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솔직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남한에 휴대 전화가 처음 개통된 것은 1984년. 남쪽의 휴대 전화 사용자 수는 5천만 명입니다. 남쪽 전체 인구가 4천 8백만이라니까 가입된 휴대 전화의 숫자가 전체 인구보다 많습니다. 한 사람 앞에 한 대 이상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죠.
처음 남쪽에 등장한 휴대 전화는 벽돌 전화라고 불렸습니다. 진짜 크기도 벽돌만하고 무게도 상당했습니다. 그런 전화가 점점 작아져서 한 때 어린아이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줄어들더니 요즘은 다시 커졌습니다. 휴대 전화로 텔레비전도 보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인터넷도 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이 인기를 끌면서 이 기능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화면 크기가 좀 커진 것이죠. 요즘은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에 두께는 일 센티가 안 되게 얇은 스마트 폰이 대세입니다.
" 처음에 와서는 슬라이드 폰이라던가? 밀어서 올리는 거, 그걸 했어요. 그러다 조금 있으니까 DMB라던가 그게 나와서 그걸로 바꿨다가 다시 손가락으로 전화기 화면을 툭툭 치면 다 되는 햅틱?? 그걸로 바꿨죠. 제 휴대 전화의 역사도 길어요... "
손에 쏙 들어오는 전화기라고 해서 손전화, 또 휴대 전화, 핸드폰... 여러 가지 이름을 불리는데요. 정식 영어 명칭은 모바일 폰입니다. 이동하면서 쓰는 전화라는 의미입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에서는 이 휴대 전화 얘기 해봅니다.
진행자 : 하나원에서 나오시면 제일 처음 하는 게 바로 휴대 전화죠?
문성휘 : 네, 휴대전화와 교통 카드입니다. 휴대폰은 적십자 도우미 선생들이 함께 가서 나오자마자 먼저 해주는 것이 휴대폰이고 교통카드는 하나씩 만들어서 저희들이 돈을 넣을 줄 모르니까 카드에 돈을 만원씩 넣어서 주더라고요.
김태산 : 저는 뭐, 하나원 나와서 다음날 담당 형사가 가서 전화부터 만들자고 해서 갔는데 휴대전화 하자는 얘기가 제일 기쁘더라고요. 집 전화는 전화국에 신청을 하니까 그 다음날로 와서 놓아주고. 어쨌든 그때는 저 혼자 전화를 했지만 지금은 가족이 네 명인데 네 명 모두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요. 매달 쓰는 값 만해도 간단치 않게 나가지만 인간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 도리가 없죠. 이제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형 무기죠. (웃음)
진행자 : 남한 가정들에서 사용하는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이 바로 통신비, 이런 휴대 전화 사용 요금이랍니다.
김태산 : 아마 그럴 것 같아요. 물론, 나 같은 사람은 술값이 더 많이 나오지만 (웃음) 우리 집만 해도 넉 대가 가동하다보니 한 달에 200-300 달러씩 빠져나가요. 이 지출을 좀 줄이라고 호소도 하고 아이들에 대해서는 통제도 해보지만 우리 맏딸은 스마트 폰이라는 걸 사용하거든요. 앞으로도 얘기가 나오겠지만 이 스마트 폰은 요금이 비싸요. 한 8만원, 80달러가량 나오는데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렇게 쓴다고 하니까 막을 수가 없더란 말입니다.
진행자 : 스마트 폰은 전화기계 값이 요금에 포함돼서 더 비싸게 나오죠?
김태산 : 그런가 하여간 많이 나와요.
문성휘 : 저 같은 경우도 스마트 폰을 사용하니까 요금이 많이 나오죠. 그렇지만 남한에 막 온 탈북자들 같은 경우엔 기초수급생활자 정책이 있어서 전화요금을 감면받습니다.
