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사유재산① 내 것과 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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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솔직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남쪽은 사유 재산을 인정하고 북쪽은 그렇지 않다지만 이것도 원칙상의 얘기일 뿐, 이제 북쪽도 개인들이 재산을 모으고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 수 없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남쪽에 온 탈북자들, 사유재산제도가 허용된 남쪽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INS "북한에 비하면 도당 책임비서보다 내가 엄청 부자죠. 그런데 다른 남한 사람들은 말고 다른 탈북자들과 비교해도 내가 자꾸 뒤떨어지는 같고 그렇다는 거죠."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는 돈 얘깁니다.

진행자 : 두 분, 남한에 와서 재산 좀 모으셨어요?

김태산 : 재산이랄 것까지 뭐 있겠습니까? 그런데 재산이 있든 없든 재산 관계가 자유로우니까 좋아요. 제 돈을 주고 산 것은 누구도 다치지 못하니까 참 좋지 않아요? 우리 집 재산 1호 하면 자동차를 꼽겠습니다. 물론, 새 차가 아닌 중고차이긴 하지만요. 이 땅에 와서 처음 마련한 재산입니다. 집안에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같은 것은 있지만 북쪽에서도 이걸 재산으로 인정하진 않죠. 대신 북쪽에서도 승용차하면 큰 재산으로 보죠.

진행자 : 남쪽에서도 자기 소유의 자동차, 재산이죠.

김태산 : 여기서야 자기가 번 돈으로 땅을 사든 탱크를 사든 전차를 사든, 아무것이라도 사서 국가 인정만 받으면 그것이 법적으로 보호되니까 참 좋죠. 북쪽에서는 이런 자동차를 하나 사도 국가 기관이나 공장에 바쳐 놓고 써야합니다.

진행자 : 아, 그런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까? 전혀 허용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요.

김태산 : 그야말로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이죠. 개인이 필요해서 자동차를 하나사면 그 자동차를 공장이나 국가 기관에 이름을 올리고 관리, 운영만 개인이 하면서 거기서 나오는 돈을 뽑아 쓰는 것이죠.

문성휘 : 그 차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이름을 올려놓은 기관이나 공장에 바치는 겁니다.

진행자 : 이런 경우엔 그냥 공장에서 차를 가져가면 끝 아닌가요?

김태산 : 그럼 당연히 거기서 끝이죠. 전 인민적 소유관계가 움직이는 땅이니까... 근데 웃기는 것은 지난 기한에 소련이나 중국도 사회주의였지만 그 나라들에서는 승용차 정도는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허용됐는데 북쪽만은 승용차도 못 갖게 해놨죠.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참 답답하죠.

문성휘 : 정말 독재도 그런 독재가 어디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진행자 : 문성휘 씨 재산 얘기는 아직 못 들었는데요, 남쪽에 와서 좀 모으셨습니까?

문성휘 : 아, 진짜 저는 재산 얘기만 하면 너무 속상해요. 북한으로 말하면 이자 진짜로 부러울 것 없이 사는 거죠? 먹는 것이나 여행을 하거나... 그래, 작년에 차도 샀고... 저는 차 욕심은 없어요. 우리 애들 중에는 삼천만원, 오천만원짜리 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서울 시내에서 출퇴근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간단한 차가 요구됐어요. 그래서 그런 차를 사고 이제 부러울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둘러보니 참 속상한 거예요. 이 녀석들은 비싼 차를 타고 다니지 그런데다 돈을 벌어 이제 아주 자기 집을 샀다는 거예요. 아, 정말 배가 아파 못 견디겠는 거예요. 저 놈도 나도 똑같이 버는 것 같은데 저 놈은 언제 저렇게 큰 집을 샀지?(웃음) 그러고 보니 나는 계속 쫓다나면(쫓아다니다 보면) 재산이 생겼는지 어쨌는지 돌아볼 새가 없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북쪽 기준으로 보면 지금 굉장히 부자인데 남들과 비교하면 너무 가난한 것 같고... 이걸 남쪽에서는 상대적인 빈곤이라고 합니다.

