼 우리 기업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공업지구의 기반시설인 전기와 통신, 그리고 정수장 관리를 위해서 한국 정부에서 설비 관계자들과 기술자들을 먼저 개성으로 보내 점검을 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입주 기업들은 언제쯤 개성에 들어갈 예정인가요?
옥성석: 지난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나흘째 정부의 기반시설팀이 가서 개성공단의 문제점 등을 분석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쯤에는 설비 점검에 대한 총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 같고요. 그러면 바로 금주 중으로 기업별로 법인장 등을 개성으로 보내 전체적으로 한 번 더 점검할 겁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업의 설비보수팀이 출경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공장 내 설비와 기계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이 소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공업지구 재가동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부회장님이 맡고 있는 회사 나인모드의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까?
옥성석: 저희는 봉제 업종이거든요. 개성공단 123개 기업 가운데 약 60%가 봉제업종입니다. 봉제 쪽은 전자나 기계 부품 쪽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업종입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4~5일 정도만 점검하게 되면 정상 가동을 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자: 가동 준비를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습니까?
옥성석: 공단 자체는 정상화가 됐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상화가 되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장이라는 게 바이어 그러니까 제품 주문자들에 의해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4개월간 가동이 중단되면서 힘들게 맺어온 이 바이어들이 다 다른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바이어가 돌아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지구 상에 공장이 개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개성에서 생산하지 못한 것은 지금 어딘가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바이어들을 다시 우리한테 오게 하려면 당연히 그들이 요구하는 선에 맞춰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돌아섰던 이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들이 다 돌아오고 공장 가동이 풀로 됐을 때 비로소 기업이 정상화가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업종별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볼 때는 진정한 의미의 정상화가 되기까지는 1년 정도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결국 생산도 중요하지만, 제품 주문자들인 바이어들이 다 돌아와야 한다는 얘기군요. 그러면 지난 14일 정상화 합의가 이뤄지고 나서 지금까지 거래처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옥성석: 그래서 저희가 거래처들을 돌아다니면서 이제 제도적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으니 예전처럼 제품 주문을 해달라고 이들을 계속 설득하는 중입니다. 물론 정상화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이들이 볼 때는 그래도 불안한 겁니다. 사실 언제 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특히 남북 간의 정치적 부분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힘만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나서서 이들을 안정시켜줘야 한다는 거죠. 정부도 그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요. 그래서 조만간 정부에서도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한, 그리고 바이어들이 돌아오게 하기 위한 그런 구체적인 노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 개성공단이 진정 살아날 수 있습니다.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도 옥성석 부회장의 회견 내용 이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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