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사유재산② 사회주의의 꿈, 남한에서 이뤄지다

중국의 국가급 신구인 충칭(重慶)시 량장(兩江)신구의 전경. 마천루들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중국의 국가급 신구인 충칭(重慶)시 량장(兩江)신구의 전경. 마천루들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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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솔직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 "1970년대 만해도 중국보다 우리가 정말 더 잘 살았다..." 라고 말합니다. 그런 중국이 이제 G2, 세계에서 두 번째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제가 지적하지 않아도 청취자 여러분이 아마 더 잘 아실 겁니다. 중국은 개혁, 개방과 함께 개인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사유 재산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유 재산 제도는 중국 성장의 동력이 됐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본능이죠. 재산을 모으고 싶고 그리고 그 재산을 지키고 싶고. 그러다나니까 국가는 자연히 발전하는 거예요."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돈과 재산 얘기, 두 번째 시간입니다.

문성휘 : 북한의 재산 형태라는 것이 실질적인 소유주는 국가이고 개인들은 형식적인 소유주입니다. 그런데도 그 형식적인 소유주가 실질적인 주인처럼 팔고 사고 한다는 겁니다.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국가가 농사짓는 사람들의 땅을 빼앗아 보세요. 몇 년째 북에서 그런 시도들이 있는데요. 개인들의 뙈기밭을 모두 빼앗아서 거기다가 나무도 심고 농사를 못 짓게 한다. 그러면 밤중에 올라가 심어놓은 나무들을 다 뽑고... 2009년인가요? 땔감 조성지를 만든다면서 개인들의 밭을 다 빼앗으니까 함경북도 회령시 쪽에서는 개인들이 짚낱갈이에 막 불을 지르고 그런 항의 투쟁이 일어났잖아요? 실질적으로 국가는 그 땅이 국가 소유라고 주장을 하지만 개인들을 그걸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내가 일군 밭은 내 땅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북한도 같아요. 자기 것, 자기 재산에 대한 엄연한 경계가 있는 이상은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죠. 그러면 국가가 그것을 인정해줘야죠. 그걸 인정하지 않고 그걸 자꾸 억누르기만 하니 사회가 굴러 못 가는 거죠. 언젠가는 사유 재산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진행자 : 중국 경제 성장의 동력이 사유 재산 인정이라는 분석도 많죠.

김태산 :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본능이죠. 재산을 모으고 싶고 그리고 그 재산을 지키고 싶고. 그러다나니까 국가는 자연히 발전하는 거예요. 북한은 땅이니 집이니 공장이니 모두 국가 재산이니 세금을 받지 않죠. 그러나 개인에게 재산을 모으게 두고 개인의 재산에서 세금을 받으면 거기서 국가를 운영할 자금이 충분히 나오죠. 자본주의 국가들은 다 그렇게 운영되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하면 국가도 좋고 개인도 좋은 겁니다. 이자, 문 선생도 말했듯이 북한에서도 주민들이 국가에서 자기가 만들어 놓은 밭을 빼앗으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 반항을 하지요? 이건 인간 사회에서 막으려고 해야 막을 수 없는 진리인거죠. 근데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이것을 막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국가 경제도 파산되고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진행자 : 북한도 이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은데요.

김태산 : 북한이 실책을 인정하고 다른 나라의 경험과 교훈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중국을 보세요. 북한보다 못 살던 국가가 개혁, 개방 이후 세계 경제 1,2위를 차지하려 올라서지 않습니까? 북쪽도 이제라도 개혁, 개방을 한다면 옆에 일본과 한국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발전된 나라들이 있고 그리고 북한은 중국보다 작은 나라니까 얼마든지 빠른 시일 내에 잘 살 수 있는데... 제발, 이제라도 좀 그 길로, 국민들이 잘 사는 길로 나갔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습니다.

문성휘 : 그러니까 사유 재산이 없는 사회라는 것이 자본주의, 봉건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나온 대안이었죠? 분명, 한 개인이 너무나 많은 물질적 부를 축적하게 되면서 부작용이 생겼고 그걸 극복하자고 사회주의가 나온 것 아닙니까? 그러면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허용하지 않고 일체 사회 재산을 다 소유하고 있으면 그걸 개인들의 능력이나 취향, 능력에 맞게 골고루 분할을 해줘야겠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거의 불가능 한 일입니다... 또 사회주의가 모두 허물어진 게 뭣 때문입니까? 국가가 소유한 재산을 인민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몇몇 위에 군림하는 독재자들이 다 독차지했습니다. 지금 북한이 그렇지 않습니까? 지어는 북한의 전 재산, 국토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까지 모두 재산이 돼서 김정일의 소유물이 돼버렸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사회주의 본성에도 맞지 않고 자본주의도 절대로 아니고... 인민의 본성에 절대 맞지 않는 사회라는 겁니다.