문성휘 : 맞아요. 북한에 비하면 도당 책임비서보다 내가 엄청 부자죠. 그런데 다른 남한 사람들은 말고 다른 탈북자들과 비교해도 내가 자꾸 뒤떨어지는 같이 느껴지고 그렇다는 거죠.(웃음)

김태산 : 걱정하지 마세요. 문 선생보다 못한 사람도 많아요. 이 땅에 탈북자들이 2만 명이 넘게 왔는데 도착한 날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다 다르니 재산 소유 관계도 각양각색입니다. 북쪽 땅엔 너도나도 없어서 간부들을 제외하고는 거의나 비슷했는데 이 땅은 사유재산이 허용되는 땅이니까 능력에 따라 재산 차이가 있습니다. 큰 차를 가진 사람도 있고 집을 가진 사람도 있고 땅을 수천 평 가진 사람, 공장을 소유한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재산이 누구보다 많고 적고 보다는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가질 수 있으니까 그 자유가 좋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근데 이자, 문 선생 말을 들어보면 나도,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나보다 재산을 많이 모았다... 그런 걸 보면 가슴이 아파요. 야... 내가 지금까지 뭐 했나 싶은 겁니다. 근데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그래요. 내가 문 선생한테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는 겁니다. 차도 없는 사람도 많고 국가에서 준 국민 임대 아파트에서 나가지 못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문 선생네는 양 부부가 다 직업이 있고 아이들도 있고 이제 십년만 고생하면 재산이 차곡차곡 모이는 거예요.

문성휘 : (웃음) 아니, 그러니까 이런 자리에서라도 좀 배 아픈 소리도 하고 부러운 소리도 좀 해야죠.

김태산 : 배 아픈 것만은 정말 사실이야. (웃음)

문성휘 : 지금도 탈북자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북한에서야 사유재산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5장 6기 아닙니까. 이불장, 양복장, 옷장, 책장, 그릇장. 그런데 여기서는 그걸 재산이라고 하면 웃죠.

진행자 : 저도 5장 6기란 말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던데 6기는 뭡니까?

문성휘 : 텔레비전 수상기. 냉동기. 세탁기. 녹음기. 사진기. 선풍기... 이렇게 들어갑니다. 한마디로 생활 용품이죠. 이걸 큰 재산으로 치는 거죠.

김태산 : 잘 사는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잘 먹고 잘 살고 해외에서 오가면 그걸 막 부러워했는데 여기 와 보면 우리가 사실 도당 책임비서보다 나을지 몰라요. 도당 책임 비서 정말 높죠. 여기 도지사급인데 여기보다 저쪽의 도당 비서는 당 권력이라는 것을 등에 졌기 때문에 정말 대단하죠. 그런 사람보다도 우리가 나은 거예요. 한마디로 말해 도당 책임비서는 국가에서 준 승용차는 있어도 자기 승용차는 없죠. 그 사람, 도당 책임비서 하다가 딱 떨려 내려오게 되면 집도 다 내놔야 하는 것이고 아무것도 없는 거지가 되는 거예요. 어떻게 말하면 우리는 김정일 다음에 가는 큰 재산가죠. (웃음) 북쪽으로 치면요. (웃음)

저도 이자 집도 좀 짓고 땅도 좀 사고 싶어요. 우선 지방에 땅을 좀 사서 집을 하나 올리고 오리도 기르고 호수를 파서 양어장도 만들고... 농사도 짓고 통일이 되면 저 북쪽에 나이든 형제들을 데려와서 여생을 거기서 살 수 있도록 전망적으로 내 재산을 그렇게 불커놓고 싶어요.

문성휘 : 알았어요! 난 지하 3층. 지상 5층. 5층에는 수영장을 만든다! 이렇게 계획하겠어요. (웃음)

김태산 : 가능합니다! 문 선생이야 앞으로 20-30년은 일할 수 있으니 가능하지 않겠어요?

문성휘 : 진짜 얘기가 나와서 말하지만 우리 탈북자들, 성실히 열심히 일하면 정말 성공해요....

개인 재산이 인정되는 자본주의 남쪽 사회의 모습, 어떨 것이라고 상상하십니까? 김태산 씨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새삼, 재산을 소유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걸 느낀다고 말합니다. 문성휘 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협잡과 사기가 아니라 성실과 정직인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돈'과 '재산' 얘기 다음 주 이 시간, 이어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