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러시아 유머에서 유명한 것은 1980년대 야코프 스미르노프라는 우크라이나 희극인이 소련을 풍자하면서 구사했던 유머인데 이런 식입니다.
'미국에서는 당신이 텔레비전을 봅니다' '소련에서는 텔레비전이 당신을 봅니다' '미국에서는 당신이 대통령을 암살할 수 있습니다' '소련에서는 대통령이 당신을 암살합니다'
영어와 반대인 러시아 문법 구조에 따라 주어와 목적어의 순서를 바꾸는 일종의 말장난인데요. 상당히 간단하지만 뜻은 바로 이해가 됩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에서는 지난 시간부터 유머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김태산 씨와 문성휘 씨가 소개하는 북한식 유머, 저는 참 재밌었는데 청취자 여러분들은 다 알고 계신 얘기인가요? 한번 들어보시죠.
김태산 : 우리 북에 있을 때 하던 간단한 얘기를 해줄게요. 어느 영감이 지나가면서 옆집 영감에게 영화 구경 가자고 하니 옆집 영감이 물었답니다. '무슨 영화가 상영한대?' 영감이 영화 제목을 알려줬어요. '안중근이 이등박문 쏘다'를 한대... 근데 그걸 잘 못 알아듣고 영감이 한다는 소리가 '안전원이 이동판매원은 왜 쐈대?' (웃음) 이런 얘기도 사실 보위부 같은 곳에서 문제 삼을 수도 있죠. 어쨌든 들으면 뜨끔하면서도 자기들끼리 옮기는데 이런 정치적인 유머들도 사람들 사이에 은밀히 돌긴 돌고 있습니다.
문성휘 : 제가 나올 때 많이 떠돌던 소리인데... 북한 사람, 일본 사람, 미국 사람 세 명이 등산을 갔답니다. 나무에 굉장히 좋은 천이 걸려있더랍니다. 그래서 세 사람이 그 천을 정신없이 떼어내는데 갑자기 외계인이 나타났대요. 외계인이 이게 우리 우주 비행선인데 당신들이 훼손했으니 죽이겠다... 살려달라고 비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지식을 최고로 여긴다. 내가 모르는 걸 말하는 사람은 살려주겠다 그랬습니다. 미국 사람이 먼저 컴퓨터! 우린 그거 원시시대에 만들었어! 탕! 그 다음은 일본 사람이 나서서 로봇 하니, 얘는 뭐라니 하면 탕 쐈는데 북한 사람이 나서서 하는 소리가 '분기동맹생활총화!'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외계인이 분기동맹생활총화라는 게 뭐니? 북한 사람이 살았다 하면서 뛰었답니다. (웃음)
김태산 : 야... 이건 웃기네요. 나는 그 소리 처음 들어봤네요. 생활총화라는 건 태양계에 오로지 북한밖에 없다는 말이죠? (웃음)
진행자 : 생활총화라는 것이 북한에만 있는 건지 주민들도 잘 아시나 보네요.
문성휘 : 압니다. (웃음) 이젠 다들 알만큼 알고 이런 얘기도 크게 처벌하진 않는 분위기입니다.
진행자 : 사실 좀 자조적으로 들리네요.
문성휘 : 그렇죠. 실제 간부들이 뇌물 받고 부패하고... 사회가 어지럽죠. 그런 걸 비판하는 소리가 나오면 보안원들도 그 얘기를 하면서 자기들끼리 웃습니다. 요즘 북한의 웃음 코드라는 게 간부, 어부, 과부 삼부가 잘 산다는 둥 물, 불, 쌀 ㄹ 받침이 들어가는 건 다 애를 먹인다 이런 식으로 사회를 비난하는 얘기도 많습니다.
진행자 : 이 유머라는 게 사회상을 참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남쪽에 와서도 유머들 많이 들어보셨잖아요? 유머로 본 남쪽 사회는 어떤 것 같으세요?
