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1996년 6월 남한의 한 신문에 난 기사 내용입니다.
"회사원 김 씨는 해외 출장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던 중 갑자기 필요한 서류가 생각났으나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출발 시간 내에 도저히 회사까지 갔다 올 수 없는 형편이다. 김 씨는 차안에서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서류를 전송받는다. 또 택시 안에서도 승객의 신용카드 조회가 가능해져 택시 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고 자판기의 경우에도 센서를 부착해 놓으면 자판기 내의 상품 재고, 고장 유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소방 업무에 적용할 경우 화재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소방차를 현장에 출동시킨 다음 화재 진압에 필요한 건물의 구조, 위험물질 소재, 소방수 위치 등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 출동 차량에 전송해줄 수 있다."
당시 통신 사업자 새로 선정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1인 1휴대전화 시대, 무선 통신망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예상한 기사인데요. 1996년이니까 지금 15년이 지났습니다. 기사에 묘사된 모습은 이미 2-3 년 전에 현실이 됐습니다.
이렇게 휴대 전화는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생활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훨씬 문명해지죠. 휴대전화 하나 때문에..."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휴대전화 얘기 마지막 시간입니다.
진행자 : 북쪽도 휴대전화가 막 늘어나고 있지만 휴대전화가 있으면 참 생활이 많이 바뀌죠.
김태산 : 훨씬 문명해지죠. 휴대전화 하나 때문에...
문성휘 : 휴대 전화가 있으니까 참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느껴요. 간단히 말하면 인간과 인간 간의 거리도 가까워지고 지구가 아주 작아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북한 같으면 자강도에서 평양까지 가려면 어떤 때는 기차가 안 와서 막 3일 씩 걸리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전화 하나로 간단히 목소리를 전하고 그것도 유선 전화 때와는 달리 선도 없이 임의의 장소에서 아무 곳에서나 전화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전화기에 매달려 있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도 들거든요.
진행자 : 요즘은 또 너무 다들 지하철에서도 전화기만 보고 있으니까요. 근데 문성휘 씨도 저번에 말씀하시면서 본인에게 전화를 빼앗아 가면 인생의 반쪽을 가져가는 거라고 하셨잖아요?
문성휘 : 그랬죠.
진행자 : 근데 남자 분들은 새로운 휴대 전화기의 기능을 별로 달가워 안 하시는 것도 있으시더라고요. 특히 화상 전화는 싫어하시던데요?
문성휘 : 저만해도 집 사람한테 늦게 가면 일한다고 하니까요. 화상 전화로 하면 어디에 있는지 다 알리잖아요. (웃음) 근데 요전에 뉴스를 보니까 이런 통계가 있더라고요. 한국 인구가 아직 오천만이 안 되는데 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어린얘들이 있지 않아요? 어린아이들을 빼놓으면 전화를 사용할 연령대가 얼마 되지 않는데 실제 개통된 휴대 전화가 5천4백만 대가 된답니다. 한국 인구를 훨씬 넘어선 거죠? 그런데 비하면 북한 인구가 2천4백만을 넘었는데 이제 휴대 전화 사용이 좀 늘어나서 기껏해야 60만대로 잡아도 이건 어림없는 숫자죠.
진행자 : 늘어나겠죠. 늘어나야죠.
문성휘 : 그런데 전화비 때문에 쉽지 않을 거예요.
김태산 : 전화비로 통제하는 건가요?
문성휘 : 그러니까 남한은 휴대 전화가 모든 국민들이 갖고 있어야 할 필수품이 아닙니까? 북한은 아직 부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거예요.
진행자 : 남쪽도 사실은 처음에는 비싸서 일부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점점 늘어난 거죠.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용하니 요금을 조금이라도 내리려고 당국 차원에서 노력하는 겁니다.