진행자 : 사실 현대 사회에서 사회주의, 자본주의 논쟁이 의미가 없죠? 자본주의에도 사회주의의 요소들을 차용해 자본주의 부작용을 줄이는 그런 구조가 돼 가고 있습니다.

문성휘 : 저도 한국에 들어와서 깜짝 놀란 것이 사회주의를 한다는 북한은 진짜 사회주의적인 것이 보이지 않아요. 형식만 사회주의지. 무상 치료, 무상 교육, 누구나 골고루 일하고 골고루 나눠준다? 근데 병원에 가면 내가 약을 다 사서 대야하죠. 배급도 안 주죠. 교육 현장? 학교 지붕 널빤지 하나도 얘들의 돈을 타서 사서 씁니다. 또 얘들이 겨울에 땔감도 다 사서 바쳐야 하고. 그런데 자본주의라는 여기 남한에 오니까 돈을 못 벌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줘요! 한 달에 37만원 씩. 저 진짜 놀랐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못 버는 사람들은 그냥 방치하는 줄 알았습니다. 다리 밑에 움막 짓고 거지 생활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자기 손으로 돈을 벌 여건이나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국가가 돈을 준다는 것은 저에게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초 생활 수급자들에게는 병원에서도 거의나 치료비를 받지 않고. 학교도 역시 같아요. 재산이 없는 집 자식들은 거의나 공짜로 학교에 다니게 해줘요. 급식도 주죠. 이것도 남한 땅에서는 철저히 비밀을 지켜주려고 해요. 누구는 집이 힘들어서 밥도 공짜로 먹는다, 학교도 공짜로 다닌다. 이런 말이 나가면 아이들이 기가 죽는다고 비밀에 부쳐줍니다. 이런 제도가 저에게는 진짜 충격이었습니다. 실지 북한은 그래요. 앞으로 우리가 사회주의 완성 단계에 이르는 높은 단계에서는 이런 모습이 된다는 그림을 그렸어요. 근데 남한에 오니까 이미 실행되고 있는 거예요. 어느 것이 사회주의인지 제가 정말 착각하게 됩니다.

진행자 : 이제 진짜 사는 얘기로 좀 돌아가 보죠. 하나원에서 나올 때 정말 맨주먹으로 나오셨잖아요?

문성휘 : 그때를 생각해보면 좀 서럽기도 해요. 처음부터 내 손으로 다 사야하니까... 칼, 도마까지 다 사야하지 않아요? 그때는요, 만원을 가지고 나가서 뭘 사면 손이 막 부들부들 떨렸어요. 근데 정말 딱 한 달 벌었는데 저희 집 사람이 저보다 더 많이 벌었더라고요. 120만원을 벌었거든요. 미화로 1200달러 정도요. 저는 첫 월급이 87만원이었어요. (웃음) 좀 창피하긴 한데 이걸 벌어서 첫 달에 중고 TV를 새 것으로 바꿨고 거기에다 작은 냉장고, 북한으로 하면 냉동기죠? 그걸 샀어요. 그리고 세탁기. 이걸 다 샀어요. 이걸 불과 첫 달에 다 일궈놓은 거예요. 북한 같으면 일생이 걸리는 일입니다...

김태산 : 한 달 월급 타고 얼마든지 일궈놓을 수 있어요. 가능해요.

문성휘 : 아니 여기서는 별 것 아니지만 북한에 갖다 놓으면 엄청난 고급이에요. 근데 이걸 다 한달 벌어서 일궜고 먹고 살 여유가 있고...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웃음)

그러나 예로부터 버는 자랑 하지 말고 쓰는 자랑하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벌면 뭐 합니까? 많이 쓰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얘깁니다. 버는 것보다 돈을 모으고 굴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김태산 씨는 남한에서 진짜 재산은 현금 뭉치가 아니라 모두 종이 한 장에 들어있다고 말합니다. 내가 버는 돈을 차곡차곡 넣어놓는 은행 적금 통장 얘깁니다. 세상에서 최고라는 돈 쌓이는 재미. 어떤 것인지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입니다. 저희는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