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대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아사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은 식량이 부족해 외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5.24조치 이후 대북 식량 지원은 거의 끊긴 상태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식량 극복을 위해 오랫동안 도움을 준 남한의 국제옥수수재단의 김명동 사무국장을 만나 대북 식량 지원사업의 문제점과 과제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국장님, 안녕하세요?
김명동: 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기자: 2010년 5.24조치 이후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방문하는 게 쉽지 않은데요. 북한에는 최근 언제 다녀오셨나요?
김명동: 저도 2010년 이전에 다녀왔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2008년입니다.
기자: 국제옥수수재단에서 북한을 돕기 위해 최근 준비하고 있는 게 있습니까?
김명동: 사실 지난 3월 13일부터 16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제56차 옥수수 유전자 학회가 열렸는데요. 그때 북한 농업 과학자 3명도 참가했습니다. 북한이 먼저 저희한테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와서 저희가 통일부와 협의를 해 이들과 접촉하는 것을 승인을 받고 이들의 학회 참석을 도왔습니다. 북한 식량 문제를 국제 학회에서 토론할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기자: 그러면 공식적인 초청은 학회 차원에서 한 건가요?
김명동: 아닙니다. 초청은 전적으로 저희가 한 거고요. 국제학회는 북한 사람들의 경비만 지원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곡물 작황이 예년에 비해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북한의 식량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명동: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지난 3년간 5% 이상 증산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식량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북한 식량 문제는 오랫동안 누적된 게 있어 하루아침에 개선되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자: 또 요즘 북한에선 농사철을 앞두고 비료가 없어 걱정이라고 합니다. 옥수수 농사에도 차질이 예상되는데, 어떻습니까?
김명동: 북한의 주식은 옥수수입니다. 식량의 70%가 옥수수인데, 북한의 최대 비료공장인 흥남 비료공장이 생산을 멈추면서 비료가 굉장히 부족합니다. 흥남 비료공장에서 연간 130만 톤이 생산됐던 것이 나오지 않으니 더 모자랄 수밖에 없는데요. 이 정도라면 농사짓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기자: 옥수수 농사도 비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죠?
김명동: 네, 그럼요. 비료가 없으면 옥수수 농사도 거의 할 수가 없습니다.
기자: 국제옥수수재단은 언제부터 북한을 지원했습니까?
김명동: 저희는 1998년부터 북한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바로 북한에서 소위 말하는 ‘고난의 행군’ 시기인데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지원 활동을 벌였습니다.
기자: 국제옥수수재단의 북한 구호 전략은 무엇입니까?
김명동: 지금까지 북한을 돕는 지원단체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주고, 그들에게 필요한 물품 등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비유해서 말하면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즉, 북한 주민 스스로 농사를 지어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지원했습니다. 바로 이게 저희 재단의 북한 구호 전략입니다.
기자: 옥수수재단에서 개발한 슈퍼옥수수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습니까?
김명동: 옥수수 박사죠. 김순권 박사께서 농촌진흥청에 계실 때 아시아 최초로 개발한 옥수수 품종입니다. 슈퍼옥수수는 병충해는 물론 태풍 같은 자연재해에도 잘 견뎌 다수확을 하는 데 아주 유리합니다.
기자: 일반 옥수수와 비교해서 수확량은 어느 정도 많습니까?
김명동: 일반 옥수수보다 30%가량 더 많이 생산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자: 옥수수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협동농장은 북한에 몇 개나 됩니까?
김명동: 최근 남북관계 악화로 북한을 왕래하는 게 쉽지 않은데요. 5.24조치 이전만 해도 저희 옥수수재단이 관리했던 협동농장은 약 1,500개 정도 됐습니다. 여기에 저희가 옥수수 종자를 지원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식량 문제 해결, 옥수수 증산을 통해서도 정말 가능한가요?
김명동: 그럼요. 1998년부터 저희가 육종해서 종자를 보급한 뒤 북한의 옥수수 생산량을 보면 연간 50만 톤 이상 증산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러한 성과에 대해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김명동: 북한에서 김순권 박사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입니다. 어쨌든 김 박사께서 오셔서 북한 식량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점에서 인정하는 분위기이고요. 평가도 좋습니다. 이는 북한에서 옥수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강냉이는 밭곡식의 왕이다.” 그래서 김순권 박사께서 북한에서 활동하실 때 북한 간부들이 나와서 매달리고 그랬습니다. 옥수수 품종 개량을 통해 자신들의 식량 문제를 좀 해결해 달라는 거죠.
기자: 일부에선 북한이 농업개혁 같은 것을 과감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 부분 어떻게 보십니까?
김명동: 네, 저도 북한에 가서 직접 봤지만, 북한은 ‘주체농업’이라고 해서 자기들이 해온 방식대로만 농사를 짓습니다. 이는 당국이 만든 정책과 연관된 농업으로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김순권 박사께서는 여기에다 과학을 도입한 것입니다. 주체농업을 버릴 순 없는 북한이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과학 접목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국제옥수수재단은 옥수수 품종 개량뿐만 아니라, 식량 위기 때마다 따로 지원활동을 해왔다고 들었습니다.
김명동: 북한의 식량 문제는 순간순간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도 긴급하게 대처했습니다. 예를 들어 식량이 위급할 때는 옥수수 국수, 옥수수빵, 옥수수 과자라든지 옥수수 가루 등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지원했습니다.
기자: 끝으로 남북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전해주시죠.
김명동: 5.24조치가 남북관계를 정상화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인해 남한의 대북 식량지원이 끊기면서 북한의 많은 주민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빨리 조치가 해제돼서 다시 저희가 북한으로 들어가 옥수수 증산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이를 위해 남북 당국자들이 빨리 만나 식량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기자: 네,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국제옥수수재단의 많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김명동: 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국제옥수수재단 김명동 사무국장과 함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국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명동: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