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솔직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종교가 아편이라고 얘기하며 철저히 금지합니다. 그런데 청취자 여러분, 이런 북쪽에도 종교가 만연해 있다는 것 아십니까? 문성휘 씨, 김태산 씨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믿어온 종교가 있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받은 것, 얻은 것은 하나 없이 실망한 가득하다고 얘기합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에서는 종교 얘기를 해봅니다.
진행자 : 문성휘 씨, 김태산 씨 안녕하세요.
문성휘, 김태산 : 안녕하세요!
진행자 : 김태산, 문성휘 씨, 종교 갖고 계세요?
김태산 : 저는 천주교에 입문했어요. 남한 분들이 들으면 좀 웃으시겠지만 기독교 교회에 다니다가 미국에 다녀온 뒤에 누가 천주교로 끌어줘서 성경 공부를 6개월 정도 한 뒤 입문했습니다. 솔직히 열심히 나가진 않고 그렇다고 안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자유로이 다니고 있습니다. 북한 법에는 종교를 허용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사실 철저하게 막고 있습니다. 종교를 갖는 것은 무조건 정치범 이상으로 처리합니다.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서 형식상 종교를 내세울 뿐이지 안에서는 제일 탄압하는 것이 종교입니다. 그런데 여기 오니까 종교를 갖는 것이 자유가 아닙니까? 그 나라 국민에게 진정한 자유가 있느냐는 종교 선택의 자유를 주느냐 아니냐를 놓고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도 여기 와서 종교를 가졌지만 그건 제 선택이었고 종교를 안 가진다고 해서 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진행자 : 그야말로 자기 맘이죠.
김태산 : 근데 기독교를 다니다보니까 술을 못 먹는다는 기야... 그래서 나오고 말았어요. (웃음)
진행자 : 맞습니다. (웃음) 기독교에서는 술과 담배를 금하죠.
김태산 : 나는 담배는 안 피우니까 괜찮은데 술을 못 마시게 하니 시끄럽더라고요. 성당에서는 별 말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문 선생 왜 웃어요? 솔직한 말이에요!
문성휘 : 저는요 사실 기독교에 다니거든요. 근데 술도 하고 담배도 합니다. (웃음) 물론 교회에서는 상당히 눈치도 보이고 죄스럽지만 누가 밖에까지 감시하고 따라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냥 적당히 마시고 담배도 핍니다... (웃음) 그런데 아직 종교적인 신념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해요. 그런데도 교회는 부지런히 다닙니다. 그리고 주변에 탈북자들에게 기독교나 천주교나 불교나 아무것이나 좋으니 종교는 꼭 가지라고 얘기해요. 왜냐면 탈북자들은 가까운 친척도 없지 않습니까? 남한이란 땅에 외롭게 왔는데 종교를 믿으면 내가 앓을 때도 한 번씩들 와서 봐주고... 사실요, 종교가 보험 하나 드는 것보다 훨씬 좋죠.
진행자 : 종교를 믿으면 의지할 곳이 한 군데 생기는 거죠.
문성휘 : 예, 그럼요. 그리고 한 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 가서 자기 잘못을 돌이켜 보는 것, 반성하는 것은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 같습니다. 이건 하나님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닙니까? 종교가 그런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교회를 잘 다녀요.
김태산 : 북쪽에서는 종교를 아주 나쁜 것이라고 선전합니다.
진행자 : 저도 그 점에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어째서 나쁘다고 하는 겁니까?