문성휘 : 요즘 인터넷에서 떠도는 '담이 큰 남편 시리즈'라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 차려달라는 남자 담이 가장 크답니다. 아침은 일어나서 제절로(스스로) 차려 먹으라는 거죠. (웃음)
김태산 : 그런 것을 보면 유머로 시대를 평가할 수 있어요. 시대에 맞게 새로운 유머가 나오고 그게 또 그 사회를 잘 보여주는 것이죠. 근데 모든 걸 다 보면 남과 북이 참 상반됩니다. 심지어 이런 유머까지도 말이죠. 남쪽은 배가 너무 불러 몸을 깐다고 산으로 뛰고 북은 너무 배고파서 풀뿌리 뽑느냐고 산으로 뛰고, 북쪽은 아침에 밥 안 차려주는 여성이 용감한 여성이고 남쪽은 아침 차려 달라는 남편이 용감하고요. 어쨌든 재밌습니다. (웃음) 근데 결과적으로 우리 남자들은 북에 가서 살아야 편합니다. (웃음)
진행자 : 결론은 그렇게 나나요? (웃음) 유머... 재밌는 얘기, 웃기는 얘기라는 말인데요. 남쪽에서 와선 두 분 다 유머 책을 사서 보셨다고요?
김태산 : 제가 북쪽에 있을 땐 그런 책이 없어요. 남쪽에 와서 그런 책이 있기에 어떻게 웃고 사는지 한번 보자고 사 본 것이죠. 남북한이 야한 얘기하고 이런 걸 갖고 웃는 것은 똑같구나 싶었고요. 정치적 색채가 좀 들어가나 안 들어가나, 남자가 우상화되느냐 여자가 우상화되느냐 그런 내용에서 좀 차이가 있지 인간 생활에서 사람들이 웃는 부분은 다 비슷하구나 싶었습니다. 다만 북한 사람들도 하고 싶은 얘기, 웃고 싶은 얘기를 내놓고 하면 얼마나 더 재밌겠어요. 그렇게 되기를 좀 바랄 뿐입니다.
문성휘 : 중국 사람들이 사망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유머를 많이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남한 사람들, 또 세계 많은 국가에서 지도자를 갖고 유머를 만듭니다. 근데 북한은 그런 것이 전혀 허용되지 않습니다. 직책 없이 이름만 부르면 잡혀갑니다. 장군님... 이렇게 직책만 불러도 되고 또 김정일 장군님 이렇게 불러도 되지만 김정일 이러다가 잡히면 그 사람은 죽는 거죠.
김태산 : 뭐 앞에 위대한... 이런 수식어만 안 붙여도 큰일이 나죠.
문성휘 : 아니, 왜 사람에게 이름을 달아줬겠습니까? 부르라고 달아준 게 아닙니까? 참 이상한 사회가 아닙니까?
진행자 : 유머 책을 읽지 않더라도 남쪽에서 웃으실 일, 좀 있으십니까?
김태산 : 웃을 일이야 많죠. 한 주일마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희극 방송도 하고요. 이젠 그런 거 보면 좀 이해도 되고 웃음도 나고 그렇죠.
문성휘 : 남북이 같은 웃음 코드를 찾아서 함께 웃어야겠는데 지금 저희들 와보면 우리가 웃기는 말이라고 하면 여기 사람들이 썰렁하다고 하고 반대로 남쪽 사람들이 웃기는 말이라고 농담하면 우리는 웃기지 않습니다. 이게 참 안타까워요.
김태산 : 정치 체제가 다르고 사회, 문화가 다르니 유머도 다르지만 앞으로 북한도 자유 바람이 들어가고 하면 곧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문성휘 : 웃음이 공유되는 사회가 진정한 통일 사회일 것 같습니다.
암 병동 등 중증 환자가 많이 입원한 병원에서 요즘 많이들 하는 게 웃음 치료입니다. 특별하게 치료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 모여서 그냥 서로 얼굴 쳐다보면서 큰 소리로 박수치며 하하하 웃는 거라는데요. 처음엔 억지웃음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마주보는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며 진짜로 웃게 된다는데요.
잘 못 했다가는 정신 나간 사람으로 오인받기 십상이지만 효과는 좋답니다. 박장대소 해본지 오래 되셨으면 한번 해보시죠. 속이 시원해진다고 합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은 유머 얘기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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