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지난 21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이로 인해 이산가족들의 답답함이 더 클 것 같은데요. 지난 24일에는 남한 이산가족을 대변하는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을 만나 관련해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기자: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이상철: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주 토요일이죠.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지금 심정이 어떠신가요?
이상철: 우리 이산가족들은 북한의 이러한 것에 대해 천륜을 잊어버린 반인륜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처음부터 안 했으면 모르겠는데 모든 일정을 잡아 놓고 이렇게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대다수 이산가족은 과거의 학습 효과 때문인지 이번에도 그렇지 뭐 하면서 체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원래 정치적 입맛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을 열었다 닫았다 했잖아요.
기자: 그러면 북한이 어떤 목적을 갖고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했다고 보십니까?
이상철: 글쎄요. 제가 정확히 알 순 없겠죠. 다만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북한이 숙소 문제로 우리 측과 갈등을 빚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우리 측 상봉자들이 사용했던 숙소는 외금강호텔과 금강산호텔이었습니다. 그런데 북측이 주장하고 있는 선상 호텔인 해금강호텔과 현대아산 직원들이 사용했던 기숙사는 5년 가까이 방치되다시피 한 곳입니다. 이런 곳을 숙소로 하자고 북한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문제가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금강산관광 회담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으니까 내부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하자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언제쯤 다시 상봉 행사가 이뤄질까요?
이상철: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켰다고 하지 않고 연기했다고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조만간 다시 열자고 제의해 오지 않겠나 생각이 들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상봉 행사가 연기됐다고 해서 우리 이산가족들이 조급해하는 상황은 아니니까 끌려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차분히 기다리면 다시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결국 이번에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말씀이신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나 대안이 있다면 의견을 말씀해주시죠.
이상철: 아시겠지만, 세계적으로 봐도 전쟁 중에 이산가족들이 나오기 마련인데요. 그래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룰도 생겨났습니다. 이 룰은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만든 건데요. 우선 그 절차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가족들의 생사 확인입니다. 두 번째로 서신 교환을 하고, 세 번째로 상호 방문을 합니다. 그런 다음 마지막 네 번째로 자유의사에 따른 재결합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도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겁니다. 지금과 같은 상봉 행사는 면회에 불과한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된다는 거지요. 시간상으로 보면 오히려 해결을 늦추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주장하는 것이 바로 남북 이산가족들의 전면적인 생사 확인입니다. 명단만 주고받으면 생사 확인은 금방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과거에는 개인이 돈을 주고 중국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북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렇게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이상철: 그건 아주 민감한 부분인데요. 전혀 없다고 말씀드릴 순 없고요. 그렇다고 활발하게 진행된 것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만남이 이뤄지는데, 이 같은 만남은 과거 독일에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앞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민간이 주도해서 이뤄졌습니다. 정부는 뒤에서 재정적으로 뒷받침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데려온 동독 사람들이 1963년부터 통일이 이뤄지는 1989년까지 26년 동안 3만 3천755명이었습니다. 그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20만 명 정도가 됐습니다. 그 당시 동독에 지원한 현물이 34억 6천400만 마르크 정도로 기억되고 있는데요. 이것을 한 사람당 따져 보니까 우리 돈으로 5천300만 원 정도 되더라고요. 사실 돈으로 사람을 구해낸 거죠. 결국 이러한 노력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남한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상철: 사실 이번 상봉 행사의 경우 장소를 서울과 평양에서 하려고 했었는데, 북측이 이를 거절하지 않았습니까. 결국 다시 금강산에서 하려고 하다가 이렇게 되고 말았는데, 그 전에 미리 우리 측 지역에 금강산 면회소 같은 것을 건립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을 만나봤습니다. 위원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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