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부끄럽고 답답하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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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 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노동 신문과 중앙 방송을 통해 보셨겠지만 요즘 북쪽에서 연일 남쪽에 대고 협박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김태산 씨와 문성휘 씨가 이런 보도를 접하며 느끼는 건 긴장과 위협보다는 부끄러움과 답답함입니다.

"이게 과연 남한의 모순 때문이겠는가 아니면 북한 내부의 모순 때문이겠는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국민들을 잘 먹고 잘 입게 할 수 있는데 왜 꼭 저렇게 해야 하는가"

남쪽 사람들은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같아선 분단의 슬픔이 아니라 분단의 짜증이라고 얘기합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이 얘기 해봅니다.

진행자 : 요즘 북쪽이 연일 남쪽에 대고 협박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어요.

문성휘 : 보면 김정일 시대나 김일성 시대와는 또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예전엔 좀 자제하는 모습도 있고 그래도 언론의 선을 넘지 않으려했던 노력이 보였는데 이젠 그 언론이라는 가면조차 벗어버린 거예요. 완전히 동네에서 싸우는 아줌마의 입보다 더 거친 표현이 나와요. 이제 자신들의 체면, 내부 인민들에게 보여줄 자신들의 모습마저도 이제 다 집어 던져 버린 거죠.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느냐? 우리가 보건 데는 김정일 시대의 이명박 대통령이나 김정은 시대의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리고 미국의 태도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요. 그런데 북한은 굉장히 달라졌습니다. 특히 대남 관계는 굉장히 변했는데요. 이게 과연 남한의 모순 때문이겠는가 아니면 북한 내부의 모순 때문이겠는가... 이걸 많이 생각하게 되는 거죠.

김태산 : 문 선생 말씀대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제 언론답지 않은 발언에 좀 부끄러운 건 사실이죠. 사실 북쪽에 있을 때 매일 듣던 소리니까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아요.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국민들을 잘 먹고 잘 입게 할 수 있는데 왜 꼭 저렇게 해야 하는가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진행자 : 말씀하신 것처럼 북쪽에서도 남쪽을 비난하고 보복을 다짐하는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많이 듣고 보셨을 텐데요. 안에서 보시는 것이랑 많이 다르죠?

김태산 : 북쪽에선 아무래도 다른 정보가 없으니까 그런 보도가 나오면 남쪽 아이들이 무슨 불집을 일으키나보다, 먼저 불집을 일으켜서 우리가 반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게 남쪽에 나와 보면 그렇지 않아요. 북한은 남한과 미국이 팀스피리트 훈련 같은 걸 비난하기도 하고 남한이 미국과 손을 잡고 북한을 침략하려 한다고 자꾸 그러는데 밖에 나와 보면 압니다. 침략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당국에서 자기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거죠. 그걸 여기 와서 참 뼈저리게 느낍니다.

문성휘 : 한번 따져보면 똑같아요. 북한 노동신문에도 나오지만 로씨아(러시아) 함대가 원산항에 들어와서 북한 해군과 공동 훈련을 했다, 중국에서도 들어와 인민군과 공동 훈련을 했다 하지 않아요? 그것이 미국과 한국이 훈련하는 것이랑 뭐가 다른 것이 있습니까? 똑같은 것 아닙니까? 그리고 한국은 아직까지 북한에 대해 어떤 목표를 정하고 훈련한 적은 전혀 없어요. 근데 김정은이 무슨 탱크 부대를 방문했을 때는 남한 도시 이름까지 써 넣고 훈련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남한이 훈련한 것에 비할 수 없는 도발이죠. 그런데 자기하는 건 괜찮고 남의 하는 건 얼마나 떠들어요?

