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솔직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고 하나님...' 이런 얘기 북쪽에서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절박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입니다.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어머니' 하는 분들도 계시죠?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은 종교에서 말하는 신은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인데요.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큰 고비마다 우리는 이렇게 하늘을 찾아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남쪽에 온 탈북자들이 신을 믿고 종교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같습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종교 이야기 두 번째 시간입니다.
김태산 : 집사람도 우리 아이들도 종교를 무시 못 합니다. 왜냐면 하늘의 도움이 없었으면 여기 못 왔을 테니까요. 저쪽에서 그 누구의 도움 없이 비자도 없이 남쪽에 들어온 것도, 아이들을 한국에 무사히 데려온 것도, 우리 사업이 성공한 것도 그렇습니다. 북쪽 같았으면 다 장군님 덕분이라고 하겠는데... (웃음) 우리가 믿은 건 오직 하나님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우리가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믿으면 되누나','달라면 주누나' 하는 겁니다.
진행자 : 근데, 김 선생님이 들어오실 때는 종교를 믿지 않았잖아요?
문성휘 : 탈북자들이 올 때는 누구나 다 기도를 드려요. 종교가 있어서 기도를 드린 것이 아니라 초인간적인 힘이 나를 도와달라, 살려달라 간절히 비는 거죠.
김태산 : 맞아요. 정말 간절히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두고두고 하는 얘기지만 체코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13시간 동안을 먹지도 않고 잠도 못하고 서로 말도 한마디 못 붙이고 왔어요. 나는 그 당시에 누가 오라고 하지도 않고 받아줄 사람도 없는 곳으로 오면서 정말 비행기 문을 열 수만 있으면 뛰어 내리고 싶더라고요. 솔직한 그때의 심정입니다... 저도 그때 잡히지 않고 남조선까지 무사히 가게 해달라고 무언가에 빌었어요. 이후에 우리 집사람이 말하기를 자기는 그 13시간 동안, 하나님 제발 우리 가족이 무사히 가게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답니다. 근데 문 선생도 말했지만 탈북자들은 누구나 여기올 때는 간절히 빕니다. 두만강을 건널 때부터 메콩 강을 건널 때, 중국에서 대륙을 횡단할 때... 고저 빌고 또 빌었답니다. 하나님, 잡히지 않게 해달라고 그렇게 간곡하게 모든 탈북자들이 다 그렇게 빌었답니다. 나는 그 사람들이 거짓말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가 이 방송을 통해 종교를 선전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요.
문성휘 : 우리 탈북자들이 처음 종교를 접하는 얘기가 참 재밌는데요. 대부분 중국에 있을 때 처음 종교를 접합니다. 저 같은 건 중국에서 좀 오래 떠돌다나니까 중국에서 기독교 교회를 가봤어요. 믿어서 간 것이 아니라 거기가면 생필품을 주거든요? 비누도 주고 쌀도 조금씩 줘요. 그리고 이따금씩 돈도 백 원씩 주고... 그래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는데 설교나 이런 건 듣지 않습니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 조사기관에 들어가니까 거기에 교회가 있는 거예요. 이상하게 사람들이 교회가 있다는 것만 알려주고 가라는 얘기를 안 합니다. 종교를 강요하진 않거든요. 근데 한번 씩 가본 사람들이 성경이라는 책을 가져와요. 펼쳐보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웃음) 하나원에 들어갔는데 거기엔 각 종교가 다 있어요. 일요일마다 천주교, 불교, 기독교 다 오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방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계획을 짭니다. 너는 기독교, 너는 천주교, 나는 불교에 가보자... 이렇게요. 왜냐면 거기가면 설교도 설교지만 맛있는 걸 많이 가져오거든요. 탈북자들이 마른 오징어 그러니까 북쪽으로 말하자면 마른 낙지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걸 많이 갖다 놓는데 먹다가 남으면 사람들이 방으로 들고 와요. 그러면 가져온 음식의 양을 보고 어디를 갈지 결정하죠. (웃음) 이번 주에 기독교에서 빵을 줬는데 불교에서 마른 오징어를 주면 다음 주에는 기독교는 썰렁하고 불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복도에까지 줄을 서게 됩니다. 여하튼간 그렇게 다니다보면 석 달 뒤에는 뭔가가 결정이 됩니다. 처음엔 음식량을 보고 결정을 하다가 나중에는 많이 주던, 적게 주던 자기가 믿을 만한 종교를 선택하더라고요. 그리고 애초에 안 믿을 사람은 그런데 가지도 않습니다. 그걸 보면 참 재밌습니다.