김태산 : 30% 까지 감면해줘요. 대단한 거죠. 우리는 이제 그 단계는 넘어서서 수급자가 아니니까 전화비를 다 내는데 그 때는 동사무소에 가서 기초 수급자 증명서를 떼어서 전화국에 내면 매달 30% 씩 전화비를 절약해주니까 참 그것이 대단하죠.
문성휘 : 아, 정말 휴대 전화비 생각하면 기초 수급자 생활이 그립기도 합니다.(웃음)
김태산 : 아, 스마트폰 쓰지 말라요. 나도 스마트폰을 썼다가 돈은 돈대로 나가고 사용하는 것이 너무 시끄러워서 집어 던지고 옛날 전화기로 돌아갔어요. 고저 전화는 전화만 되면 좋겠는데 거기에 별별 장치가 다 달렸으니...
문성휘 : 아니 난 옛날 전화기, 지금 김태산 선생이 말한 그 전화기로 돌아가라면 이제 죽을 것 같아요. 이건 휴대전화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절반이 확 달아나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노래들으려면 MP3 가지고 다녀야지 영화까지 보려면 PMP까지 갖고 다녀야겠네요...
김태산 : 아니, 지금 전화기도 음악 다 나오고 텔레비전도 다 보게 되어있고 카메라는 붙어 있잖아요! 그리고 은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장치도 다 달려있는데요?
문성휘 : 인터넷을 못 하잖아요?
김태산 : 아... 좀 쉬세요. 지하철 안에서까지 전화 들여다보지 말고요.
문성휘 : 또 소설책도 읽기 어렵고 게임도 그냥 전화기는 너무 간단해요. 카메라도 얼마나 화질이 다른데요.
진행자 : 지금 두 분의 말씀도 그렇지만 이 휴대 전화의 선택도 세대별로 다릅니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다 스마트폰, 나이 드신 분들은 사용하기 시끄럽다고 그냥 전화하고 문자만 보내는 휴대 전화를 선호하십니다.
김태산 : 맞아요. 솔직히 스마트 폰이 너무 비싸서 우리 딸들 쓰는 것도 다 회수하고 싶지만 대학생들은 거의 다 쓰니까 시대에 뒤떨어질까봐 그냥 두는 거죠.
문성휘 : 근데 진짜 너무 빨라요. 제가 하나원을 나왔을 때, 그때가 2005년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휴대전화에 이렇게 뿔이 달린 것. 안테나가 뿔처럼 달린 그런 핸드폰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나와서 당시 가장 최신이라는 슬라이딩 폰. 이렇게 밀어서 올리는 전화기를 했거든요. 그때는 정말 기분이 짱했는데 딱 일년 지나니까 DMB폰이 나오는 거예요. 아, 그게 나오니까 못 견디겠더라고요. 남들은 그걸 가지고 다니며 지하철 타고 다니며 텔레비전을 다 보는데 난 그게 뭐예요? 동영상을 보자고 해도 따로 뭘 해야만 볼 수 있고... 그래서 집사람에게 사정사정해서 바꿨어요. 집 사람이야 당연히 싫다고 하죠. 전화기야 전화만 할 수 있으면 되지...
진행자 : 옆에서 김 선생도 똑같은 눈빛으로 쳐다보고 계십니다. (웃음) 전화는 전화만 하면 되지 텔레비전 안 나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답답한가...
김태산 : 아, 그렇죠. 전화는 전화만 하면 되고 자동차는 사람 싣고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진행자 : 근데 문성휘 씨와 비슷한 사람들이 남쪽에 꽤 많습니다. 특히 남자들이요. 남자들의 새로운 장난감이랍니다.
김태산 : 근데 기계 바꿀 때마다 값이 많이 나가지 않나요? 문 선생 갖고 있는 스마트 폰이 얼마인가요?
문성휘 : 그게 한 800 달러 정도요.
김태산 : 비싸죠. 난 저렇게 비싼 핸드폰을 갖고 다녀야 무슨 이득이 있겠나 싶은데 이런 얘기하는 나는 구세대죠 사실.