문성휘 : 그런데 사실, 북쪽에서는 상당히 압력을 많이 받을 거예요. 왜냐면 지금 류경 호텔 공사도 이집트의 오라스콤이 지원한 것이 아닙니까? 그 돈도 북한이 어쨌든 물어줘야 하는 돈이죠. 그러자면 오라스콤은 이 휴대전화 사업으로 북한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계속 그러자면 이 휴대전화 가입자를 늘려야하는 거예요. 그런데 북한 당국은 사용자를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겁니다. 휴대 전화 사용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경 연선에서 불법 휴대전화 같은 걸 추적하기가 상당히 힘들죠. 그러니까 북한은 양쪽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할지 상당히 힘들 겁니다.
김태산 : 국경 연선의 불법 휴대 전화는 중국 기지국을 사용하겠죠?
문성휘 : 그렇죠.
진행자 : 진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남쪽에서 '대세'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주민들의 휴대 전화 사용. 사실 북쪽 당국도 막을 수 없는 대세 아닙니까?
김태산 : 북쪽 사회도 정치 하나를 빼놓고는 10-20년 정도 떨어져서 그렇지 따라오긴 합니다. 물론 늦지만 분명 따라옵니다. 이제 세월이 해결해주겠죠. 세월이 가면 휴대 전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지만 어쨌든 늘어날 것이고 앞으로 북쪽에서도 남쪽처럼 누구나 휴대 전화를 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성휘 : 저는 또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요즘 북한이 금강산 사업자를 바꾸겠다 하잖아요. 근데 사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이 북한의 잘못 아니에요? 사람이 죽었으면 응당 그 현장을 보여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인데, 또 그건 국제적으로 공통된 것인데 생억지를 써도 너무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저렇게... 사실 강도적으로 나오는 거죠. 그런데 오라스콤도 결과적으로 같은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휴대 전화 사업뿐 아니라 류경호텔 외장 공사에도 참여하지 않았어요? 상당히 고가의 자재들이 다 들어갔으니까... 아마 장기적인 사업으로 그 돈을 다 뽑으려면 북한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가입해야할 거예요.
김태산 : 류경 호텔, 평양 사람들은 아마 다 알거예요. 그 공사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거기에 외장공사만 해도 얼마나 천문학적인 숫자가 들어가는지 감히 누구도 손을 못 댔거든요. 근데 거기 외장 공사가 끝났다고 하면 수억이 들어갔는데... 만약 오라스콤이 그런 비용을 어디서 투자받아서 또 돈을 빌려서 하는 경우에는 북한에서 돈은 인차 회수하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라스콤이 북한과 교류를 하다가 망하는 국제적인 회사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도 드네요.
진행자 : RFA 뿐 아니라 세계 많은 언론들이 북한 내 오라스콤의 휴대 전화 사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 향방이 궁금한 것이죠.
문성휘 : 아마 오라스콤의 향방이 북한의 전망하고도 연결될 수도 있어요. 이 사업이 잘 되는가 망하는가 하는 것이 앞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겠는가를 잘 보여주거든요.
진행자 : 밖에서 바라는 건, 북한에 휴대 전화 숫자도 늘어나고 주민들이 휴대 전화를 쓸 수 있는 자유도 더 늘어나고 하는 겁니다.
김태산 : 그러니까 바로 그거죠. 우리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겁니다.
"서울에 사는 김 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청진에 있는 동생에게 안부 전화를 건다. 예전에는 몇 백 달러를 들이고도 동생의 안전이 걱정돼 몇 마디 못하고 끊었지만 북쪽의 휴대전화가 해외까지 완전 허용된 뒤에는 이렇게 안부 전화가 일과가 돼버린 것. 지금은 북쪽의 전화망 속도 문제로 음성 통화만 가능하지만 다음 달 무선 통신 인프라 공사가 마무리 되면 화상 통화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작하면서 소개해드린 신문 기사와 비슷하게 한번 써봤습니다. 어떠세요? 꿈같은 얘기라고 생각하십니까? 1996년, 당시 저도 앞에 소개해드린 기사를 읽으면서 몇 년 안에 진짜 현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까지 세 차례에 걸쳐 휴대 전화 얘기를 해봤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립니다.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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