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북한군 총격에 의한 남한 관광객 사망 사건이 발단이었는데요. 관광 중단으로 현대아산은 물론 금강산 지역에서 사업하던 작은 기업들도 줄줄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 중 이종흥 금강산코퍼레이션 대표는 사업 시작과 함께 투자했던 500만 달러를 모두 날려버렸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종흥 대표는 이러저러한 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이종흥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이종흥: 네, 안녕하세요.
기자: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이종흥: 계속 힘든 생활을 보냈지만, 요즘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어 나름 열심히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기자: 새로 시작한 일은 무엇입니까?
이종흥: 상조 회사의 지사를 하나 개설하고, 크루즈 여행과 어학 연수 이런 쪽에 영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금강산관광지구에 들어간 것은 언제이며, 어떤 사업을 하셨습니까?
이종흥: 제가 금강산에 처음 들어간 것은 2007년 5월 11일이었습니다. 당시 했던 사업은 맥주 제조업과 레스토랑, 그리고 면세점 다섯 곳을 운영했습니다.
기자: 금강산지구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이종흥: 저는 일반 회사에 다녔습니다. 삼성에서 23년 정도 일했는데요. 임원으로 있다가 금강산에서 사업하려고 퇴직하고 나왔습니다.
기자: 관광 중단의 발단은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 씨의 피격사건인데요. 그 당시 관광 중단이 이렇게 오래갈 거로 생각했습니까?
이종흥: 오래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후발 업체로 들어갔지만, 먼저 사업하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과거에도 사스(SARS)라든가 핵실험 등으로 일시적으로 중단된 적이 있었지만, 결국엔 잘 해결돼 장기간 중단되는 일은 없었다고 해서 그때도 관광이 곧 재개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기자: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대표님이 입은 피해액은 어느 정도 됩니까?
이종흥: 제가 북한 금강산 지역에 투자한 돈은 38억 정도 됩니다. 그리고 함께 운영하던 3곳의 면세점까지 포함하면 50억 정도 피해를 본 것 같습니다.
기자: 미화로 하면 약 500만 달러 정도 피해를 본 거네요?
이종흥: 네, 그렇습니다.
기자: 그러면 관광 중단 이후 한국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은 받으셨나요?
이종흥: 네, 대출은 좀 받았습니다. 현대아산을 제외한 일반 영세 업체들이 금강산 지역에 투자한 액수가 1,980억 원 정도 됩니다. 이 가운데 저희가 정부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은 114억 원이었습니다. 수치로 보면 투자액의 6%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매출 손실을 제외하고 순수 투자 부분만 따져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다른 사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관광이 금방 재개될 것으로 생각해 정부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회사 운영비나 직원들 급료, 그리고 개인 생계비로 모두 사용하는 바람에 대출금도 없습니다. 이제 갚을 일만 남았는데, 그런 점이 너무 안타깝죠.
기자: 관광이 바로 재개될 것으로 생각돼 대출금을 모두 사용하고, 그래서 생활이 더 힘들어졌군요?
이종흥: 그렇습니다. 저희가 고용한 인력 60% 이상이 중국 조선족이었는데요. 관광이 중단됐어도, 곧 재개될 것으로 생각해 계속 고용하면서 이들에게 월급을 주고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을 해고하고, 나중에 다시 데려오려고 하면 2~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리고 한국 직원들의 경우에도 그만두게 하고 나중에 다시 사람을 뽑으면 재교육하는 데만 한 달 이상이 걸리는 등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수년을 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돈이 많이 나갔죠.
기자: 힘든 이러한 생활 속에서도 참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이종흥: 돌이켜보면 관광 중단 3년째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나중엔 우울증도 오고 그랬었는데요. 그래도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가족들입니다. 또 주변 분들이 도와준다고 생각하니까 이 또한 저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그때 당시 1년 사이에 직업을 4개나 가져봤습니다. 돈이 되는 일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했죠.
기자: 그동안 어떤 일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종흥: 의료기 판매을 비롯해 화장품 영업, 그리고 발모제 판매 등도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년 전부터 상조 회사 지사를 두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대기업 임원을 했던 사람이 밖에서 영업 판매를 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요. 그러한 결정을 내리고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종흥: 힘든 시기에 어느 화장실에 갔는데, 소변기 앞에 이런 글이 쓰여 있더라고요.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게 낫다’ 이런 글귀가 있었습니다. 보니까 공자님 말씀이더라고요. 저는 그것을 보면서 마음을 추수렸습니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나니까 사실 가장 힘든 게 살아온 날들에 대한 자존심을 내려놓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존심을 내려놓고 열심히 사니까 생계유지는 되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금강산에서 사업했던 사업자들은 100% 자기 자본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사업보다도 힘들었다는 것은 당사자인 제가 더 잘 압니다.
기자: 만약 관광이 재개되면 다시 대북사업을 하실 생각은 있습니까?
이종흥: 얼마 전까지는 다시 하려는 희망이 있었는데요. 그러나 그간 아픔이 너무 크다 보니까 최근에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지금 상태에선 딱히 뭐라고 얘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개성처럼 투자한 자산에 대해서 정부가 인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새해 소망 들으면서 회견 마치겠습니다.
이종흥: 일단은 남북관계가 좋은 쪽으로 빨리 개선이 됐으면 좋겠어요. 당국자들이 정말 진정성 있는 대화로 남북관계 개선에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남과 북이 서로 화해를 해야 우리 민족의 미래도 밝다고 생각합니다. 통일 비용도 절감될 수 있고요. 그리고 내년에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는 게 가장 큰 바람이고요. 또 같이 일하고 있는 우리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원들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다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금강산코퍼레이션 이종흥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종흥: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