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사유재산③-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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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솔직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십니까? 북쪽에서 흔히 말하는 이밥에 고깃국 먹는 사회... 이것도 물론 좋은 사회입니다. 한 여론 기관의 조사를 보면 남쪽 사람들은 대부분, 열심히 일한만큼 대가가 차려지는 곳을 좋은 사회라고 꼽습니다.

남한 정착, 10년. 김태산 씨는 일한만큼 얻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일하고 한 푼이라도 더 아끼며 살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득바득 산 것은 꼭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돈과 재산 얘기, 세 번째 시간입니다.

김태산 : 여기 와서 순수 내가 벌어서 내 손으로 내 재산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내 냉장고, 내 농짝, 내 옷... 모두 다 구입해야죠. 근데 좋은 게 여기서는 일한만큼 나한테 주니까... 첫달에 내가 강의도 하고 노가다도 뛰고 해서 180만원을 받았어요. 180만원이니까 한국 돈으로 1,800달러 정도 된 거죠. 그 때 우리 집에서 가족들이 먹고 쓰고 전기세, 집세 다 내고 85만원 썼어요. 정말 진짜 아꼈어요. 지금은 그때의 3배를 써도 모자라요. 지금은 그렇게 쓰자고 하면 매일 싸움을 해야 하죠. 휴대전화 아껴 써라 뭐 아껴라... 그때는 우리 집사람도 휴대전화 전화비 3만원만 넘으면 바로 빼앗아 버리는 독재를 썼거든요. 정말 이렇게 아껴서 다 저금했어요. 저금도 은행마다 다니면서 이자율이 높은 데를 찾아서 이달엔 여기 넣고 다음 달에 저기 넣고 해서 하나하나 불린 것이 이젠 10년이 되니까 그렇게 해서 학원도 차리고 그렇게 해서 아이들 대학도 보내고. 그러니까 나도 이제 중산층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까 문 선생 말대로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 보면 배도 아프고! (웃음) 한반도 말에 그런 것 있더라고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같은 탈북자가 나보다 더 잘 살면 정말 배가 아프더라고요 솔직히. (웃음) 근데 이것이 욕심이 아니라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경쟁심으로 이끄니까 나쁘진 않죠.

문성휘 : 나보다 더 잘 된 사람 있으면 우리 보통 년도를 계산해보죠. 저 사람은 대한민국에 정착한지 몇 년이 됐나... 나보다 많으면 안심이 되는데 나보다 더 짧게 산 사람이 나보다 잘 살면 아휴, 배 아파... 이렇게 되는 겁니다. (웃음)

김태산 : 이상하죠? 근데 이걸 욕심만 부리지 말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괜찮습니다.

진행자 : 그럼요. 지금 김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열심히 살 수 있는 동력이 되잖습니까.

문성휘 : 하나원에서 나올 때 우리 모두가 정말 평등하죠. 아무런 재산도 없고 맨주먹 가지고. 그때를 생각해보면 정말 서럽기도 해요. 북한에서는 일 년 내내 죽도록 장사 질을 하고 어쩌고 해도 중고 냉장고 하나 일궈 놓으면 정말 큰 소리 칠만해요. '자, 봐라. 내가 벌어서 냉동기 하나 일궈놓았다!'. 남쪽에 와서는 한달만에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다 일궈놓을 수 있어요. 근데 이게 진짜 시작이라는 거죠. 자동차, 냉동기, 세탁기. 이게 다 재산이 아니에요. 사실 재산은 적금 통장 안에 있죠. 손바닥만한 적금통장, 그게 바로 재산이죠.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는.

김태산 : 재산하면 유동 재산과 부동 재산이 있습니다. 유동 재산은 쉽게 말해 돈이죠. 부동산은 땅과 건물같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부동 재산, 부동산이라고 하는데 남쪽 사람들은 재산이 얼마 있어 하게 되면 이 땅, 건물을 중요하게 얘기합니다. 우리 탈북자들도 땅을 좀 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땅으로 장사를 하거나 땅값이 올라 이득을 보자는 얘기가 아니라 앞으로 통일이 되면 우리 가족, 친지를 불러다가 그 땅에 농사를 좀 지으며 살 수 있는 그런 터전을 마련하고 싶어서 하는 말입니다.

진행자 : 진짜 재산은 종잇장 안에 있다고 하잖아요. 은행 적금 통장에 숫자가 착착 늘어나는 걸보는 재미만한 것이 없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는 재미... 이걸 느끼면 더 아껴 쓰게 된다고들 해요.

