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개성공업지구 문제가 지난 8월 14일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지금은 공장 재가동을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인데요. 지난주에는 공장 재가동을 앞둔 입주 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오늘도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의 회견 내용 이어지겠습니다.
기자: 그동안 사업 중단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을 텐데, 현재까지 기업들의 피해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요?
옥성석: 지난 4월 3일에 개성공업지구가 잠정 출입 중단되면서 당시 통일부가 조사했을 때 피해 규모는 1조 500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4월 말 현재였고요. 이후 계속 생산하지 못하면서 영업 손실은 하루하루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공업지구가 정상화가 됐다고 하더라도 북측 근로자들이 나와 일을 하고 공장이 풀로 가동돼 생산될 때까지는 손실은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대충 계산해 보니까 지금 2조 억 원 이상 피해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기자: 혹시 지금도 공업지구에 남아 있는 원자재와 제품들이 있나요?
옥성석: 그때 당시 정부가 일정을 3일로 정하고 들어가는 차량과 인원을 제한했기 때문에 공단에 남아 있는 원부자재를 다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일부에선 그때 다 가져온 게 아니냐 그러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전체적으로 30% 정도만 가져왔고요. 나머지 70%는 그냥 두고 왔습니다. 진짜 급한 것만 가져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자: 지난번에 정부가 나서 완제품에 대한 판로를 돕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후 원부자재와 제품들은 어떻게 판매가 되고 있는지요?
옥성석: 급한 마음에 양호한 것만 가져오긴 했는데요. 그러나 저희가 그것들을 마음대로 팔 수가 없습니다. 개성공단은 대부분 주문자에 의한 OEM 방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판권이라든지 소유는 저희 기업들의 몫도 있지만, 거의 거래처가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팔고 싶다고 해서 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바이어의 동의가 없이 제품을 파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그때 공업지구에 남아 있던 제품들은 모두 봄, 여름 상품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판매 시기도 놓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판권을 가진 바이어들도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가져온 원부자재와 제품들은 보관만 해놓은 상태인데요. 저희로선 사실 보관하는데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제품들은 내년에 판매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바이어들과 좀 더 협의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공장 재가동을 위해선 한국 정부의 지원 같은 게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현재 가장 필요한 지원은 뭡니까?
옥성석: 개성공단은 아직 중단돼 있습니다만, 공단 재가동을 위한 비용은 지금도 그대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쪽에서 일했던 우리 주재원들에게 월급은 계속 줘야 하고, 또 사무실을 비울 수 없으니까 임대료도 내야 하고.. 앞으로 또 걱정은 일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만약 일거리가 없어 놀아도 북한 근로자들이 출근하게 되면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공장을 가동하려면 전기도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조차도 부담되고 있습니다. 4개월 넘게 매출과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저희가 무슨 돈이 있겠습니다. 결국,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 이뤄지기 전까지 거기에 들어가는 돈이 필요한데, 그래서 정부가 긴급자금을 대출해주면 정상화될 때까지 저희가 버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개성공업지구 국제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입니까?
옥성석: 국제화는 외국 기업이 꼭 들어와야만 되는 게 아닙니다. 국제화 자체가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부당한 간섭을 받지 말아야 하고요. 노사 간에도 협의해서 서로 원만하게 일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이런 것 등이 다 갖춰져야 그때 비로소 진정한 국제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까다로운 규제가 있어선 안 될 것 같고요. 규제가 심하면 외국 기업들은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자유로운 해고, 자유로운 채용, 자유로운 통관, 자유로운 통신 등 제도적으로 모든 게 보장돼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완벽히 마련되면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외국 기업들이 너도나도 들어오려고 할 겁니다. 돈을 벌 수가 있는 곳인데 어느 기업인들 안 들어오겠습니까.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그런 공업지구를 만들다 보면 결국 국제화는 저절로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개성공업지구 입주 기업협회 옥성석 부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부회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옥성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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