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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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는 북한.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주사기조차 소독해서 재활용 하며 환자가 장마당에서 직접 약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수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사망률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해마다 북한에 의약품과 영양식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의 임종철 상임고문을 만나 북한 의약품 지원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임종철: 네, 반갑습니다.

기자: 질병에 걸린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지난 8월에도 북한에 항생제와 의약품 등을 보냈는데요. 당시 지원 규모와 금액은 어느 정도 됩니까?

임종철: 지난 8월에 보낸 물자는 대략 2억 원어치 됩니다. 새 정부 들어서 처음이었는데요. 이번을 포함하면 15년 동안 83회 북한을 지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지원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저희가 일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대통령이 4번 바뀌었는데요. 정권 변화에도 계속 꾸준히 해왔습니다. 15년 동안 지원한 물자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40억 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기자: 의료 시설이라든지 고가의 장비가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만, 의약품 지원만은 정부가 허락하고 있군요?

임종철: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이 다 지어졌지만, 사실 저희가 병원에 보내야 할 의료 장비들이 많이 못 갔습니다. 지금 병원은 운영되고 있지만,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장비가 없어 아주 간단한 치료만 하고 있습니다. 수술실에도 수술 장비를 보내야 하는데, 5.24조치 이후 가질 못했습니다. 물론 5.24조치 이후에도 몇 차례 물자가 가긴 했지만, 아주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때가 아마 우리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한참 모색하던 시기로 기억되는데요. 의약품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내는 것이라 그럭저럭 계속 보냈습니다. 문제는 의약품을 정기적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아쉬운 거죠. 이번에 북한에 가서 확인했는데요. 저희가 비정기적으로 보내준 약 말고도 미국 등에서 보낸 약도 많았습니다. 가서 보니까 북한 의료에 종사하는 분들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은 우리 남쪽만 믿고 일할 수 없겠더라고요. 물량이 많든 적든 간에 정기적으로 물자가 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사람들도 답답해 할 것 같습니다.

기자: 영유아를 위한 이유식과 영양 보충식도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임종철: 사실 영양식은 저희보다는 다른 단체에서 많이 하고 있죠. 저희는 초창기에 콩기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콩기름 보내는 것을 놓고도 여기 한국에서는 맞느냐 안 맞느냐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와 관계하는 북한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에 가보니까 콩기름을 갓난아기 젖 대용식으로 만들어 사용하더라고요. 그것을 보면서 콩기름이 북한에서는 아주 소중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결국 콩기름 지원이 논란거리가 돼선 안된다는 거죠.

기자: 물품을 지원하면 주로 북한의 어느 기관에 보내지나요?

임종철: 15년 동안 북한의 관계 기관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민족화해협의회, 민화협이죠. 여기를 창구로 물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민화협을 통해 들어간 의약품과 물품은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라든지 철도성중앙병원, 대동강구역병원 등에 보내졌습니다. 최근에는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자: 의약품 지원을 위해 기금 마련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임종철: 자동이체 방식으로 현금 기증하는 분들도 많고요. 현물로는 제약회사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한미약품, 동아제약, 유한양행 등이 있는데요. 특히 한미약품은 초창기부터 꾸준히 지원했고요. 수량적으로도 가장 많이 후원해주셨습니다. 참 고마운 일인데, 남북관계가 좀 풀려서 여러 제약 회사들이 활발하게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약 회사들이 도와주면서도 꾸준히 할 수 없는 게 지원한 의약품이 북한에 잘 갈까하는 의구심이 생겨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지원을 망설이는 기업도 있고요. 그런 점에서 남북관계가 풀리면 의약품 모금도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자: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 상태가 안 좋다고 하는데, 특히 어떤 부분에서 안 좋습니까?

임종철: 짧은 시간에 다 얘기하기는 어렵고요. 아무래도 영양 상태가 가장 안 좋죠. 1998년도에 세계보건기구와 북한의 보건성이 북한 전역에서 어린이 건강 실태조사를 했는데요. 당시 전체 어린이의 2/3가 영양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와서는 1/4로 줄었습니다. 15년 전에 비교하면 많이 좋아진 거죠. 그러나 여전히 신장과 체중이 미달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나이보다 체중이 아주 가볍다든지 그리고 키에 비해서 체중이 가볍다든지, 또는 나이에 비해서 키가 작다든지 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남북 어린이의 격차는 성인이 됐을 때 키가 15~20cm 차이가 날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이건 앞으로 통일됐을 때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절별로는 면역력이 약한 관계로 여름 때 설사 같은 수인성 질환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자 고문님은 오랫동안 약사로서 평화운동도 펼쳐왔습니다. 어떤 계기로 북한 의약품 지원 활동을 하게 됐는지요?

임종철: 1990년대 중반에 북한에 수재와 가뭄이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때 의료계의 원로 선생님들이 이렇게 재난을 당하면 노약자들이 문제가 되는데 남쪽 의료인들이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하여 당시 젊은 보건 의료인들이 우리도 뭔가 하자고 의견을 나눴고, 그 일환으로 북한 수재민돕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수재민돕기 모금 운동으로는 재난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저희가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지금의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입니다. 비록 단체는 작지만, 꾸준히 하자는 일념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들어보겠습니다.

임종철: 단체가 작다 보니까 돕는다고는 하지만 양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꾸준히 돕겠다는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은 새로 지은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급선무인 것 같고요. 기회가 되면 후원자들을 모시고 개원 행사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에 제약 공장을 하나 지어주고 싶습니다. 여기 남쪽에서 의약품을 후원받아 가는 것도 좋지만, 비용대비 효과를 생각하면 북한에서 직접 생산하는 게 훨씬 더 좋겠죠. 이는 또 북한의 자립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그러나 이것은 포부이고요. 당장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임종철 어린의약품지원본부 상임고문을 만나 대북 의약품 지원상황을 알아봤습니다. 고문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임종철: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