김태산 : 종교는 자본주의의 앞잡이, 제국주의의 앞잡이라면서 사람의 의식을 좀 먹고 사람이 신을 믿으며 자기 자신을 모르게 만들고 당의 주의에서 사람을 떼어내고...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데 여기 와서 성경 공부를 한 6개월 하면서 보니까 신통하게도 우리가 북쪽에서 배운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라던가 당 규약이라든가 이런 것이 성경과 비슷해요. 하나님을 김일성, 김정일로 당 조직을 교회로 이렇게 말 바꿈을 딱 해놓은 것 같습니다. 그래, 성경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야... 신통하게 이것은 내가 당에 입당할 때 배웠던 당 학습, 규약과 똑같고 그 입문 체계도 비슷하고... 여기서는 하나님을 믿으면 천당 간다고 하지만 저쪽에서는 당을 믿으면 영생한다고 하거든요? 아, 그렇게 신통하게 뒤집어 놓았어요! 근데 문제는 나는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과 당을 50년을 믿어왔는데 나한테는 아무것도 차려진 것이 없어요. 그래도 여기서는 이자, 문 선생 얘기한 것과 같이 고달프고 외로운 우리 탈북자들을 위로도 해주고 도와주죠. 사실 우리는 북한에서 너무 조직 생활에 시달렸기 때문에 여기 와서 누가 우리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신물이 나는데 종교는 가지게 되죠. 웃기는 게 하나 있는데 북쪽에서는 종교에서 원수가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대라고 하는데 이것은 나쁜 것이다 했어요. 여기 와서야 이 말의 실체를 느꼈습니다. 원수가 왼뺨을 때렸다고 해서 내가 원수를 한 번 더 때리면 그 다음에 그것은 싸움으로 일어난다. 참으라는 것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인내'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내가 말이 모자라 다 설명은 못하겠는데 중요한 건, 내가 종교를 배워 가면 배워갈수록 북한의 정치란 하나님을 김일성, 김정일로 바꿔 놓았을 뿐이고 자기네가 그렇게 비난하는 종교보다는 더 악착하구나 하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문성휘 : 그러니까 김일성의 교시라는 것이 있거든요? 거기에 보면 종교는 아편과 같다... 한번 중독되면 거기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되어 있어요. 그러면서 종교를 절대 접하지 마라 하거든요? 그러면서 자기를 종교화한 거예요. 그러니까 하나님을 믿지 마라 대신 자기를 믿어라 이렇게 된 것이죠.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그런 말만 믿고 자기들은 철저한 무신론자라고 생각해요. 자기들이 철저히 종교 생활을 하고 종교에 얽매여 있다는 생각, 그것도 이단 종교에 얽매여 있다는 생각은 못 하거든요?
김태산 : 그렇죠. 그걸 모르고 있어요.
문성휘 : 철저한 종교 체제로 되어있고 모든 원리가 종교와 똑같은 데 북한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겁니다. 다만 북한의 종교가 가장 나쁜 것이 사랑을 배제한 겁니다. 지어는 이성간의 사랑도 당과 수령, 혁명을 위해서 꽃 피워야 한다고 하거든요?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동지적인 사랑도 당과 수령의 손길 아래서만 꽃 필 수 있다... 모든 걸 김일성에게만 의지하고 맹목적으로 따를 때만 의미가 있다고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른 종교를 보면 서로 사랑을 하며 살라고 하지 북한처럼 저렇게 선전을 하진 않습니다. 사실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종교죠...
김태산 : 내가 아까도 얘기했지만 북한에서 내가 당과 김일성, 김정일을 믿었는데 나한테 차려진 것이 하나도 없어요!
문성휘 : 아... 골고루 메달을 주지 않습니까? (웃음)
진행자 : 골고루 메달이 뭡니까?
김태산 : 공로 메달, 훈장이죠. 말하자면...(웃음)
문성휘 : 하도 여러 사람한테 골고루 준다고 공로 메달을 골고루 메달이라고 부릅니다. (웃음)
김태산 : 이거 뭐... 그거 하나 아무 의미가 없는 건데요. 여기 와서 종교를 믿어보면 손해나는 건 없어요. 물론 뭐 하느님이 냉장고를 갖다 주고 쌀을 갖다 주고 하지 않지만 제일 좋은 것은 그로 인해 사람에 대해 악한 감정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그것이에요. 모든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살아라... 믿음을 주고 살아갈 의지를 주는 것이죠...
문성휘 : 탈북자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가 있어요. 찬송가인데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하나원에 있을 때 보니까 그 노래를 배우면서 다 울더라고요. 정말...
진행자 : 노래가 어떻게 되죠?
문성휘 : 우리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북한에는 김일성, 김정일만을 믿는 종교가 있다는 이 두 사람의 말에 반감을 느끼셨습니까? 그래도 이 두 분의 말에 분명 동감하시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남쪽에서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가 가장 대중적인 종교입니다. 부처와 하나님... 각각의 종교에서 얘기하는 신의 모습은 다를지 모르지만 강조하는 얘기는 비슷합니다. 사랑과 감사와 평화...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도 사랑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며 마음을 비우고 평화를 찾아라...
<내가 사는 이야기> 종교 얘기, 다음 시간에도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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