문성휘 : 이것도 놓고 보면 다 먹고 살만 하니까 그러는 거예요.
김태산 : 그거야 당연하죠. 그런데 나는 먹고 살만하다고 그렇게 탕진하는 건 별로 좋아 안해요. 아, 탕진이지! 그리고 이 사람 카메라도 몇 개 갖고 있어요. 몇 개 갖고 있어요?
문성휘 : 세 개... (웃음) 그게 현대인의 상징이 아니야요? 솔직히 전에 한번 사진 전문가가 산에 올라가는 걸 보니까 겉에만 이렇게 큰 사진기를 세 개나 맨 거예요!
김태산 : 아, 직업 작가잖아요.
문성휘 : 저도 쉬는 날 공원에 가서 사진도 찍고 합니다. 참 많이 찍어요. (웃음)
김태산 : 그러지 말고 문 선생, 그 카메라 나 하나 주세요.
문성휘 : 카메라가 세대지만 각각 다 성능이 있어요.
김태산 : 아침에 찍고 점심에 찍고 저녁에 찍을 수 있지 (웃음)
문성휘: 하나는 풍경용이고 하나는 인물용이고 하나는 간편하게 찍는 휴대용이거든요!
김태산 : 할 말이 없다.(웃음)
문성휘 : 그런데 저뿐 아니라 우리 탈북자들 휴대 전화와 카메라에 특별히 애착을 가져요.
진행자 : 진짜 왜 그렇게들 새로운 카메라, 휴대 전화를 좋아하는 건가요?
김태산 : 이유가 있어요. 나도 예전에 단기 출장가면 휴대 전화 못 사거든요. 근데 대사관 직원들 갖고 다니는 걸 보면 솔직히 부러웠거든요. 장기 출장 나가면서 바로 샀는데 손 전화 살 때가 진짜 기쁘더라고요. 이제 나도 이걸 쓰누나 하고... 카메라도 지금은 아무 때나 살 수 있으니까 그렇지 귀할 때는 나도 그렇게 귀하게 여겼어요. 애지중지했죠. 다들 북한에서 못 가졌던 한이 있는 거죠. 자동차도 잘 사는 사람들은 승용차에서 내리면서 문짝 착 후려 닫고 내릴 때 폼 잡는 걸 보면 막 부러웠던 적 있으니까 탈북자들 차부터 좋은 걸 뽑거든요.
문성휘 : 맞아요. 내가 북한에서 막 나올 때 남한 영화나 연속극이 굉장히 유행했었거든요. 거기에서 휴대 전화 사용하는 걸 많이 봤는데 진짜 신기했어요. 고 작은 것으로 말이 다 나오고요. 그런데 국경 연선은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저희 같은 자강도 사람들은 뭐라 했냐면 중국에도 휴대폰이라는 것이 있는데 굉장히 비싸서 엄청난 부자들 아니면 못 가진다... 웬걸 중국에 나와 보니 얘들까지 다 갖고 다니더라고요. 특히, 중국에 나와서 숨어 있을 때 진짜 간절했어요. 어쩔 땐 음식이 떨어졌는데 안 갖다 주기도 하고 진짜 급할 땐 공안들에게 쫓길 때였고요. 그런 한이 맺힌 것이 있어서 남한에 오면 정말 막...
저도 처음엔 남쪽 땅에 온지 얼마 안 된 탈북자들이 최신식 휴대 전화를 쓰고 좋은 차를 사고 비싼 카메라를 사는 것을 좀 낭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쪽 사회가 만만치 않은데 아껴 써야 잘 살 수 있을 텐데... 걱정했는데 나중에 왜 그런지 알고부터는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그 최신식 손전화 하나에 마음이 부자가 되고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는데 어떤 말이 필요하겠습니다. 북쪽도 요즘 휴대 전화가 많이 늘어난다죠? 해외에서도 북쪽의 휴대 전화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왜 그런지 다음 시간에 그 이야기 이어가죠.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은 휴대 전화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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