김태산 : 매달 번 노임을 가지고 그 달에 제일 높은 이자를 주는 곳에 가서 적금을 해요. 이렇게 하면 일 년이면 12개의 통장이 생깁니다. 하나 적금이 만기되면 찾아서 이자와 더해서 또 적금해놓고... 통장에서 돈 불어가는 걸 보면 돈을 절대 쓰게 되지 않습니다.

문성휘 : 근데 저는 또 쇼핑 중독이 왔거든요.

김태산 : 아하하하, 아니 남자가 그게 뭡니까?

문성휘 : 하도 집사람의 뒤를 따라 상점에 드나들다보니 이제 내가 중독이 온 거예요. 쇼핑, 북한사람들 잘 모르죠. 백화점이나 이런 상점에 자꾸 다니며 물건사기를 쇼핑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못 끊는 것을 이걸 쇼핑 중독이라고 해요. 이게 참 큰일이에요. 가서 충동구매를 할 때가 많거든요.

김태산 : 나도 낚시 좋아하니까. 낚시 가게에만 가면 정신을 못 차리는 기야...

문성휘 : 그런데 이게 참. 금방 나왔을 때는 일 만원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손이 부들부들 떨렸는지. 그때보다 지금은 생활수준이 30배, 40배는 뛰었다는 거잖아요.

김태산 : 지금도 우리가 재산 관계 문제를 토론하지만 절약을 하지 않으면 절대 재산을 모을 수가 없어요.

진행자 : 맞아요. 지난 시간에 문성휘 씨가 말씀하셨지만 성공한 탈북자들이 있어요. 저희 방송에서도 가끔 소개하지만 맨손으로 남한에 와서 많은 재산을 모았거나 높은 자리까지 오른 정말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있습니다. 방송을 들으신 청취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사기나 협잡으로 돈을 모으는 사람들은 돈을 모으지 못합니다. 재산을 모으더라고 마지막에는 꼭 망해요.

문성휘 : 그건 정말 북쪽이랑 달라요.

김태산 : 남쪽에서는 정직과 성실밖에 없어요.

진행자 : 지난번에 저희가 일자리에 대해 얘기할 때, 제가 기초생활수급자로 돈이 나오는데 왜 일을 하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김 선생의 답변이 참 인상에 남아요. 우리가 재산을 불리는 그 이유도 사실 비슷하지 않나 싶네요.

김태산 : 그렇죠. 우리의 의무가 있어요. 우리 친구들, 친척들을 두고 왔다는 죄스러움이 있어요. 그러니까 그것을 보상해야할 의무가 있고 우리가 여기서 잘 돼서 북쪽에 들어가서 보라, 자유로운 세상이 이렇게 좋지 않으냐는 걸 보여주고 죽어야할 의무가 있어요. 그래서 나는 열심히 아직도 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돈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문성휘 : 괜한 소리를 좀 했지만 저도 같아요. 통일이 되면 제 가족 친척들이라도 도와주고 살려줘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손에 뭐라도 쥐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런 날을 생각하면 아득바득 얘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진행자 : 맞습니다...

사실 남한은 재산과 돈이 참 중요한 곳입니다. 그러나 열심히 사는 사람이 성공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문성휘 : 좋은 일을 하자고 해도 손에 뭐가 있어야죠.

김태산 : 돈이 나쁘다고만 할 것이 아닙니다. 돈이 있어야 개인이 잘 살고 가정이 살아나고 그래야 국가가 번영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느냐 그것은 중요하죠. 성실하게 일하고 알뜰하게 모은 돈은 그 사람을 살리고 가정을 살리고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길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합니다.

문성휘 : 돈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돈이 없다고 못 사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남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하기도 하죠. 자신은 가진 것 없지만 남을 위해 희생하며 남을 도우며 사는 분들... 례하면 천주교 수녀님들이나 신부님들을 보세요. 남한에 이런 분들 참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있다고 나쁜 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목적이 있잖아요? 통일이라는 대업 앞에서 우리가 그들을 도우려면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모으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참, 자본주의에서 돈이라는 의미가 북쪽에서 듣던 것과는 달리 새로운 의미가 많습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 한때 이 인사가 유행이었습니다. '부자 되세요.'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당당하게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부자 되세요!

김태산 : 그래요. 좋은 말이예요.

문성휘 : 부자되세요!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돈과 재산 얘기 세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