진행자 : 남한의 군대에도 절, 성당, 교회 다 있어요. 초콜릿 씌어진 과자... 군인들이 초코파이를 받아볼까 해서 이 세 군데를 다 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웃음)
문성휘 : 오오... 그래요?
김태산 : 탈북자들만 그러는 건 아니군요? (웃음) 역시 사람 심리는 다 같네요. 어쨌든 이 종교가 북쪽의 정부에서 주던 것보다 사람들에게 해주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하나님의 덕이든 교회의 덕이든 어떤 것이든 하나님의 뜻으로 전해지고 있고 우리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문성휘 : 근데 김 선생, 잘 못 말씀하셨는데요. 김일성, 김정일이 전혀 안 준다는 것은 잘 못 된 거예요. (웃음) 무상 치료제도 하고 무료 교육도 하고... (웃음)
김태산 : 아이고 문 선생, 왜 빤한 얘길 하고 그래요! 내가 지난 기한에 50년 동안의 노임을 거의 못 받았는데 그거 가지고 그런 것 한 겁니다! (웃음)
문성휘 : 2월 16일, 4월 15일에 벽돌 과자를 내주지 않습니까... (웃음) 아이들이 받아 들고 울어요. 이걸 먹긴 먹어야겠는데 너무 딱딱해서 어떻게 먹어야할지 근심이 나서 운다고요... 저도 사실 지금까지는 종교에 대한 신념이 거의 없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믿어야할 것 같습니다. 종교라는 것이 마음의 짐을 덜어놓는 것입니다. 저는 그러지 못하고 아직 제 근심을 제가 안고 살아가는데 종교를 믿는 사람을 보면 참 편안하더라고요. 최근 언론에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제일 수명이 긴 사람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북한 사람들도 저희의 이런 말을 좀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에게 짐을 맡긴다, 우리 근심을 밀어버린다... 이런 것이 무슨 의미인지요.
진행자 : 종교가 많은 역할을 하는데요. 종교에서 개인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뭐라고 생각하세요? 마음의 평화라고 하거든요?
김태산 : 네, 맞는 얘기 같습니다.
진행자 : 지금 남쪽에서는 불교 신자가 제일 많고 두 번째가 기독교, 세 번째가 천주교입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유독 기독교 신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문성휘 : 이거 참 이상해요. 남한에는 불교 신자가 많은데 우리 탈북자들은 기독교 신자가 왜 많을까요? 저 같은 건 불교를 믿으라고 하면 너무 힘들어요. 절이 다 산에 있잖아요? 교회는 우리 마을 주변에 다 있으니까... 그래서 불교를 적게 믿나요?
진행자 : 선교 활동, 종교를 알리고 신자를 끌어오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 기독교입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이 기독교 신자가 많은 것 아닐까요?
김태산 : 맞아요. 동네 교회의 집사들이 와서 얼마나 얘기를 합니까. 사람이 인정 때문에 뿌리치지 못하도록 노력을 하죠.
문성휘 : 탈북자들 모두 어떤 종교든 믿었으면 좋겠어요. 북한 주민들도 마음의 짐을 벗고 서로가 사랑하면서 평화롭게 살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정말 저 북쪽에도 종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종교가 있는 날이 통일이 된 날이겠죠?
김태산 : 탈북자들 누구나 같은 마음인데 북쪽에도 김정일, 김일성 사상 하나만 가지고 사람들을 들볶을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가 믿고 싶은... 절에 가든가, 하나님을 믿든가, 하느님을 믿든가. 자기가 믿고 싶은 종교를 믿으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좀 살았으면, 그렇게 편안하게 살다 좀 죽었으면 정말 원이 없겠습니다.
기본권이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권리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자유권과 평등권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유로워야 하고 인간은 평등하다는 얘긴데요. 이 자유권의 범주에 종교의 자유도 포함됩니다. 종교 역시 인간의 자유로운 본성 중에 하나라는 얘깁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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