김태산 : 제가 한 가지 건의하고 싶은 게 있어요. 아무도 하려하지 않는 전쟁 타령 그만하고 자기 아버지, 할아버지 때 썼던 낡은 방법은 쓰지 말고 좀 자기 국민을 살리는 방법으로 나가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 먹이겠다는 소리를 자기 할아버지 시대에 하다가 못해서 자기 아버지 때까지 이어서 하다가 실현 못했고 이제 손자 시대에 와서도 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이밥에 고깃국 먹이겠다고 돼지 목장 짓는다고 야단이라는데 아니, 북쪽에 돼지 목장이 없어서 돼지가 안 됩니까? 먹일 게 없어서 돼지가 안 되는 겁니다! 자기 아버지, 할아버지 때의 정치적 시행착오를 다시는 범하지 말고 새로운 사람답게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성휘 : 근데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보면 왜 이렇게 정세가 긴장되는지 주민들은 그 원인을 잘 몰라요. 이번에도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하잖습니까? 저희가 북쪽에 있을 때만 해도 이 최고 존엄이라는 말은 없었거든요. 2009년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거기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을 겁니다. 최고 존엄? 그래요 남한에서 김정은이나 김정일을 욕했다고 합시다. 근데 북한은 변소 벽에다가 남한 대통령 이름을 써놓고 민족 반역자 누구누구를 타도하라... 남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그 이름만 바꿔서 가장 어지러운(지저분한) 벽에다가 그걸 써 놓아요. 어떤 면에서 생각해보면 남한이 북한의 최고 존엄을 어떻게 모독했는지 주민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그걸 자세히 알려주면 우리도 그러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바로 들겠거든요? 그런데 북한에 있을 때 겪어보면 한두 번 할 때는 시끄럽게 노네 하면서 북한 당국을 비난하다가 계속 그렇게 사람을 부단히 몰아가면 짜증이 납니다. 지금 북한 당국이 노리는 것이 그런 것인데요. 마지막까지 그 짜증을 다 짜내서 다른 생각 못하게 하는 겁니다.

김태산 : 한 마디로 말해 자기 국민들이 다른 생각 못하게 하기 위해서 계속 남한이 쳐들어온다, 미국이 들어온다 뭐이 어드래다... 이러면서 들들 볶는 거죠. 지금 식량이 딱 부족한 시기잖습니까? 다들 픽픽 쓰러지고 못 먹어서 하늘이 노래질 때인데 저러고 돌아가는 것 보면 참 답답하기 그지없어요.

문성휘 : 북한에 있을 때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사실이죠. 북한이 못 사는 원인을 좀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직접 보고 느끼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북한 수뇌부는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농지 개혁 발언을 공연히 끄집어내면서 대단히 반발했는데 이건 북한의 웬만한 간부들도 다 하는 소리에요. 농업 개혁을 해야 한다 개혁, 개방해야한다... 이제 누구나 다 하는 소립니다. 북한의 99%가 바라는 걸 1%되는 권력이 아니다, 부정하면서 안 하겠다? 그걸 못하겠다고 정세를 이렇게 긴장시키고 온 국민들을 들들볶는데 그렇다고 막아지겠는가? 저는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이 주민들입니다. 주민들을 열흘이고 한 달이고 계속 긴장 시키면 자연히 짜증이 납니다. 그러면 진짜 처음에 아니라고 생각해도 나중에는 남한에 대해 욕하고 막 그러죠.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까 또 남한은 너무 무감각해요. 연평도 사건도 있었고 천안함 사건도 있었는데 저 같은 탈북자들이나 어르신들은 긴장했지만 젊은 얘들은 별나라 얘기에요.

진행자 : 지난 시간에 저희가 남한에 와서 김 선생과 문 선생이 이해 못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요. 반대로 남한 사람들이 진짜 북한에 대해서 이해 못하는 것이 뭐냐... 바로 이겁니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

문성휘 : 맞아요. 이해 못하죠. 북한이라는 나라는 적을 만들어야만 유지될 수 있습니다.

김태산 : 체제가 살아남는 방식이죠.

문성휘 : 적을 계속 만들어서 우리가 어렵게 못 사는 것, 주민들이 굶는 것을 다 적들의 탓으로 돌려야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에게 쏠리는 비난의 화살을 막을 수가 없는 거예요. 주민들이 굶어 죽는데 왜 쌀을 못 주나? 봐라, 미국이 전쟁을 하자고 하고 이명박 정권이 우리를 못 살게 굴어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돈이 있어도 군사비에 넣어야 하고 그래서 쌀을 사올 수 없다... 또 외부 세력들이 끊임없이 우리 사회주의를 허물어뜨리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주민들을 통제 안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끌고 가는 겁니다.

김태산 : 그리고 공산주의자들은 외부의 적이 사라지면 내부에서 타도 대상을 또 만듭니다.

문성휘 : 그렇죠. 중국은 내부적으로 대약진 운동으로 문화 혁명이요 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까? 개혁개방 이후에는 그렇게 안 해도 되지 않습니까?

세계적으로 북한의 위상은 좋지 않습니다. 해외에 나간 무역 일꾼, 외교 일꾼들... 가슴에 단 초상화는 가능하면 가리고 싶은 부끄러운 얼굴입니다.

내 나라가 못 살아가서 아니라 손가락질 받을 일을 하기 때문에 어깨 한 번 펼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사정은 해외에 나간 북한 간부뿐 아니라 탈북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랑스러운 조국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이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저는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