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석 세계평화교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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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개성공업지구 입주 기업들의 공장 재가동이 이뤄졌지만, 나머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부분의 남북교류는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이번 주 주인공은 세계평화교류연구소의 김경석 이사장입니다. 김 이사장은 회견에서 남북 간의 정치적인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이럴 때일수록 종교 인사나 민간단체가 중심이 돼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김경석: 네, 반갑습니다.

기자: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세계평화교류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습니까?

김경석: 네, 우리 세계평화교류연구소는 말 그대로 평화교류를 위해 만든 단체입니다. 한반도 평화가 곧 세계평화라는 인식하에 종교, 체육, 문화 등 비정치적 교류를 활성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2008년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연구소라는 이름 때문에 연구활동만을 하는 단체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물론 연구활동도 저희 단체의 중요한 일이죠. 그러나 연구활동 못지않게 교류활동도 무척 중요합니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평화적 통일을 이루자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기자: 지난해 중국에 단둥지사를 두고 대북 민간교류를 준비해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요?

김경석: 잘 아시겠지만, 대북 5.24조치 이후 현재 남측의 민간단체가 북측과 교류하고 지원하는 게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나 남북이 다시 교류가 활성화되고 그때 가서 북측과 접촉하려고 하면 허둥지둥하다가 중요한 시간을 낭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북한과 가장 가까운 단둥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거기서 준비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 현지 법인을 만들고 북한 사정에 밝은 조선족 동포를 지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단둥 지사를 세우자 우리 지사장을 통해 북측에서 수시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더니 중국에 나온 북한 무역일꾼들이 가끔 우리 사무실에 찾아왔습니다. 한국인인 관계로 제가 직접 접촉하지는 못했지만, 지사장을 통해 북측의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거꾸로 저희도 사무실에 찾아온 북한 관계자들에게 불교 교류를 하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특별히 북한과 불교 교류를 하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김경석: 기본적으로 종교는 이념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가장 비정치적인 활동입니다. 남북은 서로 다른 체제를 갖고 있지만, 종교는 이를 하나로 묶는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사업으로 종교교류를 하려고 했던 것이고요. 그리고 제가 불교 신자다 보니까 아무래도 불교 교류에 더 신경을 썻던 것입니다. 불교인의 한 사람으로 남북평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 그렇지만 지금 남북관계의 분위기를 봐서는 쉽게 민간교류가 열리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사장님이 보시기에 언제쯤 남북관계가 풀려 민간교류가 열릴 것으로 보시는지요?

김경석: 저는 조만간 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북한은 경제활동의 70~80%를 중국과 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지하자원이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지요. 외국에서 지하자원과 농산물을 수입하며 지불하는 달러를 북한의 자원을 수입하고 대금을 지불한다면 양쪽 모두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한은 외화획득을 위해 노동자를 외국으로 파견하는데 이 값싼 노동력을 우리 기업과 공유한다면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외국과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것들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국가의 대북정책은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하겠지만, 민간교류는 문을 열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동안 북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셨을 텐데요. 북한과의 교류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라고 할까요.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김경석: 2005년도에 평양에서 프로 암 골프대회가 개최되어 처음으로 방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 세대는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강했지요. 저 역시 그랬고요. 그러나 직접 본 평양거리나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언어와 식생활 등 그냥 우리 이웃이었고 동포임을 온몸의 세포가 머리의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사상만 논하지 않으면 우리보다 더 순수하고 정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서로 대립하고 미워하지만 않는다면 평화는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저는 북한에 정통한 지인들과 의견을 모으고 저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단체를 만들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얼마 되지 않아 5.24조치가 내려지면서 남북교류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교류사업은 일단 뒤로 미루고 남북교류와 관련한 토론회와 모임을 전문가들을 모시고 여러 차례 가졌습니다.

기자: 올바른 남북관계를 위해선 북한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변화, 어떤 점을 부탁하고 싶습니까?

김경석: 물론 북한도 남한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이 많을 것으로 보지만 그렇다고 서로 합의하고 이행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변화라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며 또 시대에 따라 당연히 변해야 하는 거고요. 그렇지 않으면 개인이든 나라든 도태되고 맙니다. 과거의 잘못된 것에 대해선 서로 고쳐나가면 되지요. 과거에 너무 얽매이면 변화를 줄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이 그동안 서로에게 잘못한 일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와 용서를 하고 앞으로는 신뢰와 사랑으로 서로 상생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자주 나오는 말이 자비심입니다. 자비란 고통을 덜어주고 편안하게 해주려는 마음을 말하는데요. 남북이 서로 자비심을 가지고 대화를 하고 만남을 갖는다면 평화와 통일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입니다.

기자: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남은 기간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고 혹시 구상하고 계신 사업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경석: 9월에 조선불교도연맹의 초청을 받아 평양을 가려고 했으나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되었습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 사업도 다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일단은 정부의 방침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남북의 획기적인 변화가 생겨 교류의 문이 활짝 열리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도 5.24조치가 해제되지 않는 한 어느 단체나 활발한 교류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에 대한 대안과 방법을 찾기 위해 다시 한 번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연내에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세계평화교류연구소의 김경석 이사장과 함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이사장님, 바쁘실 텐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경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